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가
하루에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운동을 하며, 일을 하며, 코딩을 하며, 심지어 공부를 하면서도 생각을 하는 것인지, 기계적으로 몸이 움직이는 것인지 모를 때가 있다. 어떤 날은 나 자신과 대화를 한 마디도 하지도 않은 날도 있다. 그러면 나는 내가 나로서 살아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생각을 하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날도 있다. 그러다 그 흐름에 휩쓸려 가끔 평소보다 높은 파도를 맞을 때 고통스럽다는 것을 느끼고서 그제야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생각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스스로와 대화하는 것에 능숙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똑똑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는 형체가 있는 생각이 아닐 경우에는 집중력이 흩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끔 운동이 끝나고 샤워를 하거나 목욕탕에 혼자 들어가 있으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비교적 생각의 끊을 놓지 않고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환경적인 제약이 없으면 나의 생각은 주변 환경에 분산되어 버린다. 그나마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은 아무것도 없는 순간이다. 지금 글을 쓰는 것처럼 백지에 글을 쓰거나, 혼자 카메라를 앞에 두고 말을 할 때 생각하기 편하다. 즉 가장 나다운 순간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순간이다. 그 순간 무에서 유가 창조된다. 0에서 1이 된다.
개인의 제로 투 원이 되는 순간이 생각을 하는 순간이라면, 기업의 제로 투 원의 순간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창조의 순간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단 한순간뿐이다. 기업은 제각각 노출된 환경이 다르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도 다르다. 그렇기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역시 어느 누군가의 방법이 맞지 않을 수 있다. 즉, 표본의 크기가 1이기 때문에, 기업의 선택은 언제나 단 한 번뿐이다.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입증한 기업을 성공한 기업이라 하고, 독점은 모든 성공적 기업의 현 상태를 말한다.
독점은 진보의 원동력이 된다. 책을 쓰고 나서 누구나 그 책을 복사해서 팔 수 있다면 어떤 작가가 작품 활동을 할 원동력을 얻겠는가, 약을 카피해서 판매할 수 있다면 어떤 제약회사가 신약 연구를 진행하겠는가. 독점은 미지의 세계를 나아간 자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과실이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독점이 아닌 자유경쟁이 사회적으로 더 많은 효용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모형에서는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 비즈니스에서 모형에서 설명하는 균형이 이뤄지는 상황이 과연 가능할까 싶다. 균형이 이뤄졌다 싶으면 세상의 모든 변수가 변화한다. 사고파는 호가가 일치하는 순간 새로운 균형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체결된 순간 생겨난 정보는 다시 시장에 반영되어 다음 호가가 일치하는 순간까지 지금까지의 변수를 새롭게 바꿔놓는다.
교과서와 현실은 다르다. 동전을 던져서 앞이 나오면 1만 원, 뒤가 나오면 0원을 주고 한 번 참가 비용이 4천 원인 게임이 있다고 해보자. 당신이라면 이 게임에 참가하겠는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참가할 것이다 한 게임당 기댓값이 1천 원이기 때문에 많이 하면 할수록 이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저런 게임을 제안하는 사람이 사기꾼일 확률이 매우 높다. 또한 닫힌 세계에서 제 3자로 생각하는 경우와 그 판에 내가 직접 들어가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4천 원 밖에 없는데 1만 원이 있으면 1분 뒤에 10만 원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 내가 놓여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4천 원이 잃어도 타격이 없다고 판단되면, 사기꾼과도 한 판은 해볼 만하다. 그렇기에 비즈니스 상황에서 내가 맞이하는 모든 순간은 새로운 순간이고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은 없다. 즉 스스로 내 상황에 맞게 생각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는 것으로 독점을 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가 된다. 물론 자신의 생각이 내 생각인지 타인의 생각인지는 구분하기 힘들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책이라고 하는 주입물을 나라고 하는 필터에 넣어서 생각을 전개하고 있을 다름이다. 온전히 나만의 생각인 것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히 새로운 영역은 존재한다.
내가 아니라 똑똑하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가 벌써 발견한 건 아닌지 의심되는가? 이미 모든 비밀이 다 발견된 것은 아닐까 의심되는가? 테슬라: 전기차, 페이스북: 인터넷으로 개인 연결, 에어비엔비: 집 단기 임대. 위워크: 사무실 임대, 우버: 내차로 택시. 이 정도 비밀이면 누구나 다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너무 단순한 아이디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구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비밀을 믿고 행동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숨겨진 비밀을 믿고 직접 그것을 찾아다니고, 직접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보편화된 관습을 넘어서 뻔한 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볼 수 있다. 배운 대로만 생각해선 안된다.
개인도, 기업도 스스로 생각하였을 때 진보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 위한 한 가지 도구로 글쓰기를 선택했다. 글을 통해서 생각하고, 세상을 창조하고, 당신의 시간을 독점한다.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