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차게 먹어야 맛있는 음식과 같죠
하루에 한 건 꼴로 빈번하게 유괴 사건이 발생하는 남미, 유괴당한 아이들은 대부분 살아 돌아오지 못합니다. CIA 전문 암살 요원 존 크리시(덴젤 워싱턴)는 지난 삶에서 자신이 행한 일들 때문에 괴로워하며 알코올에 의지하며 지냅니다. 수많은 목숨을 죽인 크리시가 자신의 삶을 견디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돌던 중 오랜 친구이자 동지인 레이번(크리스토퍼 월켄)의 권유로 내키지는 않지만 납치가 빈번한 멕시코 시티에서 보디가드로 일하게 됩니다.
크리시는 멕시코인 사업가 사뮤엘(마크 앤서니)의 아홉 살짜리 딸 피타(다코타 패닝)를 보호하기 위해 고용됩니다. 세상을 등지고 살던 크리시에게, 호기심 가득한 피타는 귀찮게 자꾸 질문을 합니다. 처음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질문을 해대는 피타의 지나친 관심과 배려가 성가셨지만, 크리시는 피타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점차 아이의 진심에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웃음을 되찾습니다. 하지만 피타와 크리시의 행복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피아노 교습 중인 피타를 기다리던 크리시는 수상한 차량들의 행렬을 발견하고 그들로부터 피타를 지키려 하지만 총에 맞아 쓰러집니다. 총격전이 벌어지고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피타, 부상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크리시는 피타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피타를 지키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절망과 분노에 찬 크리시는 납치에 관련된 범죄자들을 모조리 잡아 없애겠다고 다짐합니다.
피타의 죽음을 계기로 크리시의 복수가 시작됩니다. 혼자, 조용히 하나하나씩 사건의 연결 고리를 찾아가던 중 부패경찰과 거대한 범죄 조직을 마주하게 됩니다. 공공연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거대한 단체와 그 뒤를 돌봐주고 함께 공생하는 부패한 경찰들! 크리시가 상대를 하나씩 제거하며 점점 조직의 중심을 향해 나아갈수록 충격적인 사건의 진실이 드러납니다.
그동안의 어두웠던 삶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와 미소를 되찾게 해 준 피타, 크리시의 괴로움과 분노는 집요하게 범죄자를 하나씩 찾아서 죽이는 것으로 표현이 됩니다. 현란한 영상의 중첩된 카메라 연출은 크리시가 느끼는 마음속 괴로움을 극대화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신이 용서할까? 라며 회의를 느끼던 크리시는 이제 없습니다. 자기혐오로 자살을 시도하던 크리시 대신 오로지 자신이 책임을 다하지 못해 죽은 피타에 대한 생각과 잔인한 복수만 있을 뿐입니다.
토니 스콧의 영화는 입체적입니다. 입체적 영상에 서정성이 듬뿍 들어 있습니다. 죽음과 폭발 속에 서정적인 감정과 이야기가 세밀하게 녹아 있습니다.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액션이라기보다 입체적인 영상의 세밀한 감정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듭니다. 액션이 있고 죽음이 따르지만 요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잔잔합니다. 그래서 전개에 폭발력이 더 크고 더 강하게, 또 때론 더 비참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릅니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는 느낌을 줍니다. 스콧 감독의 영화에서 반전은 상당히 세밀하게 전개가 되어 쉽게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조용히 아름답게만 흐르는 강물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바위 덩어리처럼 임팩트 있는 반전이 나타납니다.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그 과정이 몰입감을 끝까지 유지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 의미 없는 자신의 삶에 살아갈 이유가 되어준 피타 - 죽은 줄만 알았던 피타를 구하기 위한 크리시의 마지막 시도! 다시 만난 피타와 크리시, 자신의 목숨과 기꺼이 맞바꾼 피타를 바라볼 때 안도하며 행복감을 느끼던 크리시의 표정은 무척 안타깝습니다. 피타의 눈물만큼이나 크리시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영화 내내 '크리시!'를 외치던 피타의 목소리와 웃음소리, 울부짖던 울음, 모든 울림이 꽤 오랫동안 귓가에 맴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