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완독

by 광석

이번엔 무라카미 하루키에세이를 읽었다.

예전에 '기사단장 죽이기'란 책을 매우 재밌게 읽어서


문득 이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특히 나는 초딩 때, 소설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더더욱 읽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키는 미디어 노출이나 인터뷰 등을 하지 않은 작가로 유명한데


그 이유부터 자신이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

30여 년간 연재하며 겪은 일들을 글로 풀어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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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사실 자영업자였다.

재즈 바를 차려 거기서 술도 팔고, 공연도 하고 그랬던 모양이다.


그가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는 정말 뜬금없었다.

야구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도중 갑자기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나는 그때 아무런 맥락도 없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문득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 원고지만년필을 사들고 가게를 운영하며 틈틈이 주방 테이블에 앉아 소설을 쓰기 시작해 첫 장편소설'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완성하게 된다.


이후부터는 전업작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잘 돼가던 가게도 처분하며, 오로지 소설 쓰기에 몰두한다.


그는 에세이 내내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고 '나는 평범한 사람이며, 절대 대단하지 않다'는 식으로 수십 번 말하는데 하도 말끝마다 저 말을 붙여대서 귀가 아니라 눈에서 피가 나는 줄 알았다. ㅋㅋ


하지만 에세이의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전혀 평범하지가 않다.


학생 때, 공부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고

(특히 암기법 위주의 교육에 신물이 나버린)


도서관에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게 좋은 책이든 나쁜 책이든)


이미 내면에 축적된 책들이 많았을 테고

그게 어쩌면 필연적으로 소설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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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도 따라줬겠지만 어린 나이에 덜컥 재즈 바를 차리고 싶어 돈을 빌려 인수해 대출금 족족 갚아나가며 가게를 운영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실행력과 더불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 되었든 간에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결국 30여 년 동안
장편소설을 집필하는데
한몫하지 않았을까?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한 연구,

집필을 위한 하루 루틴,

외부에서 자신의 평가에 대한 속마음 등등..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역시 남 얘기가 재밌는 법이지만 특히 소설가들의 일상과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내게 궁금한 점 속 시원하게 긁어준 책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거다.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씁니다.
< 이사크 디네센 >


사실 이 말은 하루키가 아닌 이사크 디네센을 인용한 건데 그의 말과 비슷하게



나는 매일매일 20매의 원고를 씁니다.

라는 자신의 말과 일맥상통하다고 말했다.




쓰고 싶으면 일단 써야 한다.



이번에 영감받으면서 이전에 묵혀뒀던 단편만화를 틈틈이 그려보자고 다짐해 본다.

(그림 에세이를 꾸준히 올리는 것처럼 이것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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