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 가만히 바라보면 그들끼리도 어떻게 어울리는지 어떻게 어울리지 못하는지 보입니다. 그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지만 자라면서 어른들의 교육(?)이 끼어들면서 본능 외의 판단이 작용합니다. 누구랑은 놀고 누구랑은 놀지 않는 것들이. 아이들은 또래들과 잘 지내야 하지만 가끔은 싸우고 또 금방 잊어버리고 같이 놉니다. 장난감을 빼앗아서 괴롭히고 이유 없이 친구를 때리기도 합니다. 아직 아기들이고 말대신 몸이 먼저 움직이니까요.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면서 아이들의 생활 반경은 넓어지고 관계도 복잡해집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며 신나서 밖으로만 노는데 집중하던 1호가 어느 날, 싸우고 돌아온 날이었습니다. 음.. 내용상으로는 싸웠다기보다 맞고 온 날이 정확한 표현 같습니다. 얼굴이 깡통에 찍혀서 들어온 날, 울음을 참고 집까지 겨우 와서야 울음을 토해내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얼굴의 상처를 보고 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은 분명한데, 왜 그랬는지, 아이의 반응을 보면 뭔가 잔뜩 억울한 것 같고...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화를 내고 분노를 합니다. 하지만, 전 천성적으로 나쁜 상황이 생기면 화가 나질 않는 사람입니다. 대신 사실 확인을 위해 물어봅니다. 왜 그렇게 된 건지 아이를 달래 가며... 편을 갈라 놀다가 상대방의 한 아이가 깡통으로 얼굴을 때린 것이었고 편이 달랐다는 것 밖에 특별히 그 아이를 괴롭히거나 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실수일까? 뭔가 기분 나쁜 포인트가 있었나?
아이들이 어느 정도 발육이 성장하면 몸을 움직이는 과정에 아빠들이 육아에 본격적으로 참전합니다. 몸을 쓰고 움직이는 방법은 엄마보다 훨씬 빠르게 가르칠 수 있습니다. 퇴근 후 아이의 상태를 본 아빠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는 아무 말 없이 어딘가로 나갑니다. 한참이 지나서 늦은 밤 손에 들고 온 펀칭백... 어린이용 펀칭백을 들고 들어옵니다. 그리곤 주먹 쥐는 방법과 때리는 방법, 발을 차는 방법등을 꽤 자세히 알려줍니다. 쳐 보라고... 어디를 때려야 하는지, 어디를 때리면 안 되는지. 그런데 배우면서도 아이는 머뭇거리며 망설입니다. 갑자기 울먹거리더니 자꾸만 저를 쳐다봅니다.... 왜?... 뭐지?
엄마, 그런데요,... 친구를 어떻게 때려요??
말 문이 막힙니다. 그러게 어떻게 해야 하나... 태어나서 누굴 때려본 적도 맞아본 적도 없었으니 다른 상대(더구나 같이 놀아야 하는 친구)를 때려야 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큰 부담이었던 겁니다. 저 역시 살면서 누군가와 몸싸움을 하거나 크게 싸워본 적이 없는 터라, 몸싸움으로 불편한 그 느낌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괴롭힐 때 방어를 할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 방어 행위가 스스로 자신을 지켜내야 하는 그 첫 시작이기도 합니다. 세상살이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지만 사실 그걸 그대로 실행하기는 사실상 너무 어렵습니다. 겨우 한다는 소리가,
니가 먼저 때리는 건 안 되지만 누가 너를 때리거나 괴롭히면 그땐 같이 때려줘야 해.
그래서 때리는 방법도 배워야 하는 거야..
찬찬히 타이르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지만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 아이의 표정, 뭔가를 골똘히 생각합니다. 그리고 며칠 후 또 같은 아이와 싸움이 나고 결국 괴롭히던 아이를 때렸던지, 늦은 오후 아이 엄마가 집을 찾아옵니다. 막무가내 소리를 지르며, 뒤에서 훌쩍거리며 울고 있는 자신의 아이 얼굴을 보여줍니다. 뺨이 살짝 불그레해 보였습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 건 순간이더군요... 자신의 아이보다 몸집이 큰 아이(네... 1호는 또래보다 컸습니다. 그런데, 그게 뭐 맞고만 있어야 할 이유가 되나요? 1호는 깡통으로 맞은 자국이 2달 이상 남아 있었습니다만.)가 어떻게 그렇게 때릴 수 있냐며 항의합니다. 한동안 자초지종을 듣고 서로 조심하자며 상대 아이와 엄마를 돌려보내고 아이에겐, 잘했다! 고 칭찬해 줬습니다. 그렇게 하는 거라고!
살다 보면 좋은 날보다 궂은날이 훨씬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과 부딪힘이 없으면 가장 좋겠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변과 혹은 주위 사람들과 자주 부딪히고 싸워야 할 순간이 발생합니다.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때 옆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자신을 위해서 몸을 쓸 줄 아는 것, 몸을 지킬 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설령 부모들이 운동을 싫어하더라도 아이들이 해 볼 기회는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자신의 몸을 컨트롤할 줄 아는 것은 무의적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때에 맞게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놀 때 놀고 공부할 때 공부하며 자라야 세상을 향해서도 호기심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신감이 있는 아이들은 심리적으로도 안정되어 무엇이든 적극적인 반응과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 잠깐의 해프닝으로 약간의 실랑이와 싸움이 있은 후 아이들은 나름의 서열이 정해졌던 듯합니다. 골목이 조용해지고 (괴롭히던 아이와도 친해지고) 아이들은 한층 신나게 놀았으니까요. 아이는 그렇게, 싸움이 기세라는 걸 배워버렸습니다. 지지 않는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