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함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
길을 가다가 피로해지면 잠시 앉을 곳을 찾아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저 잠시. 그리곤 다시 또 가던 길을 갑니다.
동량의 시간이지만 우린 힘든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을 굳이 구분하고 힘든 시간은 애써 빨리 지나길 바랍니다. 안락한 시간은 당시 달콤함을 잘 느끼지 못하면서도 힘들 땐 이전의 안락했던 시간을 자꾸만 기억하려 애씁니다. 그리곤 그 안에 좀 더 머물고 싶어 합니다. 있지도 않고 이미 지나간 시간을, 앞으로도 있을 거라 상상하면서.
니체는 평화를 사랑하되 새로운 전쟁을 위한 수단으로만 사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평화보다는 잠시 동안의 평화를 택해야 한다고 말이죠. 세상에는 서로 상반되는 값들이 각각의 이유로 존재합니다. 선과 악처럼, 행고 불행처럼, 전쟁과 평화처럼.... 겉으로 보기엔 세상의 돌아가는 방식이고 자신의 삶에서 그 과정을 찾으려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지금이 평화의 시기인지, 불행의 시기인지,,, 굳이 인식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면서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쉬고 싶다, 좀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살다가 어느 날 자신의 좋았던 시절이 수많은 전쟁 같은 날들을 보낸 값이란 걸 이해하기는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전쟁 같은 시간을 전쟁으로 지내지 못해서, 제대로 된 전쟁을 치르지 않고 회피해서 그런 걸까요?
인간의 삶이 안락함만으로 가득하면 행복할까요? 전쟁 없는 오랜 평화의 대가는 어떤 걸까요? 안락함의 끝은 도대체 뭘까요? 도벽이 있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상상 이상으로 높은 이유는 뭘까요? 이 둘은 왜 다를까요? 하나는 생존을 위해, 하나는 안락함이 주는 무풍지대에서 짜릿함을 맛보기 위한 것입니다. 그들의 도벽은 생계형 도둑질과는 다른 그저 습관입니다. 자신이 어떤 환경이던 추구해야 할 것을 건강하게 싸워가면서(대부분의 건강한 생활인은 스스로 자신만의 삶의 길을 찾아가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추구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삶과 주변에 해악을 가져옵니다. 세상에 여전히 수많은 전쟁이 계속되는 걸 보면...
한해 한 해가 다르다는 걸 실감합니다. 성격으로만 보면 후다닥 해치워버리고 잊을만한 일들을 느지막이 움직이거나 고려의 대상인 적 없는 '망설임'이 가끔씩 등장합니다.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건 할 수 있을까(?)에 닿으며 망설임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진중해진 것과는 상관이 없다는 걸 압니다. 다만, 마음과 생각처럼 되지 않으리라 - 내 몸이 움직여서 결과물이 드러나는 것은 특히 그렇습니다. 뇌의 판단력보다 늦게 움직이는 몸의 순발력이 그렇게 만듭니다. 핑계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민첩함이 많이 떨어진 건 사실입니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아무리 정신을 차리고 산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건 내 의지의 문제가 아니고 그냥 순리일 겁니다. 순리대로 내가 아직 숨 쉬고 살기에 현재의 내 버전에서 맞는 행동을 하기 위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가뜩이나 몸도 둔해진 데다 생각까지 고루해지면 참을 수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아마도 견디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만났던 백발 성성한 노인들의 깊고 서늘했던 눈빛을 가끔 기억하곤 합니다. 그땐 그들의 강한 눈빛이 고집스러워 보였고 말 안 통하는 꼿꼿한 사람들로 생각되었지만, 이젠 그들이 자신의 삶을 고루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매 순간 얼마나 부지런히 용기를 냈을까 추측해 볼 뿐입니다. 그들이라고 살면서 게으름 피고 싶은 순간이 왜 없었을까요? 무엇을 원하면 무엇을 지금 당장 해야만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 이상을 발휘했다고 안락함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싸워야 하고 때로 시궁창에 빠져야 할 때도 있습니다. 힘든 기간 중 잠시의 안락했던 순간을 떠올리지만, 나중에 맛볼 열매는 그토록 힘들고 쓰디쓴 과정이 있었기에 달콤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매 순간이 전쟁이더라도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길을 가다가 만나는 고개에서 어떤 결심으로 다음 발을 내딛는지는 항상 중요합니다. 깨어있는 이상, 살아있는 이상 어디로든 가야만 하니까요. 이때의 모든 과정은, 세상과는 상관없이 늘 내가 견뎌야 할 대상은 '나'일 뿐입니다. 가끔씩 마음이 형체 없이 무너지려 할 때 용기를 잃지 않기 위해 니체의 이 말을 중얼거려 봅니다.
...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그대들은 순종과 투쟁의 삶을 살도록 하라. 오래-산다는 것이 무슨 보람 있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