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브런치출판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의 출간 프로모션 지원 관련하여 담당자의 안내 메일이 왔다. 7/24(월)부터 브런치팀 공식 채널 및 온라인 프로모션이 시작될 예정이며, 8/1(화) ~ 31(목)까지 한 달간 아크앤북 잠실롯데월드몰점에서 특별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전시 <새로운 작가의 탄생, 10인의 수상자 전>에 작가님의 협조가 필요하여 말씀드립니다. 본 전시에는 작가님의 초상(프로필)도 함께 전시되다 보니 프로필 사진 촬영 일정을 잡고자 합니다"라는 안내에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지난겨울, 제10회 출판프로젝트 대상작으로 최종 선정되었음을 안내하는 메일 확인 후, 기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음을 우선 고백해야겠다.
2020년 10월 24일.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린 날이다. 그렇게 브런치에 입문한 지 3년 만에 최고의 기쁨의 순간이 찾아왔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기쁨 뒷면에 달라붙어있는 '두려움'으로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기쁨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3년 동안 출판사로부터 정식 출간 제안을 받아본 적 없던 무명 브런치 작가의 무엇을 보고 흐름 출판사는 나를, 아니 내 브런치북을 선정한 것인지 궁금했고 한편 걱정도 되었다. 솔직히, 첫 번째와 두 번째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경험한 후 브런치출판프로젝트는 '그들(기성 출간 작가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로 맞은 지난 10회 출판프로젝트엔 브런치북을 응모하지 말까, 란 생각까지 했으니<어린이의 문장>에도 썼듯이 3년, 삼 세 판의 막강한 위력에 스스로놀랄 수밖에.
<어린이의 문장>이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이 스쳐간다. 지난 1월, 나의 파트너 출판사인 흐름 출판사의 맑고 투명한 20대 편집자님과 만나 출판 기획에 대한 안내를 듣고 설레던 순간. 브런치북에 실린 15개의 글 중 10개 정도만 살리고 20개 정도를 더 추가하기 위해 노트북과 한 몸이 되어 보냈던 지난겨울. 마지막으로 2~3개의 글을 추가해야 했을 때 혹시라도 최종 마감을 맞추지 못하면 어쩌나, 했던 노심초사들...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 이전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기에 <어린이의 문장>은 계획한 대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어린이의 문장> 발행일이 6월 5일이니 이제 책이 나온 지 3주가 되어간다. 하루에도 어마어마한 분량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가 사라지는 출판 시장에서 이 책이 어느 정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나는 전혀 짐작할 수 없다. '브런치북 대상작'이라는 타이틀 외에 이름도 없는 작가의 에세이에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선뜻 돈을 내고 구입할 의향이 생길지는 미지수다. 요즘은 온라인 서점의 판매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서평들을 보며 연일 감탄하는 중이다. 저자는 숨만 쉬고 있는 중에도 출판사 홍보팀은 열일 중이시구나, 감탄하며.
책이 출간되고 한 달도 안 된 이 기간에도 행복의 맛이 있다면 이런 맛이겠구나, 싶게 진한 달콤함과 뭉클함을 맛보고 있다.
책이 나온 후 30년 지기 고교 동창 친구들과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는데,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이 저자 싸인을 받겠다고 한 명당 3~4권씩 넣어 가방의 무게를 부러 짊어지고 왔을 때 처음으로 뭉클했다. 소식을 듣고 책을 구입해서 읽은 동료 교사들이 보내온 손편지가 두 번째다. 특히 20대 동학년 선생님이 "얼마 안 되는 교직 생활을 하면서 나이가 드는 것에 걱정이 앞섰는데, 선배로서 멋있는 분을 만나 얼마나 든든한지요"라고쓴 내용의 손편지에 어찌나 먹먹하던지...
동학년 교사인 40대 선생님은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면 주고 싶었다며 <선생님을 만나서>라는 감동적인 그림책을 보내 주셨다."같은 업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을 기울이는 분과 함께 근무하게 되어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됩니다"라는 책 속의 쪽지를 보고 어찌 감동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분이 건네주신 그림책은 '교사'라는 업을 천직으로 삼고 살아가는 모든 선생님들이 교권이란 말이 무색하게 끝도 없이 떨어지는 교사로서의 자존에 상처받고 위축될 때마다옆에 두고 일독하시길 권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이 짧은 그림책에 내 눈이 한참 눈물방울을 매달고 있어야 했음은 안 비밀.
9월 장학사 발령을 앞둔 동료 교사 한 분은 저자 싸인을 해 달라며<어린이의 문장>을 들고 내 반에 찾아오셨는데, 자꾸 울먹울먹 하셔서 같이 울 뻔했다. 큰 이유도, 설명도 없이 함께 눈물을 머금는 단순한 투명함이 친밀감의 온도를 훅 올린다는 사실을 그녀와의 그 순간으로 확인했다.
선생님의 프로필 사진에 선생님이 쓰신 책 사진이 있었다. 나는 너무 읽어보고 싶어서 엄마한테 서점에 가자고 했다. 교보문고의 새로 나온 에세이 코너에 선생님의 책이 있었다!! 나는 그 책이 글씨가 작아도 책 쪽이 길어도 꼭! 다 읽고 싶다. 역시 우리 선생님!!!!
며칠 전, 우리 반 한 아이가 학교 아침 독서 시간에 굉장히 익숙한 노란 책표지의 <어린이의 문장>을 읽고 있었다. 그 아이가 쓴 <교보문고에서 선생님 책 산 날>이라는 제목의 글을 봤을 때, 내 지난 생이 모질었던 이유를 단번에 알 것 같았다.
애썼다.오십 세에 한 번에 갚아주마.
생을 관장하시는 그분의 뜻은 이런 거였나 보다.
위축된 어른들을 위로하기 위해 쓴 책을 읽은 이들로부터 위로를 받는 위로의 선순환. 이 과정을 조금은 더 오래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게 노욕이려나.
그러니, 얼굴 없이, 필명 뒤에서 조용히 쓰며 고즈넉한 중년을 맞이할 줄 알았던 평범한 삶에 찾아온 한 번의 출렁임을 기쁜 마음으로 맞아야겠다. 전문 사진작가들은 실제 모습과 다른 사람처럼 찍어주실지도 모르니 브런치에 프로필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걸려도 아무도 실제의 나와 매칭을 못할 수도 있을 거란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