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r Maker

1만 시간의 재발견 - 안데르스 에릭슨, 로버트 풀

by 경규승

2017년 11월 04일 토요일
League of Legends World Championship 2017 결승전


SKT T1은 Samsung Galuxy에 0:3으로 패했다. 4회 세계 제패를 앞둔 Faker는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을 줄 알았던 T1은 2018년 참담한 한 해를 보낸다.



Faker 선수의 눈물


나는 T1 팬이다. 특히 이상혁(Faker, T1) 선수와 이재완(Wolf, 전 T1 소속, 현 SuperMassive eSports 소속) 선수를 좋아한다. 지금까지 좋아한 스포츠 선수를 생각해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 엄격한 선수를 좋아했다. 박지성, 이치로 스즈키, 김연아, 임요환, 마이클 펠프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한 프로 중의 프로. 지독한 연습 중독자들이다. 현존하는 영웅들이다.


비범함으로 가는 로드맵을 4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가벼운 놀이로 시작한다. 운동이 재밌어서 시작한다. 그렇게 재미있게만 하면 실력은 어느 정도 수준에 머물고, 더 이상 발전하지 않게 된다. 2단계, 진지하게 실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의식적인 연습을 시작한다. 의식적인 연습은 재미가 없다. 즐거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 향상을 위해서 자신의 컴포트 존을 벗어난 강도 높은 연습을 지속한다. 3단계, 실력 향상에 필요한 활동은 끊임없이 의식적인 연습을 지속하여 정상으로 향한다. 4단계, 영웅들이 머무는 단계이다. 날카롭게 다듬어진 심적 표상으로 새로운 경지에 이른다. 무아지경의 단계에 이른다.


결국 2단계 이상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노력의 양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1단계에서는 지능이 중요할 수 있다. 해당 분야의 규칙을 이해하고 익숙해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짧을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정상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의 양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나는 주변 모든 실력자들이 지금까지 무수히 노력했을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재능은 없다. 노력을 재능이라고 폄하하지 마라.


딥러닝 알고리즘 ANN(Artificial Neural Network)도 의식적 연습의 개념을 정확히 활용했다. loss function(오답 수 정도로 생각해도 무방함)이라는 시험 점수를 받아서 자신의 현 상태를 수치로 측정한다. backprobagation(오류 역전파, 정답과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모형의 뼈대(weight, bias)를 적절한 값으로 업데이트함)을 통해 문제 푸는 방법을 조금 수정한다. 그리고 이 수정하는 정도와 방향을 optimizer(금광을 찾아가는 방향과 속도를 최적으로 결정해줌)라는 훌륭한 선생님이 알려준다. 그렇게 환경설정을 멋지게 한 뒤에 공부를 시작한다.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활용해서 학습하는 것이다. 복습도 하고, 학습 순서를 뒤섞어서 공부하기도 하고, 매일 조금씩 지속적으로 공부하기도 하고, 지문의 일부를 가리고 문제도 풀어보는 등의 방식으로 모델을 발달시킨다. 심적 표상을 향상시킨다.


그럼 역으로 ANN을 인간에게 적용시킨다고 생각했을 때, 학습 프로세스에서 힘든 것은 무엇일까? 실력을 측정하는 방법 설정, 좋은 선생님을 구하기, 다음 학습 목표 설정하기와 같은 환경을 설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특히나 힘든 점은 무한한 반복일 것이다. 그럴 땐 어쩔 수 없다. 컴포트 존을 벗어나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연습이 재미있고 즐겁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위에서 언급한 1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도 아니라면 미친 사람일 수 있다.(조심해라) 연습이 끝나고 나서 만족감이 있거나 연습의 결과로 목표를 달성했을 때는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과정 자체는 고통스럽다, 힘겹다. 힘든 것이 성장의 증거이다. 지속하려면 차라리 힘들다는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그래, 그냥 하는거다.


비범해지는 과정은 물질의 상변이와 유사한 것 같다. 물을 수증기로 기화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주입해야 한다. 그리고 100°C에서 일정량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겨우 조금씩 수증기로 변화한다. 이런 임계점을 돌파해야 하는 것이 자연현상이다. 결국 인간의 성장도 자연현상의 하나인 것이다.


https://courses.lumenlearning.com/boundless-physics/chapter/phase-change-and-latent-heat/


그래도 인간이 물과 다른 점은 심적 표상을 가질 수 있고, 장기기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자의 도움으로 남들이 올라간 지점까지는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또한 본인이 예전에 특정 수준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면 어떻게 빠르게 올라가는지 안다.


그리고 한 분야에서 최고의 심적 표상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의식적인 노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 것이다. 물론 한 영역에서의 심적 표상이 다른 영역에서의 심적 표상으로 쓰일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체스를 세계 최고로 잘한다고 해서 바둑을 세계 최고로 잘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한 영역에서 최고의 심적 표상을 가지기 위해 노력한 기억은 남아있다. 다른 영역에서도 극도로 노력할 수 있는 그릿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임요한 선수는 포커 플레이어로서 승승장구하고 있지 않나 싶다.


Faker, 김연아, 마이클 팰프스가 이뤄놓은 것들을 보면 도저히 깰 수 없을 것만 같다. 권위에 압도당할 정도다. 하지만 노력으로 권위를 무너뜨릴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해보지 않은 방법으로 무언가를 해낼 방법을 찾는다. 나는 지금 이곳에서 Post Faker를 만나고 있다. 스스로 Faker를, Faker의 업적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는 선수들을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안주하지 않는 가치를 아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진심으로 T1의 2019 LoL Champions Korea Spring 우승을 축하합니다.



Appendix

목적 있는 연습의 특징

컴포트 존 벗어나기

분명한 목표

목표에 도달할 계획

진척 정도를 추적 관찰할 수단

집중하여 매진

동기부여 유지

의식적인 연습의 특징

목적 있는 연습의 특징을 포함함

전문가에게 해당 능력을 갖춘 게 된 방법을 조언 구하기

자신의 맥락에 맞게 훈련 방법 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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