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언제부터 접하기 시작했을까
원래 나는 힙합을 즐겨 들었는데 특히 비트에 맞춰 쏟아내는 랩을 좋아했다.
하지만 평범한 힙합이 좋은 건 아니었다.
바로 재즈힙합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힙합 곡의 샘플링과 멜로디 속에는 언제나 재즈가 숨 쉬고 있었다.
감미롭고 여유로운 재즈 선율 위에 힙합이 한 스푼 더해진 음악.
어쩌면 나는 이미 재즈를 좋아하게 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난 한가함을 느끼느라
오히려 바빠 보이는 강박관념이란 모순을
재즈를 장소나 날씨에 비유한다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는 을씨년스럽거나 고즈넉한 분위기가 먼저 떠오른다.
사실 이런 분위기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성이다.
그래서인지 재즈는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 생각이 달라졌다.
가을의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 책을 내게 소개했다.
즉시 구매했지만, 읽어야 할 책들이 남아 있어 12월 3주 차가 되어서야 페이지를 펼칠 수 있었다.
책 제목처럼 1년 12개월 사계절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반드시 계절에 맞는 내용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 구성이 무척 독특하고 흥미롭다.
재즈와 연관된 인물, 사물, 영화 등 다양한 소재를 주제로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유명한 디자이너가 특정 재즈 곡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소개한다.
그 곡을 처음 접한 계기부터 매료된 이유까지, 가볍게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독자를 재즈의 깊은 세계로 이끈다. 군데군데 삽입된 관련 사진들은 글의 감성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든다.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서, 재즈에 영감을 받은 창작자들과의 생생한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재즈는 비록 흑인 음악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인종과 문화를 초월한 진정한 예술 장르로 자리 잡았다.
재즈란 무엇일까?
나에게 재즈는 휴식 그 자체다.
즉흥적인 선율 속에도 분명한 규율이 존재하는 이 음악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가장 편안하고 의지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아직도 나는 재즈 뮤지션들이 누가 있고,
특정 곡을 꼽아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재즈를 듣고 있으면 좋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재즈의 계절을 가을로만 한정 짓기엔
너무나 아쉽다는 것을.
돌이켜보니 재즈는 사계절 내내, 늘 내 곁에 있어주었다.
재즈에 특별한 관심이 없더라도, 술술 읽히는 책이니 부담 없이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