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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스토리 vs. 성공 히스토리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

by 경규승

최근 한국에서 성공한, 혹은 성공했던 서비스의 성공 스토리와 성공 요인을 비교했다.




공차 코리아

서비스: 대만 밀크티

성공 스토리: 30대 초반 평범한 주부의 340억 대박

공차의 김여진 대표는 공차의 대만 본사로부터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따내었다. 1년 동안 본사를 설득하였다.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기도 했고 이메일보다는 직접 본사를 찾아가서 커뮤니케이션했다. 대만의 매장에서 6개월간 일을 해보고 한국에 1호점을 오픈했다. 과연 프랜차이즈를 따내는 것이 평범한 사람의 역량일 것일까? 정성과 감동으로만 가능할 것일까?


공차의 창업에는 김 대표의 남편의 도움이 컸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남편은 ANZ, 시티은행, 바클레이즈 SC에서 근무했다. 비즈니스와 투자금융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최고의 조력자가 존재했다. 사업가와 그 가족은 완벽하게 분리될 수 없다.



월향

서비스: 막걸리 한식 주점

성공 스토리: 보수 언론사 해직 기사의 우리 술 막걸릿집 대박

월향의 이여영 대표는 중앙일보 해직 이후 프리랜스 기자 커리어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10년 전부터 파워 블로거로 팬을 확보하고 있었다. 팬덤을 가지고 있었기에 고가격 정책을 유지해오면서도 고객을 설득할 수 있었다.


SNS와 막걸리 붐 특수에 잘 맞추어 사업이 성장하였다. 한식 셰프 중 처음으로 <미쉐린 가이드>에서 2 스타를 받은 남편인 임정식 셰프의 역할도 주점의 안주 메뉴를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월향은 다양한 이슈에 휩싸이고 있다.



마켓컬리

서비스: '샛별 배송'.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이커머스

성공 스토리: 화려한 커리어의 억대 연봉 직장을 버리고 창업한 맞벌이 주부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는 미식가이다. 직장인 시절 채소, 고기, 과일 등 품목별로 품질이 좋은 곳을 체크해두고 장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김 대표는 아토피 피부염과 부종으로 인해 무농약, 유기농 식품만을 먹는다고 했다. 음식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불편에 대해 타협하지 않을 수 있었던 여건 중 하나는 경제적 능력이다.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물론 개인적 기질과 경제적 여건이 허락한다고 하더라도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여기서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그렇다고 해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디어 자체보다 누가 실행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디어와 아이템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런 면에서 김 대표의 커리어는 확실한 비즈니스 자원이 되었다. 김 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투자회사와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였다. 이는 자금 유치, 인력 확보에 유리한 환경에서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었다.



스타일난다

서비스: 온라인 쇼핑몰 1세대. 코스메틱 브랜드 3CE.

성공 스토리: 로레알에 6천억 매각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는 속옷 장사 어머니 아래에서 자라며 어릴 적부터 옷을 좋아했다. 옷을 옥션에 직접 팔아보기도 하며 자신이 이 시장에 재능이 있고 이 일을 즐거워한다는 것을 알았다.


대중의 기호를 읽는 능력이 있었다. 재능을 발휘했더니 수요가 생겼다. 스타일 난다의 옷은 과감한, 통칭 '센 언니'스타일이었다. 처음은 옷에서 시작했지만, 스타일은 신발, 액세서리, 화장까지 결합시켜야 완성된다. 이로 인해 화장품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케치 했고, 코스메틱 브랜드 3CE가 2009년 생겼고 첫 상품 립스틱 1만 개는 5일 만에 완판 되었다.


확장하는 인터넷 쇼핑몰 시대와 김 대표의 재능이 만났다. 또한 중국과 같은 주변 국가의 경제적 문화적 성장하는 시대와 만났다. 로레알 역시도 자신의 취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매스티지 라인업 색조 상품을 보완할 방법이 필요한 상황과 만났다.


마치 닌텐도 같았다. 닌텐도는 누구나 비슷한 게임을 찍어내는 세상에서 자신이 수요를 창출했다, 세상의 트렌드를 선도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게임에 철학을 불어넣었고 소비자는 이를 기대한다. 스타일난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다 보니 스타일 난다는 김소희 대표의 이 말로 요약된다.


"내 힘이나 전략 때문에 거둔 성과가 아니다. 사업 계획서도 없고, 매출 목표도 없고, 노하우도 없다. 줄 것 주고받을 것 받고 낼 것 내면 성장했다."




각각의 기업들이 가진 자원이 분명했다. 자원이 충분히 많다고 해도 반드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자원과 능력이 꽃필 수 있는 시대를 만났다. 이것이 운의 영역이다.


성공한 기업의 실제 모습은 매우 현실적이다. 기본적으로 충분한 자원을 바탕으로 시도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제1 덕목은 생존이다. 그리고 기업의 제1 원칙도 생존이다. 기업의 설립 목적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나고 난 이후에서는 자연인이 아닌 법인으로서의 인격을 가지고 살아간다. 살아가는 존재로서 생존이 1 원칙이다. 그리고 생존하기 위한 자원이 필수적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은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주어진 자원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마케팅에서는 희소한 스토리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가졌던 자원도 비즈니스 차원에서 숨기곤 한다. 평범한 사람이 노력하여 자수성가한 스토리를 좋아하는 시대다. 그것이 자신의 기업 생존에 도움이 된다.


평범한 사람의 성공은 대단히 감동적이다. 감동적인 이유는 그만큼 예외적인 일이란 말이다. 예외적이란 말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평범한 사람의 성공은 희박하다.


하지만 평범하다고 하는 것은 어떤 특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준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여러 특질들 중 하나이다. 당신은 평범한가? 어떤 면에서 평범하다고 생각했는가? 어떤 면에서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 있는가? 그러면 그것들이 자신의 자원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는 모두 평범해 보인다. 어떤 모습으로는 우리 모두 특별해 보인다.




노력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노력한 수많은 이들의 실패담이 있지만 이는 기록되지 않을 뿐이다. 고난과 노력이 강조될수록 스토리가 그럴듯해지는 것일 뿐이고 우리는 이를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성공에 대한 평가에는 예술점수가 없다. 성공하면 성공한 것이다. 힘들게 성공한 것과 편하게 성공한 것, 현 상태에서 성공의 차이는 없다.




고난 역시 유사하다. 자신의 한계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목표는 적절한 도전일 수 있으나 지나치게 높으면 좌절의 원인이 된다. 지속하기보다 포기하게 된다. 그렇다면 성공한 이들은 운이 좋게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고난을 일정 기간 동안 겪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행운을 누구나 누리지는 못한다. 견딜 수 없는 고난이 찾아올 수도 있고 고난의 기간이 너무 길 수도 있다. 고난이 그냥 고난으로 끝날 수 있다. 고난을 겪은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고난을 이겨내고 성공했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그래서 나도 고난을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세상의 이야기에는 고난을 견디지 못한 실패한 이야기는 사라진다. 스토리에 임팩트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의 스토리는 결국 고난을 겪었으나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게 되어 우리는 착각하게 된다. 고난을 견뎌내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이다.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에 고난을 강조한다면 그만큼 운이 결합된 적당한 수준의 고난을 겪은 것일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성공의 과정에 고난이 있을 수는 있으나, 고난을 이겨냈다고 해서 성공을 담보하진 못한다. 고난은 고난이다.




그렇다면 성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비즈니스는 자원 우위의 총력전이다. 나의 우위를 강조하고, 나의 열위가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여 상대방을, 시장을 공략하여 그 안에서 어떤 형태로든 생존하여야 한다. 단순히 노력한다는 것은 아마추어다. 아름다운 성공은 미디어가 꾸며낸 허상이다. 생존이 가장 값진 가치다. 공정한 경쟁은 환상 속에서나 존재한다.




그렇다면 자원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자원이 무엇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 자신의 경험과 능력이 경쟁력이 발휘될 수 있다. 자신이 가진 자원의 강점이 발휘되는 환경과 맥락을 확인하고, 동시에 기존에 강점을 가진다고 생각한 자원도 환경과 시대에 맞추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자원이 없다면, 불안정하고 변화가 일어나는 시장에서는 기회를 찾는다. 이 참여하여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해 본다. 아무도 자원을 가지지 못한 시장에서는 꾸준함 자체로 중요한 경쟁 자원이 된다. 물론 제공하는 서비스가 최소한의 퀄리티는 확보가 된 상태에서 서비스를 지속하며 생존하여야 한다. 음식의 맛있는 수준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도 상한 음식은 기가 막히게 구분해 내기 때문에 결함이 있는 상품이어서는 지속 성공하기 힘들다.




성공을 추구한다면 성공 요인을 설명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명심하자.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하나가 아니라 다수이며 상호작용을 일으키킨다. 여기에 운도 강력하게 작용한다. 그렇기에 최근에 미디어에서 말하는 성공 스토리와 실제 성공 히스토리는 다르다. 남의 성공 이야기를 듣고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다는 위안을 받기보다 어떤 환경과 배경과 자원이 있었는지 현실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He can do, she can do, why not me?"라고 김태연 회장은 이야기했다. 하지만 저렇게 말하고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역사는 이를 기록하지 못한다. 이러한 성공한 이의 스토리를 듣고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면 기반이 있는 믿음인지, 지속 가능한 믿음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감정적 위로만은 아니길 바란다.




References.

<멀티팩터 - 김영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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