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제일 먼저 배운 것,

by gruwriting


- 새로 배운 말은 뭐라도 재미있을 때니까



우스개 말로 이젠 한국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가면 한국어 사용을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싫은 감정을 표현해야 때. 그만큼 한국어의 일부 발음은 그들에게 익숙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생각해 보면,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혹은 우리가 다른 외국어를 배울 때 상대적으로 빨리 습득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욕입니다. 신기하게도 어느 나라 말이나 욕을 표현하는 말들은 입에 착착 감기고 발음도 강력해서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외국 영화 속 비속어가 귀에 쏙 박히는 것처럼 말이죠. 인간의 가장 정확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 그런가요?






아기가 옹알거리고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 놀라움과 신기함에 부모들은 정신을 못 차립니다. 매일 매 순간이 새롭고 놀라운 일뿐입니다. 더불어 움직이는 반경이 넓어져서 다치고 상처 날 일이 많습니다. 한층 아기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엄마들은, 이때부터 새로운 장소에 적응해야 합니다. 놀이터! 아기가 집에서 노는 것과 놀이터에서 노는 것은 노는 형태 자체가 다릅니다.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가 시작되고 엄마의 입장에서는 훨씬 예측이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고 멀리 떨어져서 실제로 무얼 하고 노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놀이터에서 배운 것들을 하나씩 스스로 풀기 전까지는.






세상에 나가는 첫걸음


이사를 하고 처음 나간 놀이터, 주변에는 제법 또래가 많았습니다. 발에 모래가 묻는 것이 싫긴 하지만, 다행히 붙임성이 좋아 금방 친구를 사귑니다. 한 무리의 아이들 속에서 같이 따라다니며 잘 놉니다. 그렇게 매일 오후 한나절을 보내고 뿌듯하게 집으로 돌아옵니다. 어느 날, 날씨가 궂어서 놀이터에 나갈 수 없게 된 날, 아이는 여느 때처럼 인형 놀이, 블록 놀이, 책 읽기(글자는 모르지만 엄마가 읽어준 걸 외워서 읽는 척..)를 합니다. 그런데,... 응??? 생전 처음 듣는 소리가 들립니다. 앗! 2호와 소꿉놀이, 인형 놀이를 하며 안 쓰던 말을 뱉기 시작합니다. ‘욕!', 분명히 욕입니다. 귀를 의심했지만 분명 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흔히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라 어른들은 신경을 안 쓸 수도 있었지만 저는 사람의 감정을 욕설 한 마디로 배설해 버리는 행위를 싫어합니다.



누가 자식을 기르며 일부러 나쁜 말과 나쁜 습관을 가르칠까요? 하지만 부모들과 상관없이 주변을 통해 아이들은 빠르게 나쁜 것을 배웁니다. 왜 그럴까요? 부모들이 알려주지 않는(?) 혹은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이니 흡수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나 봅니다. 놀이터에서 배워오는 욕은 참 대응하기 어려웠습니다. 한동안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고민에 빠집니다. 잘못된 것을 완전히 익히기 전에 알려줘야 하는데... I can't believe this shit, f**k!






모든 것에 양면이 존재하니 어쩔 수 없지만



멍멍 x새 x야, 너 오늘 뭐 먹었어?

붕붕이 x새 x는 지금 밤인데 왜 안 자는 거야?

고래 x새 x야 우리 쪼금만 더 놀까? 아까 총총이 x새 x가 놀자구 그랬어.


인형들을 앉혀 놓고 인형들과 대화를 하는 중 빠짐없이 등장하는 욕, x새 x.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면서 모든 인형에게 붙여 부릅니다. 인형과 대화하는 아이, 거기 빠지지 않는 x새 x.... 왜 이름이 달라졌는지 궁금했습니다.


멍멍이랑 붕붕이랑 인형 친구들 왜 이름이 바뀐 거야?

어... 친구들이 다 그렇게 불러요.

그럼 친구가 너도 그렇게 불러?

아니요

그럼 2호도 그렇게 부를 거야?

아.. 니요


놀이터에서 친구들이 그랬다고... 그건 누구를 부르는 이름이 아니니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서 한동안 말문이 막힙니다. 고민 끝에 '1호 x새 x!'라고 불러봅니다.


엄마는 내 이름 1혼데 왜 1호 x새 x라고 해요?

니가 인형 이름을 그렇게 불러서 그런 거야. 인형들 이름처럼 바꾼 거야. 이상해?

응, 그거... 내 이름 아니에요.

거봐, 그러니까 니가 인형을 그렇게 부르면 인형들도 이상하게 생각해, 그러니까 이름만 불러줘, 알겠지?

응, 이상해.


노래처럼 x새 x를 부르다가 겨우 이름에서 빠졌습니다. 놀이터에서 처음 배운 말이 욕이라니... 화가 나거나 놀라거나 강한 표현을 하고 싶을 때 적절한 언어를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말 습관에 굉장히 신경을 쓰다 보니 더더욱 거칠게 느껴졌던 욕, 생각해 보면 살면서 욕할 상황이 많기는 합니다. 다만 즉흥적인 감정을 표현하는데 욕이 직접적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도 함께 배우길 바랬을 뿐입니다.






부모가 처음인 부부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과정엔 생각보다 할 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일관된 태도일 것 같습니다. 같은 상황 앞에서 엄마와 아빠의 다른 태도는 아이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친구를 다치게 하거나 거짓말을 했을 때, 혹은 때를 쓸 때, 게으름을 부릴 때, 교육하려는 방향과 맞지 않을 때 등등... 엄마가 따끔하게 혼을 낼 때 ' 사내자식이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라는 아빠의 한마디는 아이에게 위로가 될 수는 있지만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이 필요하다는 걸 배우지 못하게 합니다. 또, 관계 속에서 서로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아빠의 호된 꾸중으로 눈물 흘리는 아이에게 '다음에 그러면 oo 엄마한테 말해서 혼내줄게'라는 엄마의 다독임은 아이가 다시 같은 잘못을 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줍니다.



부모들이 살아볼 수 없는 세상을 살아야 하는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스스로 판단하며 자기 삶을 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상대적으로 아이들과 더 밀접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엄마들이 매번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일관성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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