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예술품을 지키는 것은 자신들의 삶과 역사를 지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전쟁의 한 복판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 외 특별히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전쟁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 역사에 남는 기록들, 그것은 바로 문화유산입니다. 우리 삶의 모습이 그대로 응집된 역사와 문화유산들, 설령 눈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더 강력한 정신적 유산으로 시간이 흘러도 후대로 이어기도 합니다. 히틀러가 세계대전을 확대하면서 각국에서 수집하던 귀중한 문화유산들, 그들은 왜 점령지에서 문와유산을 빼앗았을까요? 이 유산들이 파괴되는 것을 막고 그것을 되찾기 위해 특별한 임무를 맡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모뉴먼츠 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히틀러에 의해 세기의 걸작들이 사라질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자 미술 역사학자 프랭크(조지 클루니)는 이를 막기 위해 예술품 전담부대 ‘모뉴먼츠 맨’ 결성을 주도합니다. 예술품을 지키는 것이 목숨을 걸 만큼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설득 끝에 마침내 ‘모뉴먼츠 맨’ 결성을 허가받습니다. 프랭크는 미술관 관장, 건축가, 조각가, 미술품 거래상, 예술품 감정가 등 뜻을 함께 한 대원들로 구성해 나치로부터 5백 만점 이상의 도난 예술품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 한가운데로 나갑니다.
비록 전투 경험은 없지만 오로지 예술품 보존을 위해서 폭격이 어지러운 전쟁터에 나섭니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곳, 오히려 전쟁에 방해가 된다는 오명을 쓰기도 합니다. 전쟁에서 패망한다면 모든 것을 파괴하라는 히틀러의 지침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갑니다. 자신의 목숨조차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악조건 속에서 모뉴먼츠 맨은 숨겨진 도난 예술품을 찾아 최전선으로 향합니다. 예술품 전담부대는 전쟁의 위험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중요한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특별한 임무를 맡아 전쟁에 나섰지만 전쟁터는 총알이 빗발치고 사방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곳입니다. 하지만 모뉴먼츠 맨은 자신들이 지켜야 할 것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빗발치는 총알 세례를 뚫고 나가야 하지만 한 번도 사람을 쏴보지 않았기에 두렵고 당황스럽니다. 잘못 밟은 지뢰에서 빠져나오지 못할까 공포에 떨어야 하고 파괴된 유물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은 비참하기만 합니다
전쟁이란 어쩌면, 결핍에서 시작되었을지 모릅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과시하기 위해 시작되고 차츰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빼앗기 위한 것으로 변해가는 것, 무모한 욕심입니다. 그렇게 결핍에서 시작된 전쟁은 약탈에 노골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엔 자신들이 갖지 못한 것을 빼앗는 것이 목적이었다가, 나중엔 빼앗은 남의 것이 마치 처음부터 자신들의 것인 양 내세우고 싶어 합니다. 약탈한 것들은 오랜 세월 동안 다른 사람들의 생활이 녹아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 내용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것이 되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물건을 빼앗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적인 유산은 함부로 빼앗을 수 없습니다.
독일이 세계대전에서 수많은 유물을 약탈했듯 한국의 역사에서도 일본이 조선에서 똑같은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20~30년대 왜 일본이 그토록 문화적 말살을 시도했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 국토 여기저기 말뚝을 박고 창씨개명을 강요했었는지, 왜 일상생활 속에 왜색을 물들이고자 했었는지 또 그것이 얼마나 현재까지도(아직까지도 나이 든 사람들이나 공장 또는 건설현장 등등 일본식민지에 사용하던 언어와 어휘가 자주 등장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 일상에 치명적으로 작용하는지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가진 것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조지 클루니의 말처럼 - 마치 우리의 삶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의 역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의 문화유산과 역사를 파괴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문화의 힘은 강력합니다. 그리고 지속적입니다. 지금 우리 삶의 모습은 긴 역사의 길목에서 또 어떻게 기억되고 남겨지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