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난 행운이나 뜻밖의 재미들로 인생이 바뀔 수도 있어요
살면서 우연히 만나는 행운이나 뜻밖의 재미들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사소한 계기가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머리를 식히려고 잡은 책 한 권에 감명을 받아 학자의 길고 들어선다던가, 세계사를 공부하다가 여행가의 길로 들어선다던가, 종일 뭔가를 만들고 부수고 반복하다가 건축 설계사나 과학 발명가가 된다던가, 인형놀이에 푹 빠져 이야기꾼이 되어 소설을 쓰게 된다던가... 우연에서 비롯된 의외성은 무수히 많이 있습니다. 수많은 우연들이 만들어낸 기회와 인연들이 현실이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흥미롭습니다.
한껏 들뜬 뉴욕의 크리스마스이브,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을 사느라 북적거리는 한 백화점에서 조나단(존 쿠삭)과 사라(케이트 베켄세일)는 각자 애인에게 줄 선물을 고르다가 마지막 남은 장갑을 동시에 잡으면서 첫 만남을 갖게 됩니다. 뉴욕 한가운데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 크리스마스 분위기 탓이었을까요? 각자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서로의 매력에 끌려 맨해튼에서 잠시 저녁을 함께 보냅니다. 한눈에 사랑에 빠진 조나단은 전화번호를 교환하자고 제안하지만, 평소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사라는 운명에 미래를 맡기자며 아리송한 대답을 합니다. 그렇게, 서로의 이름도, 연락처도 모른 채 두 사람은 헤어집니다.
사라는 갖고 있던 책에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은 후 헌책방에 내놓겠다고 말하며, 조나단의 연락처가 적힌 5달러 지폐가 자신에게로 돌아오면 연락하겠다고 말합니다. 허무맹랑한 약속을 뒤로하고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갑니다. 두 사람은 7년의 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면서도 조나단은 헌책방을 지날 때면 혹시 사라의 연락처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책을 뒤적입니다. 사라 역시 지폐를 주고받을 때마다 앞뒤 메모를 습관적으로 확인하곤 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약혼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7년 전의 추억들을 운명처럼 떠올리게 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게 되자, 마침내 마지막으로 뉴욕을 찾습니다.
어쩌면 사라와 조나단은 운명적으로 만날 사람들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정해진 운명인데 왜 그렇게 돌아갔을까요? 우리의 삶이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다면 살아가는 재미나 흥미가 떨어지지 않을까요? 하지만, 정해진 어떤 운명을 스스로 찾아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또 다른 그 누군가와 간극을 줄여나가는 과정이 우리 삶이 아닐까요? 그래서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곧 자신이 만나게 될 운명적인 만남과 사건들이 자신의 노력과 애씀으로 조금씩 가까워지고 인연으로 드러나는 건 아닐까요?
사실 매사에 우연이 존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저 주어지는 우연 그 자체는 없습니다. 실제로는 그 모든 것을 향해 우리가 노력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영화에서도 사라가, 혹은 조나단이 장난처럼 단서만 던져두고 그대로 방치하거나 그냥 잊어버렸다면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조금은 지루한, 뭔가 허전한 자신들의 생활 속에서 틈틈이 지난 기억의 한 조각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는 모습을 보입니다.
각자 결혼을 앞둔 두 사람의 황당한 끌림이 어찌 보면 억지스럽고, 또 어찌 보면 달콤해 보입니다. 다들, 이런 인연이 우리에게도 한 번쯤 있었으면... 하고 꿈꾸지 않나요? 우리 삶에도 약간의 낭만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오래전 헤어지고 오랜만에 만나도 좋은, 반가운 사람이라면 그것이 바로 서로의 인연이겠지요. 살면서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도 늘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면 그것은 삶에 큰 행운이 분명합니다.
Serendipity, 우리말의 ‘인연’만큼이나 어감을 좋아합니다. 어쩌면 의미가 일맥상통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연 속에 숨겨진 운명을 찾아 - 모두 자신만의 'Serendipity'를 찾기 위해 조금은 설레고 두근거리는 일상이 되어도 좋겠습니다. "살면서 열정적이었는가?"에 대해 스스로 고개 끄덕일 수 있는 나날들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