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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규승 Apr 21. 2023

Start Up

10살.


어릴 적 수술을 하고 긴 시간 회복하는 시기가 있었다. 개구쟁이였던 나는 밖에서 뛰놀지 못해서 답답했었다. 그래서 대리만족용으로 여러 콘텐츠들을 소비했다. 삼국지와 드래곤볼과 같은 영웅이 나오는 콘텐츠를 좋아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 시절 내 가슴을 뜨겁게 했던 건 ‘성공 시대’ 다큐멘터리였다.


1-10회 비디오테이프를 부모님께서 구해오셨고 나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었다. 그중에서도 1회를 정말 많이 봤었다. 바로 정주영 회장 편. 무일푼에서 지금의 현대 그룹을 있게 한 장본인. 그 용기가 마치 드래곤볼의 손오공 같았고, 삼국지의 유비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소년의 가슴에 불씨 하나를 지폈다.


그렇게 그 불씨를 가지고 계속 살아왔다. 큰 곳에 속하기보다는 작은 곳에 속하기를 원했다.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일하기를 원했다. 그렇게 작은 곳, 더 작은 곳을 향했다. 그리고 결국은 아무것도 없는 0에서 내가 1이 되어 시작하는 것을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열망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점점 작은 곳으로 향하는 방법을 알았고 경험도 했지만, 0에서 시작하는 것은 여전히 시도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던 것 같다. 무언가 서비스를 제공할 거리가 있어야 비즈니스를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프로덕을 만들기 위해 시도했었다. 사람들도 모아서 함께 만들어도 보고, 혼자서 프로토타이핑을 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가질 못했다. 왜 결국 마지막에는 흐지부지 되었을까?


저지르지 못했다. 여전히 준비해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혀있었던 것 같다. 저지르지 않으니까 행동하지 않았다. 모의고사만 10번 친 고3 학생의 느낌이었다. 손자병법을 달달 읽었지만 실전 경험 없는 풋내기 지휘관의 느낌이었다. 경험하지 못한 지식은 인지부조화를 가져온다. 


죽기 직전에, 다양한 갈림길을 걸어간 평행 세계의 또 다른 내가 나를 지켜보는 경험을 한다고 하였다. 거기서 기업가 경규승이 나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지켜봐 질 것이 아니라 지켜봐야 했다. 걸어야 할 길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걷는 게 나았다.


제로투원을 읽었지만 나는 제로투원을 하지 못했다. 몇 번이고 이 책을 읽었지만 아직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아직일 수 없었다. 제로투원을 읽을 때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아니 해야만 한다는 명령을 받는다. 그래서 다시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이런 인지부조화, 불편함, 도피반응에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결과를 살펴본다.




이번엔 일단 행동해 보기로 했다. 그냥 창업을 해버리면 뭐라도 하지 않을까 싶었다.


며칠 동안 회사 명을 고민하다가 아이디어 뱅크 친구에게 상호를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친구는 키워드 5개와 부여하고 싶은 의미를 달라고 했다.


- 키워드: 일상측정(경제지표처럼), 인공지능, 게이미피케이션, 자기 계발, 레벨업, 정보습득

- 의미: 자기 자신을 수치화해서 게임 캐릭터 성장하듯 진짜 자신 혹은 부캐 키우기


친구는 5분 만에 뚝딱 기가 막힌 단어를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친구에게 상호를 선물 받았다. 그리고 업종, 업태, 종목, 업종코드를 알아보고 바로 신청했다.




제로투원을 읽고, 제로투원을 하였다.


창업이 별거인가. 그냥 사업자 등록하면 창업이지.


사업자 등록, 누구나 인터넷에서 몇 분이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0과 1은 다르다. 35년 만에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4/21은 제2의 생일이 된 것 같다. 사람들에게 다가오지 않았지만 곧 다가올 미래를 선물해 주려고 한다. 그리고 이건 나니까 잘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주변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래도 작은 한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동료들, 멘토들, 친구들. 그들은 항상 내게 영감을 준다. 언제건 그들의 조언을 최대한 따라 실행해 보려 한다. 그리고 이 책의 가르침을 따라 현실에서 실험하고자 한다. 책에서의 차원 높은 메시지를 따라, 낮은 차원의 현실에서 하나씩 경험해 보려 한다. 소년이 가지고 있던 불씨를 이제야 꺼내본다.




첫날의 감정을 이렇게 남긴다.


Time to Start Up




Reference.

제로투원 - 피터 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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