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 잔 게 언제였더라

by 경규승

코로나 시대가 열리며 여러 생활 양식이 변화했다. 한 달이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재택근무는 2.5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헬스장이 폐쇄된 이후 운동을 하지 않았다. 퇴근 후 방문했던 독서 카페는 한 달을 연장했지만, 이미 그 기간은 훌쩍 넘어버렸다. 약속도 취소되었고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특히 생활 리듬이 변경된 것이 힘들었다. 수면 패턴이 망가졌다. 유튜브를 보다가 새벽 5시에 잠이 들기도 하고, 업무 중간에 잠깐 낮잠을 잔다는 것이 2시간을 자기도 하고, 새벽 2시까지 업무를 하기도 하고, 잠이 안 와서 밤을 새우고 11시 오전 회의를 끝내고 잠을 자기도 했다. 말 그대로 수면 패턴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헝클어진 수면 패턴으로 일을 끝내는 시간이 들쭉날쭉해졌다. 일을 끝내는 시간이 보통 오후 9시가 되었고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산책을 나갈 수 있었다. 이 상태로는 답이 없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는 것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일단 생활 리듬의 기본인 잠부터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숙면의 모든 것>에서는 체내 시계를 바로잡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그 방법은 크게 빛, 식사, 운동, 체온 4가지로 나뉜다.


빛은 체내 시계의 자명종 같은 역할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 햇살을 충분히 받는다. 반대로 저녁에는 가급적 강한 빛을 쐬지 않는다. 특히 밤늦게까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용할 경우에도 블루라이트를 차단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아침 식사는 체내 시계를 초기화한다. 또한 비만 예방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잠들기 전 3-4시간은 음식 섭취를 자제하도록 하자. 뇌에는 뇌의 노폐물을 씻어내는 글림프 시스템이 존재한다. 글림프 시스템은 수면 중에 활성화되며, 특히 수면 직후 1.5시간 정도 가장 활발하게 작동한다고 한다. 이 시간대에 소화하는 데 체내 에너지가 사용되지 않도록 하여, 글림프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야식을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낮에 몸을 적당히 움직여서 활동량을 높인다. 일이나 게임을 하게 되면 시각과 손은 활발히 움직일지 모르지만 몸의 에너지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밤이 되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뇌의 피로와 몸의 피로의 균형을 맞추어 준다.


심부 체온이 낮을수록 졸음이 온다. 일반적으로 따뜻하면 잠이 온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졸음이 오는 것과 관계있는 것은 몸의 표면 온도가 아닌 심부 체온이다. 심부 체온은 몸의 피부 온도보다 2도 정도 높은 경향이 있는데 피부 온도와 심부 체온의 격차가 줄어들수록 졸린 경향이 있다. 심부 체온은 새벽 3시에 가장 낮고 17시에 가장 높은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새벽 3시 고비를 넘기면 그다지 졸리지 않은 경향이 있다. 또한 심부 체온이 높을수록 생산성이 높은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심부 체온이 낮은 새벽 시간에는 생산성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




생체 시계를 초기화시키기 위해서 5월의 시작과 동시에 다음과 같은 일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튼 바로 걷기

저녁에 형광등 껐을 때 보이는 불빛 차단하기

아침 식사 간단히 하기

헬스장 다시 등록, 운동하기


아직 바꾸지 못한, 숙면에 방해가 되는 일은 다음과 같다.

유튜브 시청하다 잠들기

야식 먹기




수면 패턴을 변경하며 힘든 점은 잠이 오지 않는데 억지로 자려고 하는 것이었다. <숙면의 모든 것>에서는 잠이 오지 않을 때, 그것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고 말한다. 수면압이 강하지 않은 상태로 잠이 들면 깊게 잠들기 힘들기 때문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느끼면 일단 일어나서 음료를 마시거나, 기분을 가라앉히고 졸리게 만들고 단조롭고 지루하게 만들라고 한다. 저자는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재밌어서 계속 읽고 싶어 지는 책을 권하지는 않는다.


현대인들은 수면 부채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수면 부채가 쌓인 상태라면 매일 자고 싶은 만큼 자더라도 이를 해소하기까지는 3주라는 시간이 걸린다. 일단 축적된 수면 부족은 해결하기 힘들다. 7시간 이상의 수면을 권장한다. 수면 부채를 해결해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면서도 기분이 개운하면서 잘 잤다는 만족감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이보다 긍정적인 하루의 시작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모두들 꿀잠 자기를 바란다.




Reference.

<숙면의 모든 것 - 니시노 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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