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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Jun 27. 2024

일하는 방식의 차이는 삶을 대하는 차이

가야 할 길과 가야 할 방향은 늘 정해져 있었다


먹고사는 것은 정말 중요한데요, 그래도..  왜 회사는 재미가 없을까요?




학교 때, 직업을 갖는 것은 '자아실현'을 위한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일견 맞는 말이지만 솔직하게는 '먹고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가르쳐야 했습니다. '자아실현'이라는 모호하고 멋진 말을 - 언젠가 실현할 수 있을 줄 알고 들어간 회사에서 좋은 기회가 올 것을 믿으며 빠르게 적응을 합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면 어느 순간 자아실현은 홀연히 사라지고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것 외 무덤덤한 시간을 맞습니다. 취업은 항상 어려운데, 취업을 하고 나면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요?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은 안전한가?


모르는 길을 가야 할 때보다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은 심리적으로 부담이 적습니다. 하지만, 가야 할 길과 가야 할 방향이 늘 정해져 있다면 어떨까요? 안락한 삶이 따라올까요? 특히, 회사는 항상 답을 정해놓고 의견과 논의를 요구합니다. 그런 방식이 익숙한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먼저 정해진 답을 찾아 그 방향으로 갑니다. 그것이 설사 마지막 길이고 오류가 발생하는 것일지라도 묻지 않고 갑니다. 회사는 단지 그 오류와 실패의 최소화를 위해 의견을 구할 뿐입니다. 그것을 정책이라 합니다. 정책이 문제를 일으키면 CS로 해결하면 그뿐입니다. 그 빈도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니 리스크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혹여라도 잦은 문제가 발생하면 정책을 없애고 다른 정책을 씁니다.




이 얼마나 단순하고도 순조로운 일인가요?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이 이 모든 프로세스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고 포기합니다. 그 모든 것이 사람의 뇌에 작용합니다. 답이 정해진 것을 따라 일을 진행하고 포기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개인의 의견이나 창의력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기계 부품처럼만 작용하면 그뿐. 그래서 직장 생활은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인생 전체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곳일 가능성이 큽니다.) 보내는 곳에서 가장 단순하고 가장 지루하게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잡담, 의미 없는 하하 호호가 그래서 일견 안쓰러워지는 지점입니다.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은 안전하지만 그만큼 지루합니다. 한편, 위험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데이터에 귀속되는 일터가 아니길,


회사가 추구하는, 일하는 방식은 결국 우리 삶의 방식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람 중심으로 일을 하는지, 데이터 수집을 위해 일을 하는지,  프로세스의 규정은 결국 사람이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정한 프로세스의 정형화는 사람을 배제하고 사람을 데이터에 귀속시킵니다. 점점 데이터의 중요성은 커지고  데이터의 변동값에 따라 사업의 방향이 바뀌기도 합니다. 심지어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업무 프로세스의 큰 틀을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세부 지침은 데이터의 값보다 휴먼 에러가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업무의 불필요한 피로도를 만들 이유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대개는 사람이 아닌 데이터 값에 매몰되어 기계적인 내용으로 세부지침이 마련되는 경우가 다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은 그 데이터 값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뭐가 중요한지, 우선순위조차 뒤바뀌는 일이 생깁니다.



일과 삶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곤 합니다. 노동에 대한 경시가 아직도 당연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흑백처럼 명확하게 구분되던 시절,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들이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사무실에서 편하게(?... 육체노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신노동을 편하다고, 부모들은 생각했었습니다.) 일하길 바라며 공부 뒷바라지에 온 힘을 다하곤 했습니다. 그것이 한국 경제성장의 기반이 되기도 했지만 모든 노동 계층이 노동력에 맞는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여전히 우리들의 일터에서 수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중입니다.







회사의 정책을 실행하는 사람이 얼마나 안전하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은 회사의 몫입니다. 유사시 사고의 우려가 큰 시스템은 그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소하고 작은 에러가 큰 사건사고로 드러나기 전까지 시스템을 고치지 않아 잦은 사고와 죽음들이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늘 그렇듯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처벌은 당연히 없습니다.



사실 우린 서로서로에게 무한 책임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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