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의지하는 대상에 대한 질문, <마스터>

당신이 믿는 대상은 온전한가

by 정혜영


당신은 누구를 믿고 의지하는가!


영화 포스터 전면에 등장하는 이 문구는, 인간은 누구인가를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상대가 종교이든, 사람이든, 자기 자신이든, 믿음의 대상은 '마스터'가 되고 절대적인 존재가 된다. 우리는 전지전능하리라 믿는 대상을 '마스터'로 섬기며 그로 인해 삶의 고통을 덜 수 있으리라 믿고 살아간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무리를 이루고 사는 동물들의 집단에서 리더 한 마리가 장악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무리수가 120여 마리 정도라고 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처럼 날카로운 이빨이나 뾰족한 발톱, 거대한 몸뚱이를 가지지 않고도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던 이유를, 다른 동물들은 불가능한 120여 마리를 넘어선 무리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인간의 상상력, 즉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혹은 실존을 증명할 수 없는 것)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사고할 수 있는 힘'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인간은 종교와 국가, 자본주의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고 더 큰 무리(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것일 테다.


<마스터>에서 프레디 퀠(호아킨 피닉스) 역시 그가 믿고 의존할 만한 상대를 갈구하다가 마침내 랭케스터(필립 세이모아 호프만)를 만난 것일지도 모른다. 랭케스터를 '마스터'라고 믿고 의존했지만 결국 그 역시 자신과 같은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 말이다. 영화 포스터를 반쪽 사진을 접어 똑같이 비춘 데칼코마니로 표현한 것은 이런 점을 시사하는 것이리라.


<마스터>에서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모아 호프만의 연기는 그야말로 불꽃이 튄다. 다소 친절하지 않은 영화 연출에도 지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이 두 배우의 열연 때문이다. 영화 <컨택트>에서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외계인의 사고방식대로 사유하던, 언어학자 역의 에이미 아담스의 진중한 연기도 역시 일품이다.




프레디 퀠은 세계 2차 대전 참전 용사이다.

전쟁이 끝나고 용사들은 각각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프레디는 군의관의 정신분석 상담을 통해 전문 진료를 권고받는다. 프레디는 이를 거부하고 백화점 사진사로 취직해 사회에 적응하려 하지만,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 오면 어김없이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아 쫓겨나게 된다.

다음으로 일하게 된 농장에서 프레디는 자신이 제조한 술로 인해 한 노인이 사경을 헤매게 되자 독을 탔다는 의심을 사게 되어 도망쳐 나온다. 희망도 목적도 없이 자신이 만든 술을 마시며 만취해 있던 그는 파티를 열며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탄 유람선에 올라타게 된다. 그 배에서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코즈' 연합회를 이끄는 '마스터'인, 랭케스터(필립 세이모아 호프만)를 만나고, 그의 실험대상이자, 조력자, 친구로서 배 안에서 머물게 된다.


프레디는 랭케스터가 진정한 '마스터'라 믿고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대신 처리해 주며 충성을 다한다. 그러나 한 과학자가 랭커스터의 주장과 심리분석이라는 것이 결국 증명된 적이 없는 사이비 종교나 최면술과 같음을 따져 묻는 데서 시작하여 랭커스터 역시 불완전한 인간임을 점차 깨닫게 된다.



프레디는 누가 보더라도 알코올 중독자에 성도착증 환자이며,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결핍된' 인간 유형이다. 그리고 랭케스터는 배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믿음과 존경을 받는, 프레디와 명백한 대척점에 있는 인간 유형이다.


그렇지만 랭케스터가 프레디가 만든 술을 마신 뒤, 그를 곁에 두고 싶어 했으며, 프레디가 그를 떠나자 다시 돌아오기를 종용한 것을 보면, 그 역시 프레디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랭케스터의 돌아오라는 말에 선뜻 답하지 않는 프레디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나(다른 사람을 믿는가)?


라고 묻는 것으로 보아, 랭케스터가 자신을 믿고 따르던 자의 이탈을 두려워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 온 프레디에게 건넨 다음 질문은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자, 답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자네가 마스터를 섬기지 않고 사는 방법을 발견한다면 우리에게 알려주게.
그럼, 자넨 그럴 수 있는 사상 최초의 인간일 테니.


태초에 신의 미움을 산 아담과 이브가 에덴의 동산에서 쫓겨난 뒤로 인간은 필연적인 고통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신의 노여움을 산 불완전한 인간이 알 수 없는 두려운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마스터'가 반드시 필요했나 보다.


영화에서는 마스터인 랭케스터를 사이비 종교 지도자 정도로 비추고 있지만, 영화 속 과학자가 말했듯, 현대인이 믿고 따르는 것들(종교, 돈, 지지하는 리더나 집단)은 어쩌면 모두 증명할 수 없는 사이비 종교 지도자와 같은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믿음을 유지하느냐, 철회하느냐에 따라 그 대상은 절대적인 것일 수도, 허망한 것일 수 있는 것일 테다.

랭케스터는 프레디에게 똑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함으로써 스스로 근원적인 해답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심리분석기법을 사용했다. 우리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질문을 던져 볼 일이다.

나는 지금 누구를 믿고 의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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