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를 서 볼까요?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부족함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모두가 부러워 하지만 정작 자신은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 무엇을 갖기 위한 방법의 잘잘못은 판단한 적이 없습니다. 한 번도 결핍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매일이 꽃길인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고 층만 합니다. 늘 웃음이 맴돌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간들, 인생은 행복 그 자체입니다. 지루함이 가져온 잘못에 대한 비난조차 사람들의 관심과 시기로 이해합니다.
매일 일어나면 꾸역꾸역 출근을 해야 먹고사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은 어디로 갈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몸은 매일 정해진 곳을 향합니다. 딱딱한 마스크 속에서 무의식적인 하루 일과를 보냅니다. 얼굴의 표정은 잃어버린 지 오래고 이젠 어느 것이 자신인지조차 분간이 가질 않습니다. 혼잡한 교통과 찐득한 날씨, 부산스럽고 사는데 악착같은 사람들은 늘 주변에서 소란스럽고 매일 매 순간이 어수선합니다. 그래도 생때같은 가족을 생각하며 하루를 견딥니다.
아무것도 자기 것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은 물욕을 모릅니다. 처음부터 자기 것을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무엇을 가져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매일 주어지는 시간에서 그저 보이는 것들로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힘겹게 견디고 살아낼 뿐입니다. 내 안의 대들보가 너무 커서 다른 이들이 말하는 불행도 알아채지 못합니다. 애당초 가진 것이 없었기에 새삼스레 부족하다는 걸 이유로 특별히 불행하지는 않습니다.
아무것도 자기 것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 오직 자기만의 것을 갖기 위해 움직입니다. 모든 삶의 이유가 물욕에 있습니다. 처음부터 자기 것을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어쩌다 손에 쥔 작은 것이 혹여 달아날까 하루하루, 순간순간 노심초사하며 불안한 시간을 보냅니다. 다른 이들의 불행은 자신의 것에 비할 바가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애당초 가진 것이 없었기에 자기만의 것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한 번도 자기 것을 충분히 가져보지 못한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진 사람에 열광합니다. 그들과의 동류를 지향하며 잰걸음으로 쫓아가지만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은 그 노고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기 것이 없는 사람들은 허공의 발길질이 얼마나 허무하고 맹랑한지, 그 노력의 수고가 그들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신기루의 끝자락에 목숨을 겁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마음들이 늘 한결같지 못하기 때문에 자주 갈등하고 복잡하게 사는지도 모릅니다. 산다는 것은 변덕의 장난입니다. 자고 나면 다른 날을 맞듯,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삶과 자신의 삶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계절 옷 바꿔 입는 정도로만 이해할 수 있어도 마음은 평온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의 안녕과 세상살이의 수고로움이 우리 존재의 의미에 아름다운 향기로 남겨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