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안다, 말을 못 해도 말을 하면... 알아듣는다

by gruwriting



- 빤히 쳐다만 보지만, 알아요



외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이 낯선 외국인을 만났을 때, 서로 상대방의 말을 전혀 하지 못하면 대화가 어렵습니다. 서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각자의 언어로 말을 하면서 상대방의 몸짓이나 표정으로 추측하며 그 사람의 의사를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가 이해할 법한 과정이 몇 번 반복되면 웃기도 하고 갸웃거리며 맞거나 아니라는 의사 표현도 하게 됩니다. 시간이 걸리지만 그렇게 하면서 서서히 친해지고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상대방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갖습니다. 어쩌면, 육아도 이와 닮은 점이 있지 않을까요?






평소에 아이들을 좋아하지도 않고, 실제 자주 만나본 적도 별로 없던 사람이 이제 막 세상에 나와 삶을 시작한 아이를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하지만, 엄마는 본능적으로 아기를 위해 무엇이든 합니다. 이건 생각의 범위가 아니라 말 그대로 본능이고 아기는 돌봐야 하는 존재로 인식합니다. 방법을 모르지만 하나씩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이와 지지고 볶으며 아이가 아는지 모르는지 답답한 시기를 보냅니다.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네


1호가 태어나던 그해 여름은 특히 기록적으로 더웠고 힘든 시기였습니다. 후덥지근한 공기의 지하방에서 밤잠을 설치며 울고 보채는 아기, 끈적거리는 여름밤 문을 열어둔 사람들은 한층 더웠을 겁니다. 오밤중 쩌렁쩌렁 울리는 아기 울음소리는 이웃의 불쾌지수를 높이는 터라 어르고 달래야 했습니다. 며칠밤을 전전긍긍하느라 아기도 저도 지칩니다. 그러다 문득, 아기가 놀라지 않게 가슴에 손을 얹어 살짝 누르고 눈을 쳐다보며 차근차근 말을 걸어봅니다. '밤'이라는 시간에 자야 하는 이유를 주절주절 하염없이 떠들고 있는 나.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어라?! 그런데 효과가 있습니다! 울음을 그치고 빤히 저를 바라보는 아기, 아기가 알아들은 걸까요? 칭얼대던 소리가 사라졌습니다. 잘했다고 이쁘다고 웃으며 칭찬하고 다독이며 잠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압니다, 말을 못 해도 말을 하면 알아듣습니다. 부모가 어떻게 왜 그렇게 말을 하는지 느끼고 압니다, 그리고 반응합니다. 작지만 진심을 알아듣는 아기의 반응은 한동안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줬습니다. 아, 아기들도 다 아는구나.... 알아듣는구나. 그렇습니다. 아이는 아이의 수준에서 엄마에게 반응합니다. 아이의 수준에서 주변에 반응합니다. 그것을 어른들이 눈치채느냐 눈치채지 못하냐에 따라 아이와 대화가 되고 안되고 할 뿐입니다. 처음부터 아이와 대화가 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연습


가끔 식당에 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는 모습을 봅니다. 아이들은 뛸 수 있습니다. 소리도 지를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어디에서 언제 하지 않아야 하는지는 알려줘야 합니다. 이유와 함께. 그럼에도 아이들은 금방 까먹을 수 있고 함부로 행동할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아이가 소리를 질러도, 함부로 다른 사람들을 귀찮게 해도 무심한(핸드폰에 빠진) 부모들이 자주 보입니다. 저는 이런 경우,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들이 이해가 안 되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은 어떤 표현을 할 때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표현하지 못할 때, 어떤 강요 앞에 놓였을 때, 스스로 표현할 방법을 모를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거칠어질 뿐입니다.



사람이 언어를 배우고 자라는 것은 사회생활을 하며 소통하는 과정입니다. 여전히 지금도 자식들과 대화를 하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서로 자기의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의견을 주고받는 그런 과정이 삶의 대부분일 겁니다. 나중에 아이를 - 무엇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어떤 기질을 갖고 있는지 언제 가장 행복해하는지 지켜보고 기회를 줘야 합니다. 꼭 그림을 그리고 싶은 아이를 수학이 중요하다고 수학학원에 보낸다고 그 아이의 수학 성적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분해하고 조립하는 아이에게 깔끔한 정리만 강요하는 생활 습관은 아이의 상상력을 꺾어버립니다. 부모들은 자신들이 공을 들이며 자식들을 특별하게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도저도 아닌 두루뭉술한 아이들로 자랍니다(이걸 보통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며 안심하는 어리석은 부모는 되지 말았으면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은 결국 자신의 타고난 기질대로 살아야 탈이 없습니다. 그래야 삶에 대한 만족감이 높습니다. 그 성장 과정에서 하나씩 기질을 확인하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보는 역할, 그것이 엄마 아빠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 아이니 안다고 단정하지 말고 보이는 그 속에 무엇이 있을지 찬찬히 바라봐야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자신들의 머릿속에 그려 놓은 그림과 많이 다릅니다. 움직이는 그들만의 현실이 따로 있거든요. 이유 없이 떼를 쓰는 아이도 찬찬히 보면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설령 그것이 반복되며 습관이 되었다 하더라도... 어른들에게는 시덥잖지만 아이들이 목숨 걸고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적어도 그것이 뭔지, 왜 그런지 이유는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소통은 가끔 곱지 않은 모습으로 시작되기도 하니까요.





이전 04화끊임없는 말 걸기와 혼자서도 잘 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