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모르던, 지금 우린 디지털 전쟁에 참전 중입니다
해킹 hacking
명사 : 다른 사람의 컴퓨터 시스템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데이터와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망치는 일.
예전엔 길을 가다가 경찰의 요구에 가방을 열어주고 신분증을 건네어주던 때가 있었고 밤죄자 취급을 당하는 것에 기분 상하곤 했었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보이스 피싱 전화가 아닌지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곤 합니다. 카톡을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대화 속에서 자신의 일정이나 개인적인 자료를 상대와 주고받으며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이땐 자신의 개인정보 유출을 크게 의심하진 않습니다. 친구와 혹은 가족과 야기하는 것이므로. 귀여운 이모티몬과 함께.... 눈에 보이는 개인정보 유출과 어딘지도 모르게 흘러들어 간 정보로 명의도용을 당하고 나서야 분노하며 불안해합니다.
보통 해킹은 국가 기관이나 기업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가 간, 기업 간 시스템 공격을 해서 정보를 빼내고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정보가 늘어날수록 해킹의 기술적인 방식도 함께 발전을 해왔습니다. <거대한 해킹>은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유난히 시끄러웠던 스캔들과 영국의 브렉시트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그 배경이 많이 궁금했던 터라 집중해서 보며 데이터 수집에서 개인이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SNS플랫폼의 홍수 속에 매 순간을 살아갑니다. 휴대폰에 설치한 어플은 얼마나 될까요? 노인들 조차 최소한 카카오톡은 설치가 되어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해 굉장히 민감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용을 당하거나 유출로 피해를 볼까 봐 노심초사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이 일상이 되면서 사실 개인적으로는 개인정보란 것이 정말 보호를 받고는 있는지... 회의적입니다. 오히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임의로 유출이 쉽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예전처럼 신분증만 움켜쥐고 있다고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에 노출되는 대화 속에서 혹은 자신을 드러내는 인스타그램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가 노출되는지를 의식하며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사용빈도가 높지만 노출과 유출에 대해서는 오히려 무감각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공유되는 정보에 대한 신뢰, 그것이 가져올 효과등에 대해 고민이 생깁니다. 정보에 대한 개개인의 선별, 판단 능력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우린 교육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개인들은 이 모든 것이 개인적 취향 정도로만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2016년 미국 대선으로 트럼프가 당선된 후 스캔들과 영국 브렉시트 운동 뉴스를 접하면서 당시, 왜 저렇게 일방적인 입장이 강경하게 혐오를 드러내는지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었습니다. 영국의 캐럴 캐드월러드의 기사와 브리트니 카이저의 내부 고발로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가 아무리 발뺌을 하려고 해도 데이터 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이 현실로 드러납니다.
자신이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던 우린 자신이 이리저리 유랑하며(서칭) 움직이는 데이터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지만 그 영향도(심지어 알고리즘을 편리성으로만 이해하기도 합니다.)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인스타그램을 보고 좋은 물건을 구입했다고 좋아요를 누르고 서로 공유하고, 좋은 곳에 다녀왔다고 사진을 올리고 소개하고, 자신이 만난 유명인이 세상의 평가처럼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며 소감을 밝힙니다.
저커버그가 처음 페이스북을 만들었을 때 세상을 연결하고 싶었다는 의도가 순수했길 바라지만, 일일생활권이 전 세계로 확장되고 모두가 하나인 듯 느껴지는 공유의 느낌은 사라진 채 이젠 기술이 사람을 갈라놓고 고립시킵니다. 자신이 만든 페이스북의 데이터가 함부로 수집되고 노출되면서 사람들에게 증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일에 사용된다면 저커버그는 분명히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그의 스타성으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브리트니 카이저의 캠브리지 애널리티카에 대한 내부 고발과 뮬러특검 수사의 증언에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어떻게 유권자 정보에 접근하고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회사의 범죄가 공식화됩니다.
공포와 증오를 증폭시키고 나라 안에서 내분이 일어나게...
분할해서 정복한다...
캐럴의 말대로 전투 없이 전투를 벌이는 PSYOPS 심리전에 우린 매 순간 노출되어 있고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듯 페이스북을 활용해서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정권이 늘어나는 현상과 혐오와 공포, 증오를 정치에 활용하는 브라질의 우익극단주의자 대통령 선출과 미얀마의 집단학살 사례,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선거는 일례일 뿐입니다.
데이비드 캐럴이 회사를 상대로 자신에 관해 수집된 데이터 자료 요구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소송으로 진행될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권이 새로운 인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지만 우린 아직 데이터에 대해 고민조차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의적인 생각과 개인의 창의적인 발상들이 과연 얼마나 더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보이지 않는 끈 달린 인형처럼.... 점점 디지털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시간 알고리즘의 변화가 개인의 성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점차 개인의 고유 특성이 사라지는 현상,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플랫폼에서 심각한 분열이 일어나고 개인을 하나씩 조정하고 결국엔 인간 존엄성마저 위태롭게 됩니다. 데이비드가 자문하듯 "내가 조정당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 올 수도 있습니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사라졌지만 그 부작용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같은 사례는 끊임없이 우릴 괴롭히고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것입니다. 트럼프의 대선과 영국의 브렉시트 이야기를 섬찟하게도 2024년 트럼프의 재선을 위한 미국 대선을 겪으며 보게 되어 묘한 기분이 듭니다. 2016년 그 한 번의 경험이 이번엔 어떻게 작용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