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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Nov 20. 2023

블랙 호크 다운

아무리 그럴싸하고 훌륭한 명분을 내세운 전쟁이라도, 전쟁은 미친 짓이다


"죽은 자만이 전쟁의 끝을 본다(Only The Dead Have Seen The End of War)" - 플라톤(Plato)




1992년 동아프리카의 소말리아, 오랜 기간 끊임없는 부족 간 전쟁으로 30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었습니다. 국제 사회는 각종 구호물자를 보내 지원을 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모가디슈를 장악하고 있던 민병대의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 장군은  매번 물자들을 빼돌리고 통제하는 방식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미해병대 2만여 명의 병력을 투입하고서야 식량은 제대로 보급이 되고 정상화가 되는 듯했습니다.






뭐 하러 남의 전쟁에 끼어드는 거야? 전쟁 영웅이 되고 싶어서 그런 거야?



이후 미해병대가 철수하자 아이디드는 남아있던 UN 평화유지군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6월 아이디드의 민병대는 24명의 파키스탄군 병사들을 사살합니다. 이젠 미군을 목표물로 삼습니다. 미국은 아이디드를 제거하고 평화를 되찾기 위해 특수부대인 델타포스, 레인저, 그리고 160 특수비행단을 모가디슈로 보내지만 예정보다 임무가 지지부진해지자 워싱턴은 안달이 납니다. 1993년 10월, 최정상의 미군부대가 UN 평화유지작전의 일환으로 모가디슈에 파견됩니다. 그들의 임무는 소말리아의 내란을 진압하고 기근을 구제하기 위해 작전시간 정해진 시간 안에 모하메드 파라 에이디드의 두 최고 부관을 납치하는 일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부대원들이 싸움터로 나갈 때 지휘관이 모니터로 싸움을 지켜보며 작전들 전달하는 본부 모습이 자주 불편합니다. 마치 인간이 전쟁의 소모품처럼 다뤄지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임무를 수행하는 저들 중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전쟁의 의미를 이해하고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있었을까요? 18살 꼬마 병사라니...




생명을 살리기 위해 소말리아에 도착한 미국의 정예부대. 갑작스럽게 지휘를 맡게 된 육군 중사 맷 에버스만(조쉬 하트넷)은 목표한 건물을 지키야 하고 군사 서기관이지만 항상 모험을 동경해 왔던 유격군 특수병 그림스(이완 맥그리거)는 실제 전투를 처음 경험하게 됩니다. 작전은 10월 3일 오후 3시 42분에 시작해서 1시간가량 걸릴 예정이었지만, 민병대의 저항은 생각보다 강했고 무적의 전투 헬리콥터인 '블랙 호크' 슈퍼 61과 슈퍼 64가 차례로 격추됩니다. 상황은 점차 미군이 자신들의 임무인 '적들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부대원의 구출과 생존'을 위한 싸움으로 바뀝니다.








바퀴가 달린 것 모든 거 총동원해!


자신들의 전쟁에 미국이 끼어들었다고 생각하는 소말리아 민병대와 전쟁이 아닌 학살을 하고 있다는 미국의 서로 다른 입장, 누구의 편이 되었던 수많은 죽음을 불사하고 있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 합니다. 젊은 유격부대와 베테랑 델타 부대원들은 구조 호위대가 그들을 찾으러 올 때까지 18시간 동안 폐허가 된 모가디슈의 한 구역에서 부상당한 채 고립됩니다. 도시 전체는 미군이 완전 무장한 소말리아 민병대로부터 공격을 받으며 시가지는 쑥대밭이 됩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병사들 사이에선 서로 간의 전우애와 인간애의 진정한 면모를 배우게 됩니다.




전쟁은 왜 일어날까요? 인간들의 갈등 때문일까요? 자신들의 이익 때문일까요? 이유야 어찌 되었던 대부분은 정치적인 이유가 가장 크고 정치적 명분이 전쟁으로 실현되면 사람들은 부품처럼 이용되고 사라져 갑니다. 대량 학살도 무기의 개발과 소진을 위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그렇게 애국을 무기로 내세우면서 파견된 군인들, 그들의 인생은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고 현실을 살지 못한 채 정신적인 고통으로 평생을 보내게 됩니다. 이 영화가 아무리 전우애를 내세운 것이라 하더라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치인이 아닌 일반 평범한 군인들 몫입니다. 적과의 싸움 중심이 아닌 전투를 벌이는 대원들 간의 관계와 처신, 서로 도와가며 헤쳐나가는 전우애가 중심인 영화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전쟁은 절대 미화될 수 없습니다.





2023년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전쟁들이 한창 벌어지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묵었던 전쟁이 노골화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쟁도, 혹은 누가 봐도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벌어지는 전쟁들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시가지 전투를 배경으로 제작된 작품, 기술적으로는 잘 만들어진 영화지만 미국의 우월적 면과 그들이 미국에 저항하는 이유를 함께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벌집을 건드렸던 미국은 결국 소말리아에서 철수했습니다. 결국 모두 죽어야만 끝날 것인가!  희생자만 남는 전쟁, 전쟁의 광기가 보여주는 잔인함과 참혹성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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