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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Feb 28. 2024

05. 안 해본 짓 시도하기

#1-5.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난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두고 살고 있나?




문득, 스케이트를 타며 떠오른 생각입니다. 강습이 이어지고 실력이 늘어야 하는데 지지부진해지고 있어서 답답합니다. 다리가 한없이 가볍고 몸은 둥둥 떠 있는 느낌., 이상합니다. 스케이트를 타다 보면 어떨 땐 차로 드라이브를 하는 느낌이다가 또 어떨 땐 살짝 과장하자면 비행기를 탄 듯 슝~ 떠오르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나풀거렸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틀렸습니다. 스케이트를 스케이트답게 타야 하는 건데...  중심을 땅에, 바닥에 두고 살아야 현실을 바로 마주할 수 있듯 그래야만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넘어지고 깨질 일은 무한히 남아 있다


허둥지둥 따라가다 힘만 빠지고 도무지 속도도 안 붙고 자세도 무너져 가던 중, 강사님 말이 귀에 꽂혔습니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으면 다리에 상대적으로 힘이 가질 않아서 얼음에서 안전하게 지탱하기가 힘들다고!  다리에 힘이 부족한 것과는 다른 내용입니다. 살면서 불필요한 긴장을 지속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삶이 원래 새로움의 연속인데 매번 긴장을 하고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상체에서, 상체의 힘을 빼야 다리에 무게가 실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크게 천천히 숨을 쉬듯 휴~ 뱉어봅니다. 신기한 게 바로 뭔가 위에서 아래로 묵직하게 내려갑니다. 그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고 타야 몸의 무게 중심 이동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초기 강습 때 힘을 빼라는 말을 이제 조금씩이라도 몸으로 따라 해야 하는데 머리 따로 몸 따로였으니 나아지지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무게를 아래에 두고 제대로 서야 밀어서 부드럽게 나아가면서 찍기를 하던 코너를 하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다음이 부드럽게 뱀처럼 타야 하는 것, 박자를 맞춰 리듬을 타면서 - 그러려면 유연함도 필요합니다. 하... 코어로 버티며 중심이동을 하고 유연하게...라는 것 - 이론은 이론일 뿐 실제로는 참 어렵습니다.



낯선 삶을 사느라 한껏 힘을 주고 긴장하며 지내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자기 것이 될 때, 몸과 마음에 모두 힘이 빠진 순간이 옵니다. 그렇게 낯설던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내 삶의 일부가 되는 순간을 맞을 때처럼 내 스케이팅이 되려면 힘을 빼야 할 곳과 줘야 할 곳을 몸이 먼저 기억해야 합니다. 그나저나 일단 다리 힘부터 길러야겠습니다. 다리 근력이 버티지를 못하니 자꾸 휘청입니다.







관심은 여러 곳에 골고루 줘도 돼요


국제스케이트장이다 보니 국가대표 선발을 비롯해 여러 대회를 위한 선발전도 자주 열립니다.  <23-24 시즌 스피드스케이팅 국제대회선발대회 종목별 선발전>을 관람하며, 워밍업을 하는 와중에도 순간순간 그 짬을 놓치지 않고 코치들에게 코칭을 받는 선수들의 모습을 봅니다. 프로 선수라고 해서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도 자주 나름의 미세한 흔들림과 일시적인 무너짐을 겪습니다. 다만, 그것을 매번 극복해 내는 수많은 훈련의 결과가 성과로, 실력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프로인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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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선수들이 있어서 그런가요? 선수 선발전도 쇼트트랙과 피겨는 모두 유료로 운영이 되지만 스피드는 아직 무료관람이 가능합니다. 다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이라 그런가요?  실제로는 경기가 피겨와 쇼트트랙에 관심이 집중되어서 그럴 뿐 스피드 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무료 관람이라 감사히 볼 수 있어 좋았지만 다른 종목과 동등하게 같은 인기를 누리며 유료 관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끊임없이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손색없는 국민스포츠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종목이니까요. 모든 것은 관심의 크기만큼 성장하고 흥미로운 순간을 만들기도 합니다. 햇빛이 세상 구석구석을 빠뜨리지 않고 고르게 비추듯 사람들의 관심도 골고루 나눠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간간히 넘어지지만, 그래도 이젠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사라졌습니다. 넘어지면 또 일어나면 되니까요. 얼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첫 발을 내딛지 못하던 순간을 이겨내고 지금에 와 있습니다. 강습의 과정을 모두 마칠 시점에 와 있지만, 마치 처음인 것처럼 다시 시작해 보려 합니다. 세상살이에도 중심을 잡아야 하듯, 흔들리는 몸과 마음을 다잡는 연습을 스케이트와 함께 계속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다음엔 또 뭘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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