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것
흐드러진 머리칼이 꾸덕해지면 땀내 풍기며 토해내는
숨소리에선 피내음이 난다
계단을 내달린 곳
눈에 익지 않은 어둠을 더듬거리다 도착한 곳, 바닥은
허공이다
어디쯤 도착했을까
날개는 녹아내리고
뭉그러진 손가락 사이 바람은
또, 어디로 가고 있는가
허공 아래 휘몰아치는 마음의 꼬리엔
불이 붙는다
도망치다 이내 가라앉고 또다시 내달리다
가라앉는다
철없는 미련일까 노쇄해버린 아둔함일까
문 앞을 망설이는 용트림,
그 마지막 밤의 바닥을 보았을까
그 마지막 바닥의 문을 열었을까
더 이상의 고약한 말은 하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