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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규승 Apr 11. 2021

한 달에 한 번!
직장인을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

가난한 천재 투자자와 부유한 바보 투기꾼

2008년 5월 6일 어느 봄날이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평소와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술을 마시러 갈 때의 기분이 들었다. 가슴속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듯 불편했다. 마치 일탈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풋내 나는 성인이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서 만 스무 살의 나에게 생일 선물을 마련했다.


첫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


번쩍거리며 1초에도 몇 번씩 움직이는 그래프는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계좌를 만들기 직전 시기에 와우(World of Warcraft)를 시작하고 2주를 온라인 세계에서 살다가 정신을 차리고 겨우 현실로 복귀한 때였다. 하지만 다시 한번 현실인지 가상인지 미묘한 HTS의 세계에 빠져버렸었다. 투자인지 투기인지 도박인지 게임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첫 투자의 경험은 매혹적이었다.


재밌는 건 시간은 많이 투자했지만 매매를 빈번하게 하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가 얻는 것에 대한 기쁨의 크기보다 컸었다. 숫자가 직접 보이기에 더 심했던 것 같다. 또한 공부하면 시장수익률 이상을 가져갈 수 있다는 호기로운 자만심을 가지고 있었다. 두 생각이 함께 내 머릿속에서 맴돌던 결과,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투자 원칙을 세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 원칙은 꽤나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이 원칙에 대한 믿음은 2020년까지 유지되었다. 근 10여 년 동안 난 투자에 있어 매우 소극적이었다. 해당 기간 사이에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기조는 유지되었다.


해당 기간 동안 뜨거운 이슈였던 가상화폐에 투자하지도 않았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라고 가상화폐를 투자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투자하기 전 상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표면적인 지식밖에 없었다.




한 동안은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한다고 생각하고 주식을 구입하기도 했었다. 소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를 하는 성향이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가끔 소비를 통해 기분 전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평소에 쓰지 않는 돈을 소비한다는 생각으로 주식을 구입하기도 했다. 주식의 가치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종목을 선정해서 샀다.


웹에서 돌아다니는 이야기 중에 '비스포크 매매법'이 있다. 10년 넘게 공부하며 투자한 투자자의 수익률이, 비스포크가 이쁘다고 삼성전자에 투자한 아내의 수익률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다. 여기 이 이야기에 나오는 아내와 내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냥 마음에 들면 이름보고 샀던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이렇게 주식을 사다 보니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찝찝했다. 주식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소비한 것이기에 무조건 남는 돈이라고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스스로를 기만하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투자와 멀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투자를 중단하던 시기에 <스킨 인 더 게임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를 읽었다. 책의 주제는 리스크를 스스로 떠안고 문제를 제3자가 아닌 문제의 당사자가 되어 직접 문제의 판에 들어와서 해결하라는 내용이다. 분석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 스스로 가질 수 있는 한계에 대해 명확히 짚어주는 내용이었다. 스포츠 분석가가 아무리 분석을 정확하게 해 주고 상황에 대해 조언해줄 수는 있어도 결국 현실에 있어서 선택하는 것은 선수이다. 게임 속에 선수는 속해 있고, 분석가는 한걸음 뒤에 있다. 분석가는 선수가 못하면 선수 탓, 선수가 잘하면 분석가 덕분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선수는 선수가 못하면 자기 탓 밖에 할 수밖에 없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선수가 온전히 다 떠안는다.


마찬가지로 투자에서도 나 스스로가 온전히 책임을 지는 것이 바람직했다. 소비한다는, 말도 안 되는 기만하는 자세로 스스로를 속여서는 안 되었다. 온전히 나 자신이 시장에 참여하고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생존하는 방법을 익혀가는 것이 어설프더라도 현실을 명확히 받아들이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렇게 태도가 변했고, 가장 모르는 자산인 암호화폐에 투자를 실행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자산에 투자했다. 금기를 저질렀다. 짜릿했다.




그렇게 시장에 명백하게 나는 발을 들이게 되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가장 빠른 시작은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투자에 대한 공부를 할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투자가 본업이 아닌 상황에서 매수 매도에 대한 시점과 종목에 대한 선정을 위해 시간을 쏟기에는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선택하게 된 방법은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전략이었다. 원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주기적으로 기존에 설정한 자산 비율로 포트폴리오 구성을 조정하는 방법이다. 해당 방법은 나에게 세 가지 장점이 있었다.


첫 번째, 포트폴리오를 한 번 설정하고 나면 주기적으로 한 번씩 확인하면 된다. 스스로 본업에 대한 집중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생활에서의 소음을 피하고자 한다. 한 달에 한 번 포트폴리오를 확인하고 비율을 재조정하는 형태로 운영하려 한다.


두 번째, 분산투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시장수익률을 확보한다. 자산 움직임이 반대인 자산들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여 변동성은 낮추고 기대 수익률은 높이는 효과를 최대한 노린다. 개별 자산들 역시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한다.


세 번째, 상품별 매입, 매도 시점을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개별 자산이 비싼지 판단하는 것이 아닌, 포트폴리오 내에서 상대적인 자산의 고평가 저평가를 확인하고 정해진 주기에 매매하여 비율을 조정해주면 된다. 매매는 1달에 1번 진행하기 때문에 해당 날짜에 거래하는 시간을 내면 충분하다.


위와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에 나 같은 라이프 스타일을 지닌 직장인이 본업에 충실하면서 투자할 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보았다.


개인의 성향을 반영해 달러 자산 비중을 높여 투자하고, 가끔 투자하고 싶은 개별 종목들은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했다. 해당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자료는 <마법의 돈 굴리기 - 김성일> p352에 나오는 "100만원으로 시작하는 초보 투자자를 위한 추천" 단락이다.


자산 배분과 관련된 정보가 필요하다면 아래의 유튜브 채널을 추천한다.

연금술사김성일 TV

내일은 투자왕 - 김단테

홍춘욱의 경제강의노트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시기인 것 같다. 모두 다 수익을 올린다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처한 상황은 모두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 자체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투자하는 자신의 환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에게 매도 매수 시기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그 시기를 파악한다 하더라도 크게 배팅할 수 있는 배짱이 없는 것, 그리고 투자하는데 개인 시간을 최대한 적게 쏟고 싶다는 나에게 주어진 3가지 포인트를 아는데 10년이 넘게 걸렸다.


지피지기하여 백전백승보다는 백전불태를 추구하여 생존하고자 한다.




Reference.

<마법의 돈 굴리기 - 김성일>

<스킨 인 더 게임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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