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대학원, 심지어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알바까지 대부분 앉아서 하는 일들이었어요. 몸을 움직이며 돈을 벌어보는 일이 궁금했습니다.당분간은 '삶의 체험현장' 찍는다 생각하려고요. 해보고 싶었던 거, 궁금했던 거 다 해볼 예정입니다. 요새는 대리운전 기사의 삶도 궁금하더라고요. 기회되면 해보려고요.
오늘은 인터뷰전까지 계속 누워있었습니다.
몰골이 말이 아니군요.
그럼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서, 대학원생의 삶은 어떠했나요?
대학원생의 삶은 제가 개인적인 삶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어요.
연구실에 공식적으로 있는 시간은 8시반부터 6시반까지였는데,
6시반이 되어도 집에 돌아갈 수 없었어요. 할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공부하라는 압박도 많이 받았고요..
실제로는 집에 돌아오면 11~12시정도 되었습니다. 씻고 잘준비하면 1시가 되고, 8시에 또 다시 연구실에 나가야되고...
또 집에 돌아오면 바로 자기 아깝잖아요.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려고 하면 잠을 줄여야 하고,
잠을 줄이니 피로가 누적되고.. 그런 삶의 반복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운동을 하려면 잠을 줄여야했어요.
다들 늦게까지 연구하고 있는데, 저만 "저는 운동가겠습니다"라고 빠질 수가 없었습니다...
평일에는 자기 시간이 아예 없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밥도 연구실에서 다 해결했고요.
게다가 제가 연구하던 분야에서는 주말출근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어요.
"토요일은 당연히 출근해야한다"라는 연구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원래는 토요일은 쉬는 날이 맞는데, 실험스케줄이 밀리면 안된다, 연구과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된다 라며 주말에도 연구실에 나가고.. 개인적인 시간을 거의 가질 수 없었어요.
아무리 자신의 분야를 좋아해도, 이 삶에 만족할 사람은 없을 거에요.
그만두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지금까지 근무환경에 대한 안좋았던 점들을 말했지만, 그만둘 때까지 고민을 많이했어요. '이 분야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이런 환경이 싫었던 걸까' 라고요.
어떤 분들은 이런 생활, 이런 분위기에도 잘 다니시거든요.
저는 결정적으로 이 분야에 관심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애초에 좋아서 시작했던 것도 아니었고, 졸업해서 이 분야로 먹고 살 자신도 없었습니다. 연구분야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뜨는 분야, 지는 분야가 있는데 제가 하던건 지고 있었어요..
게다가 운동이라도 여유롭게 할 수 있는 1-2시간도 없던 것, 분위기에 떠밀려서 강제로 연구실에 앉아있던 것이 답답했어요.
'내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힘들어도 견딜 이유가 있다면 계속 다녔을텐데, 저에게는 그런 이유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여기서는 제가 생각하던 인생을 살 수 없었을 것 같았어요.
'생각하던 인생'이 무엇이었나요? (대학원을 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고학력 인생을 살고 싶었습니다.
고학력이 높은 연봉, 편안한 삶, 사회에서 인정받는 삶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고학력, 그러니까 석사-박사과정은 그런 것보다는 연구자의 삶을 위한 것이었어요. 홀로 연구를 수행하는 자요. 아니면 교수가 되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고요. 제가 오해했던거죠.
대학원은 '연구가 하고 싶은 사람'이 가야할 것 같아요. 저는 아니었어요.
저는 사실 20대 초반에 조종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전공도 바꿔서 대학도 다시 갔거든요.
그런데 어쩌다보니 제가 그걸 할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시간은 몇년지났고, 친구들은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고..
뒤쳐졌으니 극복하기 위해 뭐라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시공부는 하기 싫고, 그렇다면 대학원을 가자는 결론을 내린거죠.
마침 석박사까지 단시간에 끝낼 수 있다는 분야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걸 선택했죠. 조급했던 것 같습니다.
다닌지 반년되었을 때는 '반년밖에 안됐으니까'
1년되었을 때는 '아직 아니다'
2년되었을 때는 '반절까지 왔는데'라며 버텼어요.
생각이 깊어지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했네요!
직장 선택조건
저는 대학원생활만 해보았기 때문에, 두가지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원 선택기준은
같이 일하는 사람 -> 전공 -> 개인의 성장가능성 -> 급여 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앞으로 제가 선택할 직장에 기준을 매겨보자면,
직무 -> 개인의 성장가능성 -> 같이 일하는 사람 -> 급여 입니다.
[대학원생]
1) 같이 일하는 사람
무조건 1번이 같이 일하는 사람이에요. 정말 중요해요. 대학원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요. 담당 교수님, 같이 일하는 랩실 사람들이 너무 중요해요. 하루의 대부분을 연구실에서 보내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야해요.
2) 전공
앞서 말했듯이 연구분야에도 '유행'이 있어요.
뜨는 분야와 지는 분야가 있는데, 어떤 전공을 어떤 시기에 선택하냐에 따라 졸업 후에 일하는 곳이 달라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최근에는 '배터리' 관련 전공이 엄청 뜨고 있거든요? 2년 전에 배터리 전공한 사람들은 다 대기업갔다고 보시면 돼요. 그런데 2년 후에도 배터리 전공했다고 다 좋은 곳에 취업하냐? 또 그건 모르는거죠.
어떤 곳이 뜨게 될지 예상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건 사실 아무도 모르는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전공 선택하면 돼요..
3) 개인의 성장가능성
전공을 선택해서 연구를 하며 시간이 지나면, 성장을 하겠죠?
4) 급여
돈을 벌기 위해서 대학원생을 하는 건 아니니까, 급여가 가장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직장 선택기준]
1) 직무 & 개인의 성장가능성
직무를 선택하고, 종사하면서 시간이 지나다보면 당연히 그 직무에서 성장을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직무와 개인의 성장가능성을 같이 묶어서 생각했어요.
2) 사람
가장 중요한 것과 가장 덜 중요한 것이 뚜렷해서, 사람을 2순위에 두었습니다.
3) 급여
제가 아직 시야가 좁은 것일 수도 있는데, 제주변에, 저와 비슷한 전공을 공부하고 취업한 친구들의 연봉 차이가 그렇게 크지가 않은 것 같아요. 어쩌다가 정말 많이 받는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가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 월급받고 다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급여에 대해서는 그렇게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던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꼭 직업으로 삼아야 할까요?
좋아하는 일(직업)이란 무엇일까요?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섣불리 말을 못하겠어요.
제가 아까 조종사를 못하게 됐었다고 했잖아요. 저는 사실 아직도 조종사가 하고 싶어요. 그게 좋아요. 단지 할 수 없어서 그렇지.
그런데 그당시 저와 같이 학교를 다니고, 졸업해서 꿈을 이룬 친구들은 지금 "지긋지긋하다"라고 해요. 분명 저와 같이 꿈을 꾸고 비행기에 미쳐있던 친구들이었거든요.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도, 지금은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저도 '좋아하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이니까, 남은 미련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이라...
출근할 때 '출근하기 싫다'라는 생각이 안드는 일인 것 같아요. 그 '출근하기 싫다'는 이유가 귀찮음, 누가 보기 싫어서, 이런게 아니라정말 싫은 거 있잖아요. 그냥 그 일이 싫다는 감정.
그런 싫은 느낌 없이, 단지 출근하기 싫은 이유가 '귀찮음'일때, 그게 좋아하는 일인 것 같아요.
그거에 좀 덧붙이면,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낀다면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대학원생 같은 경우에는 논문을 쓰면서, 연구를 하면서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면 그 일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보람을 느끼고, 그 일이 귀찮다는 거 말고는 딱히 싫은 점을 찾을 수 없는 일. 그게 좋아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대학원을 그만둘 결정을 할 때, 예를들어 '교수님이 다른 분이면 내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이런 종류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서 고민을 해봤어요. 저는 논문쓰는게 보람과 재미가 없었습니다. 대학원생, 연구자의 길은 제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자신이 느끼는 '싫은 감정'을 잘 분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렇죠. 일하면서 싫은 감정의 이유가 사람인지, 일인지, 환경인지 잘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출근할 때 싫은 감정이 든다면,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좋아하는 일을 꼭 직업으로 삼아야 할까요?
할 수 있으면 좋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못하고 있죠..
답변에서 생각을 정말 많이 한 티가 나요.
그럼요. 2년넘게 다닌 대학원을 그만둘 결정을 내리려면 고민을 엄청해야했어요.
그렇다면 급여는 같다고 볼때, 소위 '꿀빤다'라고 하죠. 출근해서 특별하게 하는 일이 없고 몸이 편한 직업이 좋은가요, 아니면 하루종일 일만 한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고 보람을 느끼는 직업이 좋은가요?
무조건 후자에요. 왜나하면 전자는 언젠가 '현타'가 온다고 생각해요. 결국 '내가 무얼 하고 있나'라는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지금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