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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Nov 06. 2023

이퀄리브리엄

사랑이 없다면, 분노가 없다면, 슬픔이 없다면... 살아 숨 쉬는 것은,


21세기가 막 시작됐을 때, 제3차 대전이 발발했다. 살아남은 자들은 깨달았다, 또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인류 전체가 멸망한다. 인간은 원래 변덕스러운 존재, 그 위험들을 더 이상 감수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린 새로운 법의 수호자를 만들었다. '그라마톤 클레릭'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비인독적인 행위의 원천을 찾아 박멸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





앞으로 벌어질지 모르는 인간들의 변덕스러움에 의한 위험을 없애고 법을 수호하기 위해 만든 무기, 그라마톤 성직자(The Grammaton Cleric). 이들의 임무는 감정 유발자들을 찾아 박멸하는 것! 인간의  감정을 제거해서 평화를 얻는다는 이야기, 세상에 위해한 감정을 제거하기 위해 또 다른 폭력을 쓴다는 아이러니. 영화는 위의 내레이션과 함께 중국의 문화혁명이 함께 노출됩니다. 조직이 사용하는 복장, 체제의 호칭등 중국 체제가 모티브로 작용한 게 아닐까 추측되지만 훈련을 할 땐 일본이, 통치자의 휘장에는 나치가 보입니다.





3차 대전 이후의 지구 '리브리아'엔 총사령관이 독재 체제에서 약물 프로지움 주입으로 전 국민들의 감정을 통제합니다. 리브리아에서 철저하게 훈련된 특수요원 크레릭들은 감정유발자를 찾아 박멸하고 금지된 감정유발 자료들을 소각합니다. 존 프레스턴(크리스천 베일)은 이런 임무를 맡은 최고 요원으로 정부의 신임을 받고 있지만 동료의 자살, 아내의 소각.. 등을 겪으며 뭔지 모를 느낌을 경험하게 됩니다. 실수로 깨진 프로지움으로 투약을 중단하고 서서히 통제되었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를 있게 한 모든 건 다 사라졌어


인간에게서 감정을 제거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요? 하지만, 통치자의 명령에 따라 복종과 획일화를 위해 - 사람들은 감정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 하루 세끼 밥을 먹듯 약을 주입합니다. 거르지 않고 영양제를 먹듯 그렇게 감정 제거를 위한 행위를 합니다.



체제의 꼭대기엔 최종 통치자가 존재합니다. 통합을 내세우며 획일화를 강제합니다. 남녀노소 모두 동일한 삶(?)을 삽니다. 그럼에도 그 사회 안에서 그런 삶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마치 인간과 사이보그나 외계인 사이의 싸움처럼 처절하게 싸우고 죽습니다. 클레릭들은 감정을 유발할만한 물건들을 - 벽이나 마루 바닥에 숨겨둔 것들을 찾아 소각합니다. 바닥을 뜯으면 진품 명화가 가득하고, 벽을 뜯으면 감성적인 공간이 드러나곤 합니다. 우리도 저런 장면을 그리워할 날이 멀지 않을 듯싶습니다.




예이츠의 시를 읽으며 자유를 위해 자살한 동료와 존이 나눈 대화가 우리에게 큰 질문을 던집니다.


우릴 우리답게 해 주는 모든 걸 없애버렸지

대신 전쟁이 없잖아

우리가 하는 건 뭔데?





전쟁을 유발하는 감정을 제거하기 위해 죽음을 당연시하는 사회, 아이러니를 넘어 불합리한 수단과 방법을 허용합니다. 불법의 합법화! 세상이 더 이상해지면 세상에는 몇몇 독재자만 남아 그들 간의 권력 싸움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이렇게 숱한 구실로 싸움을 하고 전쟁을 밥먹듯이 하고 있는데! 감정엔 분명히 대가가 따릅니다.






감정엔 분명히 대가가 따른다


실수로 깨진 약, 약복용을 놓치며 새롭게 감정에 눈을 뜨게 되는 클레릭 존. 인간의 감정을 질병으로 인식해 감정이 고조되거나 가라앉지 않도록 매일 밥 먹듯 약을 투여해야 하지만 실수로 시작된 것이 점점 자신의 의지로 약을 거부합니다. 엄마를 잃고부터 약을 거부했던 아이들은 이미 감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장갑을 벗고 촉각을 느끼는 행위, 감정 촉발의 시작됩니다. 마음이 흔들립니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만지고... 그리고 베토벤에서 올라오는 울컥함 감정이 폭발합니다. 아, 크리스천 베일의 섬세한 표정과 감정 연기가 대단한다고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메리의 소각을 앞두고 심란하던 존이 아내의 소각 자료를 찾아봅니다. 아내가 소각되었을 때 자신이 클레릭으로서 직접 처리했던 것을 확인하고 메리의 소각을 막으러 달려 가지만 실패합니다. 존은 점점 분노에 쌓입니다. 감정유발자들을 지키고 말도 안 되는 체제를 박살 내 버리는 통쾌함으로 영화는 끝이 나지만 감정 유발 조직 리더의 말을 떠올리며 인간과 인간의 감정들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도 당신과 같아요. 그렇지만 당신이 감정에 대해 처음 배우게 되는 건, 그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에요- 완전한 아이러니, 패러독스. 그러나 절제가 없다면, 통제가 없다면, 감정은 혼돈일 뿐이에요.



SF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 편인데, 소재의 참신함과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가 궁금했습니다. 있지도 않은 수령의 영상으로 혹세무민 하며 간교한 부위원장이 실세로 지배해 온 허구의 세상, 한 독재자가 자신의 꿈(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허상으로 사람들은 통제되었던 것입니다. 강제로 통제당하던 감정을 느끼면서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때, 그 강력함을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가 보여줍니다. 액션 영화지만 베일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 강아지를 구하고 비 내리는 창 밖을 새삼 바라보고, 베토벤 음악을 들으며 숨죽여 오열하는 장면들은 우리가 놓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환기합니다.






감정은 그만큼의 대가를 치른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모두 상상 이상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특히 나쁜 감정이 통제를 행할 때 우린 조심해야 합니다. 그 안에서 자유란 사치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인류가 누리는 자유는 오랜 세월 숱한 피와 세월과 아픔들이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결과물입니다. 공짜가 아닙니다. 그래서 절대 당연하지 않습니다. 우린 코로나로 통제된 이동제한과 의무적으로 맞아야 했던 백신들을 겪었습니다. 지금 현재도, 시민들의 안전과 치안 유지를 위한 CCTV와 데이터 수집들을 매일 실시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 수집된 모든 정보들이 탐욕스러운 한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쓰이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현실이 때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지 않나요?  체제를 떠나서 개인의 생각과 감정과 생활, 그리고 모두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개개인이 경각심을 갖고 늘 깨어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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