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있는 엄마가 되겠다고 했지만 매번 새로운 선택지 앞에 서야 합니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늘 상상을 초월하고 엄마가 알려준 것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해되는지 엄마는 모릅니다. 해야 하는 건 맞는데, 하지 마. 가야 하는데 가지 마. 니가 맞지만 그렇게 하면 안 돼.... 스스로 한 말을 지키지 못할 때 더구나 그것이 교육의 한 방법으로 가르치던 것이었으나 다른 소리를 해야 한다면, 난감합니다.
살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자신의 일상으로 흡수하는 과정이 인생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은 정직해서 보이는 그대로 느끼고, 느끼는 그대로 반응합니다. 때가 묻기 전까지는. 아이들의 성장 속도는 모두 다르고 그 다름의 여러 모습을 기다려 주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할 일입니다. 성장 속도가 조금 달라 살짝 2호를 걱정한 적도 있었지만 몇 가지 차이를 경험하고 이후론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다들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자라는 중이니까요. 지금도 여전히 그저 믿고 지지하고 기다려 주는 일을 할 뿐입니다.
놀이터에서 사귄 친구와의 생애 첫 약속, 같이 놀기로 했는데 하필 비가 옵니다. 한여름 장마철이라 폭우가 내리고, 아침부터 몇 시냐고 계속 묻던 아이는 초조해합니다. 꽤 여러 날 전에 한 약속인데도 잊지 않고 몇 밤을 자야 하는지 손가락을 꼽으며 기다리던 날입니다. 점점 시간이 다가올수록 안절부절, 아무래도 그칠 비가 아닌 듯 해 포기 시켜야 했습니다.
오늘은 아마 그 친구도 못 나올 거야, 다음에 만나,
오늘은 집에서 놀자... 네가 좋아하는 장난감이 올 거야.
아무리 달래 봐도 안됩니다. 약속을 했기 때문에 꼭 나가야 한다고, 그렇게 한참 실랑이가 이어지지만 고집스럽게도 꼭 나가겠다고 합니다. 마침 비가 조금 덜하기도 하고, 순간 실제 겪어봐야 나중에 같은 일이 없을 것 같아서 그만 '나가'...라고 해버렸습니다.
비 때문에 몇 번을 망설이다가 조심조심 집 밖으로 나갑니다. 우산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립니다. 놀이터까지는 몇 개의 골목을 돌고 슈퍼 앞의 큰 개를 지나야 하는데... 무섭지만 눈 질끈 감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서 지나갑니다.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내립니다. 걱정이 되는 마음에 몰래 뒤를 따라갑니다. 나름의 난관을 지나서 도착한 곳.... 빗물에 물웅덩이가 되어버린 놀이터, 약속한 친구는 없습니다. 비를 쫄딱 맞은 아이는 끝내 울음을 터뜨립니다.
... 그냥 같이 우산 쓰고 가 줄 걸 그랬나?
약간의 후회와 스릴, 이건 무슨 감정인지, 긴장도 되면서 어이없기도 하고 감기 들까 걱정도 되고,... 어쩌다 아이를 미행하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둘인 집을 자세히 보면, 큰 아이와 작은 아이는 참 많이 다르지만 나름의 공통점이 보입니다. 대개 큰아이는 고지식한 편이고 작은 아이는 제멋대로인 경우(나쁜 의미는 아닙니다.)가 많습니다. 대개 큰 아이는 처음 부모가 된 사람들이 들인 정성만큼이나 곧이곧대로 성장하니(육아의 경험이 없으니 당연하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최대한 조심하고 정성을 들이게 됩니다.) 그 모습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반면 직은 아이는 한번 키워봐서 뭘 조금 압니다. 어떻게 해도 부모의 기대나 노력으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 차이로 작은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발랄하게 성장합니다.(지금 말하는 두 가지 경우는 아이가 타고난 기질과는 무관합니다. 학습 방식의 차이가 아이들의 세상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기도 한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세상에 나아가 스스로 교육받은 것과 다른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기 전까지는)
아이를 키우며 스스로 한 말 중에 절대 하면 안 되는 말 - '나가!' - 을 배운 계기가 두 번 있었습니다.
한 번은, 이제 막 3살 된 1호가 친구와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을 때
또 한 번은, 그 위험하다는 중2가 된 2호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서 너무 늦게 돌아왔을 때
결론적으로, 두 번 모두 아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습니다. 크던 작던 비가 오던 새벽이던 나가라면 아이들은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 말 한마디로 얼마니 가슴 조리고 머리가 하얘졌던지... 처음 1호를 통해 배웠으면서도 2호를 통해 또다시 배워야 했을 만큼 무지했지만, 아이들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돌아보면 꼭 한 가지씩은 있습니다. 그것이 저는 '나가!'였습니다. 이후부터는 ‘ 자,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생각해 보자.’, '왜 그런지 같이 보자.'는 말을 자주 합니다.
부모가 자신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아이들은 부모의 언어로 받아들이고 이해합니다.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자신을 존중하는지, 귀찮아하는지, 부모 마음대로 생각하는지,... 그 어떤 경우라도 부모의 언어들은 항상 아이들의 삶에 풍향계 역할을 합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무너지지 않는 신뢰를 지켜야 할 이유 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