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중에 가장 후순위로 두었지만, 돈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직장의 일, 성장가능성, 사람은 만족스럽지만 돈이 만족스럽지 못해서 이직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시나요?
현재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문화기획사에서 홍보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로 하는 일은, 생업으로 하는 일은 그렇죠.
생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인상깊은데, 그럼 부업으로 하는 일도 있으신가요?
부업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지금은 취미인데 나중에는 생업으로 삼고 싶은 일이 하나 있죠.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홍보팀과 영화시나리오라.. 무언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드는데, 회사에서 하는 일과 영화시나리오를 쓰는 일은 관련이 있을까요?
비슷한 맥락이 있다고 생각해요.
기획팀처럼, 저희 홍보팀에서도 문화콘텐츠 홍보물을 '기획'해야해요. 그럴때 시나리오가 종종 필요합니다. 이것이 일을 진행시키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뼈대, 조력자가 되지요.
회사에서도 글을 엄청 써요. 회사에서 하는 일이 자료를 계속 수집하고, 보고, 글을 쓰는 것에 연속이에요. 기획서도 글이고, 보도자료도 글이고, 보고서도 글이고.. 계획서, 기획서, 기획안.. 다 글이죠.
의외에요. 홍보팀이 글을 그렇게 많이 써야하는 건지 몰랐어요.
저는 oo의 입사초기부터 봤으니 oo이 하는 일을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주로 행사장에서 활동하는 것만 봐서 활동하는 일이 많다고만 생각했었네요.
글을 휠씬 더 많이 써요. 밖에서 활동하는 일은 글을 쓰는 것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해요..
그렇다면 시나리오를 쓸 때와 회사에서 글을 쓸 때,
글의 종류가 어떻게 다른가요?
회사에서는 주로 기획서를 많이 쓰는데, 기획서는 "~하겠다"라며 감정을 뺀 글이지만, 시나리오는 감정을 불러일으켜야하는 글이에요.
기획서는 덤덤하게 말하는 '척'을 해야하는 글이에요. 감정없이 "나 이렇게 할거야"라면서요. 하지만 그 기획서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력과 감정을 자극시켜야해요.
시나리오는, (트리트먼트는 좀 다르겠지만..) 시나리오 자체는 대화와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필자의 감정이 적절하게 드러나야 하는 글이에요. 감정으로 읽는 사람의 상상력과 감정이 자극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둘다 어쨌든 독자의 상상력과 감정을 자극시켜야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네요.
현재 일에 만족하시나요?
그렇다면 현재 회사일에 대해서 만족하시나요?
만족해요. 즐겁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물론 일이 많으면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아요. 그건 모든 회사원이 공감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정작 일을 착수하면 꽤 즐겁게해요. 글쓰기 행위에서 주는 몰입감을 좋아해요.
그것이 계획서라도 좋은가요?
계획서는 좀.. 짜증나요:) (ㅋㅋㅋ) 보도자료는 재밌어요.
보도자료는 레퍼런스가 꽤 많아요. 그 레퍼런스들 중에서 내가 쓸 것을 고르고, 그것을 내것으로 만드는 재미가 있어요.
계획서는, 저희회사가 좀 선두주자로 처음 시작하는 일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레퍼런스가 없어요. 전혀 없는 문장을 새로 창조해야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때가 좀.. 고통스러워요. 돈을 더 많이 주면 좋을텐데 :) (ㅋㅋㅋ)
그래도 둘다 즐거운 일이에요. 단지 계획서가 쓰는데 좀.. 체력과 감정을 더 소모해야 할 뿐이죠. 마냥 싫지만은 않아요.
최종단계에 가면서, 내가 처음 창조한 글이 여러 사람들에 의해 계속 수정되는 경험을 할텐데, 그때 오는 스트레스는 없나요?
아쉽긴하죠. 제 기준에는 말끔하다고 생각한 글이 다른 사람에 의해 흐트러지는 것 같아 속상할 때도 있긴 한데.. 그래도 2가지 생각을 해요. 일단 수정을 겪더라도 뼈대는 제 것이에요. 두번째는 내가 떠나보낸 것에 대해 미련을 갖지 않으려고 해요. 저는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요리사와 기자를 했습니다.
요리사
하고 싶었던 일이었습니다. 제가 요리사를 시작할 당시, 요리사가 너무 트랜디했고, 요리사가 멋있어 보였어요. 요리에 완전 문외한이었던 제가 그 기술을 습득하는 속도가 빨랐고,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요리에 꽤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도 재밌었고요.
하지만 반복적인 일의 연속이에요.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하고, 몸은 바쁜데 머리는 쓰지 않는 기분이었어요. 늘 정답이 있죠. 정답이 있는 요리를 매일, 수백그릇 만들고 있는거에요. 성장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너무 잘 다쳐요. 칼을 쓰고, 불을 쓰고, 끓는 물과 기름 앞에 있으니 위험해요. 일을 오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
대학생 시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다녔던 직장입니다.
일을 하면서 너무 막막했어요. 글을 쓰고 싶었지만, 막상 전문적인 글들을 쓰는 것이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워낙 회사가 바쁘게 돌아가서 사수에게 일을 체계적으로 배우지도 못했고, 중간에 사수가 일을 그만두는 바람에 그의 일까지 다 제가 했어야 했거든요. 버거웠습니다. 지금 기사들도 완성하기에 급급한데, 회의에 들어가 "다음엔 어떤 기사를 쓸거냐"는 질문을 들으면 막막했어요.
또 기자를 하면서 느낀건데, 저는 세상의 많은 일에 대해 생각보다 궁금하지 않더라고요. 저는 생각하며 글쓰는 것은 좋아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피곤했어요. 즐겁지 않았습니다.
'요리사 -> 기자 -> 문화기획사 홍보팀'을 거치며 하고 싶은 일의 아젠다는 찾았네요. 글쓰는 일이요.
직장선택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직장을 선택하는 조건의 순위를 매겨주세요.
직무 -> 성장가능성 -> 같이 일하는 사람 -> 급여
만족해요: 사람, 일
사람들이 너무 좋아요. 다른 회사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찔해요. 저는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인데, 여기서는 만족스러워요.
회사에서 글쓰는 일을 주로 하는데, 저는 글쓰는 것을 좋아하니까 너무 만족해요.
잘 모르겠어요: 성장가능성
제가 글을 쓰는 실력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상사 입맛에 맞게 글을 쓰는 스킬만 늘어나는 것 같아요.
홍보팀에 있으니 제 업무가 마케팅의 범주에 들어가는데, 회사에서는 마케팅을 전공하거나 전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마케팅 직무로 한정되어 봤을 때, 물경력이 될 가능성도 있어요.
하지만 문화기획분야에서 계속 일을 할 생각이라면, 배울 것도 많고 구축할 수 있는 인프라와 인맥도 많아요. 사실 회사 자체는 계속 성장하고 있어요. 단지 회사자체의 성장가능성과 저의 성장가능성을 연결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인 것 같아요.
아쉬워요: 돈, 근무시간
받는 돈이 아쉬워요. 현재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지만, 나이가 들면 제가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질텐데.. 이 돈으로 지켜낼 수 없을 것 같아요.
행사가 다가오면 퇴근시간을 넘겨서 퇴근하는 경우도 있고.. 주말에도 행사가 있으면 나가야 해요.
좋아하는 일을 꼭 직업으로 삼아야 할까요?
'좋아하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남들은 하기 싫고, 고생스럽고, 효율이 나지 않는 일인데
내가 하면 좋고, 고생스럽다는 기분이 들지 않고, 남들보다 효율성이 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찾는 것이 경쟁력 있는, 좋아하는 일 아닐까요?
좋아하는 일을 굳이 직업으로 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대신 좋아하는 일이 직업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퇴근을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시간과 체력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좋아하는 일을 할 여유가 없다면 너무 불행한 삶이 아닐까요? 지금 하는 일이 체력과 감정소모가 그렇게 크다면,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그래서 현재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된다면,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봐도 된다고 생각해요. 내 영혼을 보존하는 일도 너무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