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고 의사를 통해 몸이 나을 거라는 믿음. 그것이 우리를 끊임없이 병원을 찾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반 세기 가까이 몸을 써 왔으니(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선사 시대 공룡 같은 느낌이다) 몸 여기저기가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다니던 gym도 한 달, 두 달, 연기하다 결국 지금까지 못 돌아가고 있다. 그래선지 근육 손실이 급속도로 진행 중인가. 뒷목이 뻐근하고 목을 돌리는데 통증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통증의학과를 다니며 주사와 물리치료를 병행한 지 한 달째인데, 좀처럼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 통증의학과를 찾았을 때, 목을 좌우로 회전할 때 통증이 온다고 했더니 엑스레이를 찍어 본 의사가 주사 치료를 하겠다고 했다. 엉덩이 주사쯤이려니 생각했는데 목에 직접 주사를 놓는다는 것을 알고 기겁했다. 세상에, 주사를 목에다 놓는다니, 이건 뭐 호러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 아닌가? 치료 전에 동의서인지 확인서인지 사인하라고 해서 안 맞겠다고 해야 하나, 망설이다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첫 아이 출산 때도 타이밍을 놓쳐 무통주사도 못 맞고 이것이 정녕 지옥문행이구나, 싶을 정도의 상상을 초월한 고통 속에 출산을 했었는데. 빠릿빠릿하지 못한 주인의 사고 능력으로 괜히 몸만 또 힘들게 하나보다, 하는 긴장감에 목 근육이 더 뻣뻣해졌을 것이다.
"생각보다는 그렇게 아프지 않으실 겁니다."
가뜩이나 겁나 있던 나에게 진료한 의사가 아닌 다른 치료사가 놓는 주사가 안심될 리 없었다. 목에 주사를 놓는데 아프지 않을 거라니, 그런 거짓말을 믿으라니. 그러나 어쩌랴. 움직이다 이상한데 바늘이 꽂히기라도 하면 진짜 호러 영화 장면이 나올 테니, 하라는 대로 꼼짝 않고 있을 수밖에.
잠시 후, 소독한다는 치료사의 말과 함께 서늘한 기운이 목 뒷덜미를 감쌀 때, 이게 타이밍을 제대로 못 잡은 똑똑하지 못한 사람의 말로이려니 싶었다. 소독약 특유의 냄새가 퍼진 직후,
"조금 따끔합니다~!"
하고 치료사는 말했지만, 환자의 믿음이 보류된 치료사 말의 진위는 절대 가늠이 안 되었다. 본능적으로 바늘을 거부하고 싶어 하는 내 목 근육이 잔뜩 움츠러들었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잠시 후 목덜미에 느껴지는 '따끔'.
첫 주사를 맞고 나니 치료사가 말한 '따끔'함의 강도를 알게 되었고, 이후 '따끔'은 좀 더 편안한 상태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렇게 목과 어깨 근육 주변으로 몇 대의 주사를 맞으면서 목 주사가 엉덩이 주사보다 아프지 않은 게 신기했다. 훨씬 통증 예민도가 높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튼 그렇게 예상보다 아프지 않은 목 주사 치료를 2주 정도 계속 받았는데도 상태가 썩 나아지지 않았다.
전체 몸에서 '목'이 차지하는 부위의 비율은 굉장히 작은데 머리와 몸을 연결해주는 가교라 생각하면 그 역할의 중요도가 확 커진다. 목뼈 상태가 안 좋으니 어깨 근육의 뭉침도 더 심해지고 목뼈와 연결된 척추를 따라 피로가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안 되겠다 싶어서 병원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병원을 옮길 때마다 왜 엑스레이는 매번 다시 찍는지. 병원끼리 엑스레이 결과를 공유하면 쓸데없이 환자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일도 적을 텐데.
의사는 나의 목과 척추, 골반뼈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반듯하지 않은 척추 마디를 체크해 알려주었다. 아이들에게 매일 "바른 자세!"를 입에 달고 다니며 나름 바른 자세에 신경 쓰고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다지 반듯하지 않은 내 척추 사진을 마주하니 기가 막혔다.
진료를 다 마치고 나오면서 의사 선생님께 내 상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심한 거냐고 여쭤보았다. 내 상태를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감안하고자 한 것은, 잘못된 상태만 지적하시고 개선 여부에 대한 희망의 언급을 자제하신 의사 선생님 때문이었다고, 굳이 항변해 본다.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이렇습니다."
그제야 의사 선생님은 내가 듣고 싶어 하던 말씀을 해 주셨다. 아무렴 그렇지, 나만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어. 그럼, 치료를 하면 곧 좋아지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예방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상태가 나빠지면 그때 의사가 치료를 할 뿐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신경 써서 자세를 바르게 하시지 않으면 결국 또 병원에 오게 됩니다."
라는, 매우 '지당하신'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뻔한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이전 다른 병원 의사분들 중 제일 신뢰가 가더라는 것이다. 한 달을 계속해서 주사와 물리치료를 병행하고, 세 번째 병원을 옮기면서 가장 친절하지 않은 의사의 말에 가장 믿음이 간 이유는 뭘까.
공장 기계도 오래 쓰면 녹이 슬어 부품을 교체해 주어야 하는 시기가 오고, 집도 오래되면 리모델링이 필요한 법이다. 하물며 오랜 세월 동안 쉼 없이 가동해 온 몸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서서히 리모델링의 시기가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를 몸 구석구석에서 보내오고 있으니 귀 기울여 경청할 일이다.
절대로 고장 날 리 없을 것처럼 아끼지 않고 마구 써 댄 몸을 한, 두 주 간의 주사나 치료 따위로 원상복구를 바란 것은 욕심임에 분명하다. 오랜 시간 서서히 닳아왔을 몸이니, 회복하는데 같은 양의 시간만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알뜰히 돌보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대로, 스스로가 일상생활에서 기본을 잘 지키고 최대한 관리해야 상태가 나빠지는 치료의 시기를 좀 더 뒤로 미룰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를 핑계로 걷기 30분 정도 하는 것을 내 몸을 지키는 전부라 여긴 시기가 너무 길었다. 서서히 근육 운동을 다시 시작해서 우선 목덜미 언저리 근육부터라도 튼실히 해야겠다.
몸 건강뿐 아니라 나를 지켜내기 위한 '예방'은 일상에서 '스스로'가 매 순간 해야 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