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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Jan 17. 2024

로만 J 이스라엘, 에스콰이어

누가, 스스로의 위선에 대해 자기가 원고가 되어 피고로 고소할 수 있을까


로만 J 이스라엘의 변호사 자격을 캘리포니아 변호사 협회와 인류로부터 영원히 박탈하고자 한다. 이는 그가 위선자이며 그가 지킨다고 주장하던 모든 것을 등졌기 때문이다.




<로만 J 이스라엘, 에스콰이어>는 각본가 댄 길로이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작품입니다. 로만 J 이스라엘(덴젤 워싱턴) 은 한 법률 사무소에서만 평생을 일해 온 의욕적이고 성실한 범죄 변호사입니다. 성격이 강직하고 신념 강한 인물이지만 파트너 윌리엄이 갑자기 심장발작으로 쓰러지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법률 사무실은 폐업을 하고 로만은 실업자가 됩니다.




36년간 동업자였던 윌리엄의 뒤에서 그가 법정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문서 초안을 작성해 왔지만, 이젠 로만이 직접 법정에 출두해 사건을 맡아야 합니다. 편의점 총격 사건인 랭스턴 베일리 사건을 진행하지만 법정 모독으로 벌금형을 받습니다. 갑자기 닥친 어려운 난관 속에 제일 힘든 것은 실업자라는 사실입니다. 로만은 일자리를 찾아 무료법률사무소에 가지만 단체에도 일자리는 없었습니다. 윌리엄의 지시에 따라 조지 피어스(콜린 패럴)가 폐업과 수금을 하면서 로만에게 일자리를 제안하지만 부당하게 수수료만 챙기는 조지의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아 거절합니다.






저는 실직에 대처하지 못했어요


로만의 특별한 기억력을 알아본 조지는 로만을 채용합니다. 그동안 조지가 넘기는 사건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그 돈으로 법률사무소가 운영되었던 것을 알게 된 로만, 호기롭게 조지의 제안을 거절하며 수수료나 챙기는 일을 돕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엔 조지와 함께 일하기로 합니다. 배은망덕한 사람들에게 퍼주는 것도, 이젠 지쳤고... 현실적인 문제가 더 크죠. 로만의 조용조용한 이 고백은 생활고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이상과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줍니다. 매일 출근해 일을 하면서도 자선단체처럼 적자 속에 운영되는 법률사무소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이야기하는 마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 시작한 일이지만 현실적인 경제적 어려움에 신념은 자주 흔들립니다.




랭스턴 베일리 사건의 변호를 진행하던 중, 구속 중이던 펄리시티의 조카 드렐이 살해당합니다. 사건 자료를 살펴보던 로만은 총격 살해범에게 1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린 사실을 알고 범인 카터 존슨의 위치를 제공하고 현상금을 받습니다. 이사를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사고 싶은 것을 사며, 차근차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합니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생활이지만, 새로운 변신을 받아들입니다. 메이플시럽을 바른 칠면조 베이컨 도넛 3개와 히비스커스 석류 주스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는 로만의 표정, 행복해 보입니다. 100달러를 내고 12달러의 음식을 사면서 88달러를 팁으로 주는 로만, 그는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던 중, 로만이 자신을 신고하고 현상금을 챙긴 사실을 안 카터 존슨은 로만을 변호사로 고용합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놓인 로만은 잠시 잊었던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내가 나를 고소하고 나를 대변하고 나를 유죄로 신고함으로써...


로만은 가난했습니다. 무료법률사무소에서 30년 이상 일을 했지만,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됩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자신의 신념과 이상을 지키고 싶었던 로만이었지만, 먹고사는 문제에서 현실적인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자신에게 자기 고백을 합니다.


내가 성공을 못하는 건 다 내 탓이죠,

세상은 멋진 것들로 가득해요.

어떤 무기도 잘만 쓰면 도구가 되죠.


순수함으로는... 이 세상을 살 수 없다는 거예요. 생활고 때문이죠.

진실하긴 정말 어렵죠. 원칙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요.



갈등과 불안에 휩싸인 채 사막에서 도망치며 자신의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외치는 로만, 현상금을 돌려보내며 자수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내가 피고이자 동시에 원고예요. 내가 나를 고소하고 나를 대변하고 나를 유죄로 신고함으로써

법의 사막지대 전체로 확장했죠. 판결은 이미 정해졌으니까요.

이제 남은 건 용서이니 그걸 내게 주려고 합니다.

마음도 유죄가 아닌 한 행위로 유죄가 될 수 없죠.





고단한 현실 속에서 꿈과 이상을 향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눈앞에 닥친 도덕적 윤리적 문제 앞에서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지 않을 거라 누가 감히 자신할 수 있을까요? 로만의 말처럼 누구에게나 약점과 잘못은 있기 마련, 서로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누가, 스스로 자신의 위선에 대해 자기가 원고가 되어 자기 자신을 피고로 고소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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