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돈과 삶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규승 Oct 31. 2021

친구가 코인으로 1000% 먹었다고 한다

소득 파이프라인: 시간과 정성

고향 친구들을 만났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의 관심사는 많이 변했다. 최근에는 특히 재테크 이야기가 부쩍 늘었다. 어릴 때는 부모님 입을 통해 듣던 이야기가 친구의 입에서 들리고 내 입에서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친구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외근을 좋아하는 활동적인 친구다. 최근에 재개발 지역에 투자를 했다고 한다. 주식, 코인, 부동산 모두를 해봤지만 부동산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했다. 임장 다니는 것도 재밌다고 한다. 지방에 거주 중인데 임장을 하러 서울에 올라올 정도로 열정적이다. 잘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한 친구는 가상화폐 시장에 관심이 많다. 첫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것은 4년 전이라고 한다. 변동성을 즐기는 성향이다. 처음 들어본 가상화폐에 투자해서 몇 배 수익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불안하게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의 행동을 더 이해해 보고자 몇 가지 더 물어봤다.

Q1. 손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수익이 난 것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A1. 수익과 손실이 전체로 봤을 때 수익이다.  


Q2. 지속적으로 변동성에 베팅하면 어느 순간 원점으로 돌아갈 리스크가 있어 걱정된다.

A2. 손실 나도 괜찮은 정도의 수준만 투자한다.  


Q3. 정말로 투자인 것일까? 투자가 아닌 투기가 아닐까? 대부분의 가상화폐에는 실질 가치가 없기 때문에 매매 차익만을 바라는 투기라고 생각한다.

A3. 모두가 가치가 있다고 믿으면 가치가 있는 것이다.  


친구의 말은 이해는 되지만 설득되지는 않았다. 나는 친구가 투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평소처럼 산책을 하다가 어제 느꼈던 이 불편함에 대해 고민이 들었다.


왜 불편하다고 느꼈을까?

내 사고 속에서 '가상화폐는 가치 없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우선적으로 내려두고 대화를 진행해서 그랬다. 내가 진정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서 알고 있지는 않다. 모르는 시장이기 때문에 일단은 '불안함'이라는 본능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 본능적으로 모르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었던 것 같다. 메이저 가상화폐(비트코인, 이더리움)에 대한 얕은 지식만으로 가상화폐 시장을 모두 알고 있다고 착각한 상태로 대화를 진행했었다.


옳은 투자 방법이 존재할까?

부동산 투자를 하는 친구는 옳은 투자를 하고 있고, 가상화폐 투자를 하는 친구는 옳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부동산 투자는 성장 과정에서 빈번하게 접했기 때문에 익숙했고, 가상화폐 투자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리고 부동산도 가상화폐도 잘 모르지만, 익숙하다는 것만으로 나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내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 남의 행동을 평가했다. 견해가 좁았다.


투자와 투기는 어떤 차이가 있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투자: 이익을 얻기 위하여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

투기: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함. 시세 변동을 예상하여 차익을 얻기 위하여 하는 매매 거래.


두 단어의 차이 1: '큰'

'크다'는 상대적이다. 같은 수익이 나더라도 누군가는 크게 수익을 얻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닐 수 있다. 그렇기에 사전적 정의상 '크다'라는 것으로 두 단어를 구분할 수는 없다.


두 단어의 차이 2: '시간과 정성'

투자를 함에 있어서 시간과 정성을 쏟지 않은 경우를 투기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과 정성을 쏟다 라는 것 역시 상대적이다.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시간과 정성을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두 차이점을 생각해 봤을 때, 투자와 투기를 구분할 수 있는 경우는 자기 자신이 투자 또는 투기를 했을 때뿐이다. 투자를 할 때, 자신의 행동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살펴보면, 스스로의 행동이 투자인지 투기인지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타인의 투자하는 행동을 투기로 단정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투기라고 판단 내리는 것은 사건의 횡단면만을 살펴봤을 때의 착각일 수 있다. 해당 투자자는 그 당시 다양한 시도를 해 보며 소득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결국 옳은 투자 방법이란, 자기 자신이 경험하고 이를 피드백하며 시간과 정성을 쏟아서 내재화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의 관점에서는 소득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투자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시간을 지속적으로 쏟을 수 있도록 자신의 투자 천성에 맞는 것이 무엇일지 아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유리하다. 누군가에게는 부동산이 잘 맞는다면, 누군가에게는 가상 화폐가 맞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투자 분야와 방법이 무엇 일지를 판단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지에서 비롯한 감정적 가치 판단의 어리석음을 반성하며 글을 마친다.




Reference.

<돈 공부는 처음이라 - 김종봉, 제갈현열>

매거진의 이전글 한 달에 한 번! 직장인을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