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험적으로 공교육(대개는 유치원을 포함한 정규 교육)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지금이야 어린이집까지 있어 유아기 때부터 아이들이 교육 기관에서 자라지만 당시엔 빨라야 5살 정도에 미술학원이나 음악학원, 태권도장 정도가 유치원 전에 갈만한 곳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배워볼 수는 없지만 아이가 관심을 갖는 것이 있다면 해 볼 기회는 주려고 애써 봤습니다.
경험적으로 전 공교육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공교육(학교)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든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인정하든 말든 모든 것에 마치 답이 정해진 것 같던 통제된 학교 생활은 갑갑했고,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을 물어보든 답이 없었다(오히려, 궁금한 것은 일을 마치고 며칠 만에 집에 오시는 아버지를 통해서 답을 듣곤 했었습니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지금 알 필요가 없거나 나중에 알아도 되는 것들 뿐이었고 아무도 함께 고민해주지 않아서, 궁금증은 아무것도(한 번도) 해소된 적이 없었습니다. 새롭고 낯선 것을 꿈꿀 수 없었기에,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는 처음부터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공부는 그냥 혼자 책을 보고 점수를 적당히 채우면 되는 과정이라고 인식했고 친구들과 특별히 친한 것도 아니어서 학교는 그냥, 시끄럽기만 한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적응하기 어려웠던 곳. 시기에 따라 교육과정을 채워 졸업해야 하는 곳,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자라는 것은 그저 나이를 먹고 커서 직업을 갖고 세금을 내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의 꿈을 찾고, 자주 질문하면서, 자주 실패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과정에 교육이 있어야 합니다. 그저 암기와 경쟁만 있을 뿐 교육을 위한 철학 자체가 부재합니다. 모두의 관심은 어느 학교를 가고 어떤 전공이 인기가 있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그 좋다는 의사, 변호사, 검사, 판사... ‘사’ 자로 대표되는 직업들을 부모들은 자식에게 원합니다. 부모들의 보상심리 - 자신들은 그런 직업을 갖기 위해 참고 견디며 공부에 매진했던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 만 작용할 뿐이었습니다. 자식들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법하지 않나요?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시 육아를 한다 하더라도...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것을 하려는 아이는 힘들어합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나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슬픈 일입니다. 내가 본 아이들 성격상 통제가 엄격한 곳이 답답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볼 기회는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엄마의 마음일 뿐, 기대반 걱정반으로 보냈던 미술학원을 하루 만에 그만뒀으니.... 예상이 맞았습니다. 유치원도 어린이집도 미술학원도 ,,, 다 이상해요. 틀에 박힌 놀잇감보다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가 정해진 색종이 개수에 제한을 받으면 당연히 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더구나 집에서 일간지들을 종일 펼쳐 놓고 글자 찾기 놀이를 하면서 단어로 문장도 만들고 이름도 찾던 방식으로 살았으니 그럴 수밖에... 예전엔 일간지를 네 곳에서 구독하곤 했습니다. 집에 쌓이는 신문을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1호가 말과 글을 배워야 할 시점부터 장난감처럼 신문(강한 색감이 있는 잡지류도 포함하면 더 좋습니다. 집은 난장판이지만...)을 오리고 신문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고 모으며 놀곤 했었습니다. 나중에 이 방법이 학교에서도 교과 과정으로 진행되었지만 당시엔 그저 아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했습니다.(NIE, Newspaper In Education는 신문교육을 의미합니다.) 이 활동은 아이들의 집중력에 굉장한 도움이 되고 글을 빨리 익힐 수 있습니다. 레고를 재미있게 가지고 놀거나 흙놀이와 벌레를 잡으러 다니는 것보다 좁은 공간에서 나눠준 색종이 몇 장으로 멀뚱 거리며 아이의 에너지가 쓰일 수는 없었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하루 만에 그만뒀습니다.
'왜 애가 혼자 저러고 있어? 엄마가 애를 바보로 만들려고 그래요? 친구가 있어야지, 원...'
텅 빈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와 한가로이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 혀를 차며 못마땅해하는 주위 어른들의 비난을 들어야 했지만, 조용한 놀이터에서 온전히 집중해서 노는 아이는 행복합니다. 친구들은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같이 놀면 그뿐입니다. 고른 정신적, 육체적 발육은 한 인간의 삶에 바탕이 됩니다. 안정된 정서, 건강한 몸, 세상을 향한 건강한 태도와 판단들, 모두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회를 제공해 보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같이 몸으로 놀아주고 보고 싶은 것을 함께 보며 공감해 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 차이도 확인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갈등의 조정도 그 기회들 속에서 배우고, 서서히 자신의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