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Just Not That Into You
He's just not that into you.
그는(그녀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이 명제는 어쩌면 남녀 관계를 이해하는데 가장 진실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커플의 관계들 속에서 서로 다른 속내를 갖고 울다가 웃다가, 가끔은 뜬구름 같은 허무맹랑한 희망고문에 시달리다가 문득 현실을 깨달을 때 씁쓸한 마음 한 켠을 돌아보게 되는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입니다.
7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연애를 하고 동거를 하면서도 결혼하지 않는 베스(제니퍼 애니스톤)와 닐(벤 애플릭)의 결혼에 대한 각기 다른 생각을 보며 결혼이 꼭 사랑의 마지막 골인 지점이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사회적 약속으로 만들어진 결혼 제도에 들어가 진정한 사랑의 결실을 맺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그 결혼이라는 장치 안에서 사회적 안정(사회적 인정) 감을 느끼고 싶은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우연히 슈퍼마킷에서 마주친 핫한 유부남의 배려로 살짝 마음이 설레는 여자, 밋밋한 삶에 새로운 자극을 느끼고 싶은 남자.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믿었지만 거짓말하는 남편을 참을 수 없는 아내와 진짜와 가짜도 구분 못하는 아내의 허영심(적어도 집을 짓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에게서 결혼의 지루함이 보입니다.
한 번의 소개팅을 하고 무작정 남자의 연락을 기다리며 황홀한 꿈을 꾸는 여자, 지지(지니퍼 굿윈)는 남자가 보냈을 법한 신호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자신의 감정이 아닌 상대방의 관심과 연락에만 전전긍긍합니다. 남자가 준 명함(찢었다가 혹시나 하고 다시 붙인) 한 장을 끌어안고 초조해하는 지지는 참 구질구질하고 딱합니다. 이런 지지에게 알렉스(저스틴 롱)는 현실 남자의 적나라한 생각을 꼭 집어 주며 정신 차리라고 조언합니다.
불꽃...... 그건 남자들이 만든 거야.
연락 안 하고 못되게 굴어서 여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그런 감정이 불꽃이라고 믿게 만드는 거야.
여자들은 착각에 빠져서 그 감정에 도취하지. 여자들은 극적인 감정을 즐기잖아.
남자는 만나고 싶으면 어떻게든 연락해요
영화 속 주인공들 중, 가장 적나라하게 남자와 여자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알렉스와 지지입니다. 알맹이가 드러나도록 속 포장지까지 모두 벗겨낸 것 같은 두 사람의 숨김없는 감정 표현과 뻔뻔스러움에 가까운 솔직함은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진실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지지에게 좋다고 말하면서도 관심남 목록에는 넣지 말라는 알렉스, 하지만 사랑은 결국 사소한 관심과 잦은 만남으로 시작되지만 늘 자신들은 그것이 사랑의 시작인 줄 눈치채지 못하곤 합니다. 감정에 솔직한 것이 쑥스럽고,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상처받을까 두렵고, 그렇지만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늘 갈증을 느낍니다.
여자들은, 어릴 때부터 남자가 나쁜 놈처럼 굴면 자신을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 믿으며 세뇌됩니다. 오랜 기간을 연애하고도 결혼을 하지 않으면 몹쓸 놈이 되고 여자의 부추김에 떠밀려 결혼을 하면 얼간이가 되는 남자의 사정도 나름 복잡합니다. 결혼에 대한 신기루도, 연애에 대한 확신도 없이 떠밀려서 한 결혼은 서로에게 충실하기 어렵습니다.
7년간 동거한 여자 친구의 아버지가 쓰러지자 닐이 조용히 찾아가 묵묵히 설거지를 하던 뒷모습을 보며, 그래 저런 거지...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결혼을 한 다른 형제들의 게으르고 씨끌벅적한 무관심을 보며 ,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진실로 여자친구를 위로할 줄 아는 남자친구 닐의 모습은 모든 걸 말해줍니다. 베스에 대한 진심이 듬뿍 담긴 애정, 관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라고 그로 인해 자신도 행복하고 싶은 닐이 청혼하는 모습을 보며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결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엔딩의..., 결혼 생활이 그리운지에 대한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던 벤의 표정은 결혼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듯해 안타까웠습니다.
어릴 때부터,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마음과 다르게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오히려 다른 사람을 대할 때보다 더 괴롭히는 경우를 보고, 너한테 관심 있나 보다. 니기 좋은가 보다. 어른들의 이런 조언은 독이 됩니다.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에 왜곡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특히, 여자들이 어릴 때부터 자주 접했을 법한 상황입니다. 자기감정을 들여다보는 대신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이해해 보려고 더 애쓰는 여자들, 아직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반면, 알렉스가 여자를 소모품으로 대하는 태도 때문에 진짜 사랑할 때의 감정조차 느껴보지 못했던 것도 이런 왜곡이 역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어릴 때 뇌 속에서 익숙해진 언어는 그대로 거르지 않고 진실로 인식합니다. 그렇게 배웠고 자신도 반대의 경우 그렇게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인식합니다. 남자와 여자 모두, 자신이 어릴 때 배운 대부분의 학습된 행동이나 언어를 평생 사용하며 살아갑니다. 무의식이 무서운 이유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도 교육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