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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Mar 25. 2024

포드 & 페라리

불가능을 현실로... 한계의 마지막 지점에 이르면 만나게 되는 것,


오랜만에 속도감 있는 영화를 봤습니다. <포드 & 페라리>, 포드가 실적 부진에 빠져 돌파구를 찾던 중 스포츠카 레이스의 최고 강자인 페라리와의 합병을 시도하지만 막대한 자금력에도 불구하고 계획은 실패합니다. 엔초 페라리에게 모욕을 당한 포드는 르망 24시에 나갈 차를 만들도록 지시합니다. 페라리의 아성을 깨기 위해 미국의 유일한 르망 우승자인 캐럴 셸비(맷 데이먼)를 찾습니다.






위함한 순수가 새로움을 만들다


포드사의 제안으로 셸비는 친구 켄 마일스(크리스천 베일)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합니다. 누구보다 자동차를 사랑하고 레이싱을 즐기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생활을 외면할 수 없던 마일스는 거절합니다. 생활인으로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가장으로 레이싱을 포기하려던 순간 받은 제안은 제법 솔깃했지만, 포드라는 거대한 회사 조직의 생리를 꿰뚫어 본 마일스는 선뜻 수락하지 못합니다.   



페라리를 이길 차를 만든다...... 포드가?

근데 포드가 네 멋대로 차를 만들게 둘까?

네가 원하는 대로?  그 포드 자동차가? 그 양반들이?

널 엿 먹일 방법을 찾을 거야.

왜냐? 그게 본성이니까.  걔들은 상사 비위만 맞추려고 해.  

방법을 찾아내는 순간 우릴 쥐어짤 거야,





마일스는 자신의 말대로 세상살이에 처세를 잘하지 못하는 탓에 까다롭다고 소문이 났지만 자동차를 다루는 실력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친구 셸비를 믿고 '자신들만의 빠른 자동차'를 만들기로 합니다. 영국에서 공수해 온 설익은 차를 분석하며 조금씩 필요한 걸 붙이고 나머지 불필요한 것들은 걷어내며 점점 더 빠른 차를 만듭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결과물이 나올 즈음, 부사장 비비는 마일스가 포드사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레이싱에서 제외시키려 합니다. 대기업이라는 거대 조직에서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중간 임원들의 속성을 드러냅니다. 겉으로는 회사의 이미지와 마케팅이 우선이라고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처세가 우선일 뿐입니다. 그렇게 레이싱 프로그램의 책임자가 된 비비는 집요하게 마일스를 배제할 계획을 세웁니다. 셀비는 자신의 사업체- 셸비 아메리칸을 걸고 마일스를 데이토나에 보내 우승합니다.  



 




I ~ AM  H. A. P. P. Y.



셸비의 뜻대로 르망에 참가한 마일스, 자신의 랩 타임을 계속 갈아치우며 최고의 순간에 다가갑니다. 팀워크를 앞세우며 포드 3대가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하도록 지시한 비비, 무려 2위와 4분이나 앞서 달리던 마일스는 속도를 줄여 2,3위의 포드 차와 함께 결승선으로 들어오지만, 비비의 계략으로 우승을 도둑맞습니다. 그렇게 포드 방식의 우승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역시 최고가 최고를 알아본다고 했던가요?  마일스가 우승을 빼앗기고 엔초 페라리와 인사 나누는 장면을 보며 진짜 프로들 간의 폼나는 멋짐을 봅니다. 마일스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우승이 물론 중요할 수도 있었지만, 오직 '혼자 1위로 달리던 순간의 고요함'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느낍니다. 자신의 목표는 이미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셸비를 생각합니다. 자신의 결정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과 함께한 친구의 믿음에 답을 줍니다. 속도를 줄입니다. 한 해 세브링, 데이토나, 르망 세 경기에서 모두 우승한 3관왕, 사람들은 패배를 말하지만 마일스는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마일스와 아들 피터가 함께 외치던 나는 행복합니다. I ~ AM  H. A. P. P. Y.  H. A. P. P. Y.  영화 속의 마일스와 피터처럼 같이 소리 내며 행복한 기분을 느껴봅니다. 스스로 자신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르는 우리들 마음속에 너무 많은 욕심이 들어있다는 걸 다시 환기합니다.  삶에도 프로가 있다면 마일스가 진짜 승자라는 걸 알게 됩니다.





셸비와 마일스가 개발한 포드 GT40은 르망에서 4번이나 우승을 한 미국의 유일한 차가 되었습니다. 지옥의 레이스인 르망 24에서 미국 자동차의 불가능한 우승을 가능하게 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경기를 마치고도 그저 차의 어디가 더 부족했었는지, 뭘 더 바꿔야 하는지 끊임없이 자동차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일스를 보며 자신이 사랑하는, 미치도록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됩니다. 우승도, 마음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분명히 있습니다. 돈에 맞춰 회사의 요구대로 레이스를 했더라면, 과연 폼나게 우승도 하고 스스로 만족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값어치의 총량은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7,000 RPM 어딘가엔 그런 지점이 있어

모든 게 희미해지는 지점

차는 무게를 잃고 그대로 사라지지

남은 건 시공을 가로지르는 몸뿐

7,000 RPM 바로 거기서 만나는 거야

그 순간은 질문을 하나 던지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넌 누구인가?  



자신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의 한계 마지막 지점에 이르면, 결국 우린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숨겨진 근본적 질문과 만나게 됩니다.


난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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