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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Feb 19. 2024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담백하고 단순하게 살아도 좋은데 왜 자꾸 샛길을 기웃거리지?


인생은 한 상자의 초콜릿 같단다. 뭐가 걸릴지 아무도 모르거든





모두 저마다의 운명을 타고 세상에 태어나지만 우린 우리가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 세상살이에 필요하다고 하는 것.. 그 모든 것들을 기웃거리고 자주 망설이며 꽤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며 살아갑니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 <포레스트 검프>는 잠시, 쉬어가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다리에 보조장치를 한 아이가 단지 친구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려야 했던 그 순간,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새로운 곳으로 이끌어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불편한 다리와 남들보다 조금 떨어지는 지능을 가진 외톨이 소년 ‘포레스트 검프’가 살아온 인생은 담백함과 단순함 그 자체입니다.







Stupid is as stupid does


인생은 초콜릿상자와 같은 거야... 어떤 걸 가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

 

가득 찬 초콜릿 상자를 선물 받고 기쁨에 들뜨지만, 그 초콜릿 상자에서 어떤 맛을 고를지 - 달달한 바닐라 맛을 고를지, 약간의 알코올을 품은 맛을 고를지, 그도 아니면 쓰디쓴 다크맛을 고를지 - 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대개 우린 그것이 어떤 맛이던 자신이 맛볼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보다 맛보지 못한 맛을 기웃거리느라 만족을 느끼지 못합니다. 바보 같은 짓을 해서 바보가 된다고 했던가요?





작고 사소한 시작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포레스트(톰 행크스)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걸까요? 포레스트는 자신에게 온 기회에서 늘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고, 그럴 때마다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일구어가며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서 '최선은 지금 현재에 있다'는 걸 또 배웁니다. 맑은 영혼과 순수한 마음으로 솔직하고 충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욕심 없는 행복과 만족을 느낄 줄 아는 포레스트는 바보가 아니었습니다.



포레스트가 우연의 연속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그대로 걸어가는 반면, 자신의 의지로 멋진 삶을 개척하기 위해 야심 가득했던 제니(로빈 라이트 펜)의 방황과 우여곡절은 마치 우리들 욕심처럼 울퉁불퉁하게 드러나고 자주 실망과 좌절에 이릅니다. 삶이 억지로 살아지진 않는다는 반증이겠지요?






난 가고 싶은 곳에 가기 위해 뛰었는데, 그게 삶의 기회가 될 줄은 몰랐어요



친구들의 괴롭힘을 피해 도망치던 포레스트가 대학에서 미식축구 선수가 되고 군대에서 훈장을 받은 전쟁영웅이 됩니다. 탁구 국가대표 선수로, 새우잡이 사업가로, 유명인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자신의 달리기 능력과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얻어진 성공들, 그 모든 순간에서 포레스트는 행복을 느낍니다. 하지만, 자신의 절대적인 지지자였던 어머니 죽음과 사랑하는 제니와의 이별을 겪으며 포레스트는 잠시 멈췄던 길을 다시 달립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지칠 때까지,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앞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우물쭈물하는 제 삶의 모습을 반추해 봅니다.  





 “Run! Forrest Run!”


이 한마디가 주는 감동은 참 따듯하고 아름답습니다. 다른 누군가와 경쟁하지 않지만 자신에게 온 모든 상황에 행복해할 줄 아는 포레스트는 무척 사랑스럽니다. 머리로 계산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포레스트의 따듯한 마음이 많이 부럽습니다. 우린 앞으로 달려 나가기보다 어지러운 현실 - 그 무엇에서 벗어나고 싶어 자꾸 도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피곤해지면 잤고 배가 고프면 먹었죠. 내가 가야 되면... 갔어요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달려야 하는 인생이지만, 포레스트가 말하는 이 단순한 것도 우린 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너무 복잡하게 살았나 봅니다. 담백하게 살아야 하는데 욕심이 생각을 꼬이게 하고 갈길을 돌아가게 합니다. 인생이 그렇게 현란하고 복잡할 필요는 없었는데, 솔직하게 스스로 갈 수 있는 길로 그저 마음이 닿는 대로 가면 그뿐인데! 매일을 쉼 없이 달리며, 멈춰야 하는 순간을 놓치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자책과 원망으로 또 지난 시간의 모습을 탓하며 매일을 보내는 어리석음은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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