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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순 Aug 17. 2023

직장인인터뷰6. 선생님은 우릴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3년차 초등학교 교사


평생을 간호사로 살지, 안살지 모르겠습니다.

평생 '하나'만 알고 가기에는 너무 아쉬워 인터뷰합니다.





: 초등학교 교사

일한기간: 3년차



간략한 소개!

- 올해 1학년을 맡았습니다.

-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 아이들과 함께 저의 미래도 그립니다.



현재 일에 만족하시나요?

저의 시야와 세상의 사야가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직장을 선택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 같이 일하는 사람 -> 직무 -> 급여 -> 개인의 성장가능성


사람, 직무, 급여가 만족스러울 때 성장은 자연히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을 하시나요?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고, 가르치는 곳은 초등학교입니다. 무엇을 가르치는지 물으신다면, "이것저것"이라고 대답해요.

작년에는 6학년을 담당했지만, 올해는 1학년, 그러니까 만 6-7세의 아이들과 시끌벅적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이것저것"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선생님이 응당 가르쳐야할 것들'부터 '이런 것까지 가르쳐주어야하나?' 하는 것들까지 다양해요.


선생님이 우리나라 삼권분립이나 사계절이 생기는 이유 등에 대해서도 교육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것들, 예를 들어 "선생님 온다" 가 아니라, "선생님 오신다" 혹은 "손을 코나 입에 넣으면 안돼요" 이런 것들도 가르쳐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설명해야할 때가 있네요.

맞아요. 사실 제가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모를 것들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미리 공부를 하고, 수업자료를 계속 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에 만족하시나요?



생각을 오래하게 되는 대목이에요.

제 시야에서만 말을 해야할지, 세상의 시야에서 말해야할지 어려워요.



그게 크게 다른가요?

저는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아직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모두 좋았어요. 

여러가지 이유로 이제까지 제가 겪은 바로는 직업에 대해 만족해요.


하지만 주변에서 다른 선생님들의 암담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와요. 그런 상황들을 보고 들으면서 '결코 좋은 방향은 아닌 것 같다' 는 생각이 발령받은 이후로 계속 들었어요.


문제 학생, 일부 학부모님의 무리한 요구 등 저는 직접 겪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히 이야기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교사가 몸이 다치고 마음이 병드는데, 그것을 단지 그 교사 한명의 자질과 역량부족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마 그렇기 때문에 더욱 드러내지 않는 것이겠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빠지고, 겁이나요.

'내가 앞으로 이 일을 지금 이 마음으로 해낼 수 있을까? 없을 것 같다'  언제든지 저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니까요.


올해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방식대로 이 아이들과 함께 잘 지내고 시너지를 얻었는데, 내년에는 같은 학년 아이들에게 똑같은 행동을 해도 다를 수가 있어요.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진로를 빨리 결정한 편이에요.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일단 학창시절에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어요. 물론 그렇다고 모두가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선생님'을 보며 '나도 저런 일을 하고 싶다' 고 생각했어요.


두번째 요인으로는 '안정을 쫓는 성향'이었어요.

'네가 이만큼을 하면 이만큼을 얻게 될 거야'라는 일이 사실 살면서 많이 없잖아요. 그런데 초등교사라는 직업은 대학에 들어갈 땐 불투명하지만, 대학을 들어가서 4년간 이수하고 졸업을 하면 교사로 일할 수 있어요. 시험을 치면 교육 공무원이 되는 것이고, 시험을 치지 않아도 교사가 될 수 있어요. 그런 것에 대해서 안정적이라고 느꼈어요.


세번째 요인으로는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어요.

친구들이 맞춤법을 틀리면 고쳐주기도 하고,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면 친구에게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지"라면서 핀잔을 놓기도 했어요. 어릴 때부터 "미안해","고마워"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기도 했죠.



장녀라서, 혹은 규칙을 잘지키는 어린이라는 성향, 환경, 경험들이 합쳐져서,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선생님은 어떤 직업일까요?


본인이 어떤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어떻게보면 좀 '통제적인 선생님'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서 통제라는 것이, 제가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아이들도 중요하다고 느끼며 자랐으면 좋겠어요. 엄청 특이한 것들이 아니라, 살면서 '당연해지는 것들'이요.


고마울 때 "고맙다"고 말하는 것, 미안할 때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 살면서 너무 당연하게 치부하는 나머지 하지 않게 되는 말들.

그리고 그 말들이 그저 '형식'이 되면 안되는 것.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예의바르게 사람을 대해야 하는 것.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좀 '통제'적인 편이에요.



제가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글씨쓰는 것'이에요. 흔히 악필이라고 하죠? 악필이 되지 않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요. 요즘 아이들에게 글 쓰는 법을 알려주거나 편지글을 쓰도록 하면,

"선생님 그냥 카톡으로 하면 되는데, 왜 이걸 배워요?"라고 물어봐요.


세상을 살면서 면대면 말고도, 내가 쓴 글로써 누군가와 소통해야할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우리 아이들이 기본적인 면모를 갖췄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들을 제가 자꾸 의미를 찾게끔 하니까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전에는 모두를 다 품을 수 있다면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어요. 교대 면접을 볼 때에도 "식판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식판에는 국, 반찬, 밥, 디저트 모두가 한 곳에 담기잖아요.


요즘에는 '제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는가'를 더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완벽할 수는 없더라고요. 매년 아이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아쉬운 점들이 있어요. 그래도 돌아봤을 때, '아이들을 향한 마음과 교육에 최선을 다했다' 싶으면 '잘했다'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아이들과 반에서 있다보면 분명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을 하면서 어떤 점이 어려운가요?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이요. 늘 긴장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반에서 싸우고 장난을 치면서 다칠 수 있어요. 학기 중에는 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쉬는시간에 화장실도 쉬이 못가겠더라고요. 특히 현장학습 같은 때에는 아이들이 다치거나 없어질까봐 계속 아이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싸움을 중재하는 것도 좀 어려운데, 그럴때 저는 중립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그 상황을 봤다면, 중재를 할 수 있겠는데, 하지만 싸움은 꼭 제가 없으면 발생하더라고요.. 그때는 싸운 당사자들의 말과 그 상황을 목격한 모든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황설명을 들어요.


당사자들의 상황설명을 들을 때는 발언의 기회를 번갈아가면서 줘요. 둘을 한 자리에 모아서, 한사람이 말하고 있을 때 상대방은 말을 할 수 없어요.

상황설명을 들으면, 제가 아이에게 다시 설명하면서 제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인해요.

그 아이가 "맞다"라고 하면 상대방 차례로 넘어가요. 그렇게 두사람의 말을 번갈아 듣고, 주변 아이들의 말을 들으면 상황이 파악되고, 그때 중재를 해요.


그런데 아이들은 사실 이미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상대방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제법 알아요. 그리고 이미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인해 아이들은 자신의 안좋은 감정들이 대부분 풀리더라고요.



사실 아이들 너무 예뻐요. 그냥 같이 놀고 장난치고 싶을 때가 많은데, 저는 마냥 그럴수는 없는 입장이잖아요. 그리고 반의 모든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똑같은 크기로 그 마음이 도착하지는 않으니까.. 어렵죠. 그리고 이런 저의 방식은 학부모님들이 동의를 해줬을 때 가능해요.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면서 그런 것들을 맞춰가는거죠.





직장의 조건



사실 저는 고등학생 때, 교대를 선택함으로써 진로에 대한 고민을 크게 해본 적이 없어요. 저는 그때 선생님이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심지어 그때는 '나는 연금 없어도 교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방학없어도 교사하고 싶어' 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요.


저는 이 조건들을 통해 직장을 선택해본적은 없지만,

현재 경험으로 미루어보자면 사람 -> 직무 -> 급여 -> 성장가능성

순서로 중요한 것 같아요.  



1) 같이 일하는 사람

  같이 일할 때 '싫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그곳에서 일하기 싫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같이 일하는 사람이 너무 권위적이거나 배려가 없다고 느껴지면 직장생활이 참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일들이 있으면 말로 꺼내서 풀어보려고 시도하는 편인데, 그래도 상황이 변하지 않으면 참 답답한 것 같아요.  



2) 직무

교사가 가르치는 일만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밖의 행정업무가 정말 많아요. 작은 학교일수록 행정실도 작고, 교사 한명이 만맡은 업무도 늘어나요.

예를들어 100이라는 일을 100명의 직원이 있는 학교는 1씩 나눠갖겠지만, 10명이 있는 학교는 10씩 나눠가져요. 작은 학교도 큰학교와 비슷하게 굴러가야하니까요.


저는 작은 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큰 학교와 다를 수 있어요.

제가 해왔던 행정업무들을 몇 개 말씀드려보자면,

방과후 수업 관리부터 강사분들의 고용과 급여까지 담당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대회를 나갈 때 필요한 모든 업무도 교사 담당이에요. 대회접수, 버스대여, 식사준비, 아이들 인솔, 아이들 입상 현수막 만들기, 대회관련 보도자료 만들기 등등 모든 과정을 해야했죠.


그밖의 학교사업의 예산을 관리하고 신청하는 것도 교사가 해요. 많은 학교 사업의 예산이 제 손을 거쳤고, 그에 맞게 예산서와 정산서를 작성해서 올려야했어요. 그러다보면 매년 100개 이상의 공문을 작성한답니다.


아이들을 다 하교시키고 보통 제 업무를 봐요. 일이 워낙 많다보니까 학교수업준비하는 시간보다 행정업무를 처리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써야할 때 좀.. 그렇죠. 그래서 종종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는 의욕이 꺾일 때가 있어요.



3) 급여

사실 제가 받는 급여가 앞서 말한 일들을 하게끔 의욕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딱 지금 급여로는 저 자신만 책임질 수 있을 것 같아요.  



4) 개인의 성장가능성

앞서 말한 사람, 직무, 급여가 다 충족이 되면 성장은 자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일 후순위에 두었어요.



저희 학교에도 좋은 선생님들이 정말 많은데 그분들과 함께라면, 그리고 수업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더 많다면, 나에게 주어진 책임과 업무만큼 급여를 받을 수 있다면,

저는 자연히 성장할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원래는 힘든 일을 힘든 줄도 모르고 하면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요즘에는 '미래의 나의 모습이 상상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요.


간호사로 일하던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미래계획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몇 년 뒤에는 근무지 이동을 하고, 어떻게 할 그런 계획들이요. 친구가 그 말을 듣고나서 "너는 앞으로에 관한 계획이 있구나. 나는 일을 하면서 오늘 그만둘지 내일 그만둘지 생각하고 있거든" 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미래를 그려봤을 때 내가 이 일을 여전히 하고 있다면, 내가 이 일을 좋아한다는 증거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거창하게 생각하면 자꾸 갈증이 나요. '나는 분명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왜 힘들지?'하고.

그런데 좋아하는 일 하면서도 충분히 힘들 수 있죠.


지금 힘들긴 하지만, 저는 가르치고 있는 일을 여전히 하고 있을 저의 미래가 그려져요. 지금 제가 담당하고 있는 아이들이 8살이니까,

'3년 뒤에는 이 아이들이 11살이 되고, 나는 그때 무엇을 하고 있겠구나'라고 하는 그런 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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