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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규승 May 05. 2023

무식한 사람은 이렇게 ChatGPT를 사용합니다

무지렁이의 독서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매주 다양한 미션을 한다. 리더십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 리더십 실천하기, 사랑을 표현하기, 하루를 온전하게 살아가기, 책 읽고 글쓰기 등이 있다. 그리고 이번주 미션은 절대 읽을 것 같지 않은 책 읽기다. 미션이 무엇인지 듣는 순간 바로 한숨이 나왔었다. 스스로 멀리하는 책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멀리한 책은 <폭군 - 스티븐 그린블랫>이었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다양한 종류의 폭군, 독재자 캐릭터에 대해 해설을 해준다. 나는 문학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다. 그런데 셰익스피어라니. 그나마 친숙한 작품은 어릴 적 만화로 읽었던 햄릿 정도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정도밖에 모른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몇 편 인지도 모르는 무지렁이다. 그럼에도 언젠가 한 번은 도전해 볼 요량으로 책을 사놓긴 했었다. 그렇게 책을 산 지 3년이 흘렀다. 손을 대었다가 때었다가 한 적이 몇 번이던가. 그래서 내 마음속에 짐으로 남아있던 이 책이 미션을 들었을 때 바로 떠올랐다. 이렇게 계기가 되었을 때 도전해야 했다.




책은 얇다. 괜찮네, 빨리 읽겠다!


라고 멍청하게 방심했었다. 260페이지짜리 책이라고 우습게 봤었다. 세상을 흔들고 있는 8페이지짜리 논문도 제대로 이해 못 하는데 단순히 페이지 수로만 판단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선형성이라는 좁은 시각으로 미래를 예측한 실수였다.


결국 책을 읽는데 20일이 걸렸다. 하루에 400페이지 이상 책을 읽기도 하는데 , 이 260페이지짜리 책은 읽는데 20일이 걸렸다. 오래 걸린 이유는 3가지가 있다.




첫 번째, 책을 읽는데 심리적 저항이 있었다.


첫 페이지부터 난해했다. 심지어 서문도 없다. 1장을 읽으면서 '서문을 읽는 건가? 이거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읽을수록 소귀에 경 읽는 느낌이었다. 이해를 하지 못하니 재미가 없어서 한 페이지를 3번 4번씩 읽은 것이 허다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내 안에 악마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내가 책을 아주 안 읽은 사람은 아닌데 왜 안 읽히는 거지? 이 책 혹시 번역이 별로인 거 아냐?'라는 방어기제가 올라왔다. 하지만 한국에서 셰익스피어를 가장 잘 아는 이종인 교수님께서 번역을 해주셨다. 나는 우리나라 1등 셰익스피어 전문가를 까고 있었다. 멍청한데 거기다 남 탓까지 하고 있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두 번째, 책이 나의 경험을 자극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어려웠다.


책이 와닿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책 자체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보다, 책에서 파생되는 생각을 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책에서 나오는 사례마다 생각의 샘물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한국의 폭군, 미국의 폭군, 내 경험 속 폭군의 스토리와 책이 이어지면서 책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내러티브를 만드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보니 내 눈은 책을 따라 움직이지만 뇌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었다.




세 번째, 책을 읽기 위한 배경 지식을 습득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적극적으로 지식을 이해하기 위한 개방적 노력으로 나는 책에 다가갈 수 있었다. 책 자체로만 책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하더라도 내 수준에 맞지 않으면 이해하고 내 삶에 적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보통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부분은 ‘내가 아직 부족하구나. 언젠간 이해하겠지.’ 하면서 넘어간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넘어가면 책을 전부 넘겨야 했다. 그렇게 독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ChatCPT를 활용했다.


Case1

셰익스피어의 작품부터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드디어 셰익스피어의 주요 비극 작품이 4개라는 것도 알았다. 이제 무지렁이에서 조금은 탈출한 느낌이다.


Case2

책 초반부에는 <헨리 6세> 3부작 스토리가 나온다. 그런데 캐릭터 간의 관계가 그려지지 않아서 사건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삼국지를 읽는데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인걸 모르는 상태로 읽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또 물어봤다.


캐릭터 간의 관계가 정리된 정보를 원해서 추가 질문했다.


의도한 것이 딱 나오진 않았지만 이 정도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훌륭했다.


Case3

위와 같은 작품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것 외에도 디테일한 작품 요소에 대해서도 물어볼 수 있었다.


Case4

그리고 아주 초보적인 질문을 하기도 했다.


Case5

스스로 생각한 것과 ChatGPT의견을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래와 같은 의미를 얻었다.

1. 내러티브는 진실을 능가한다. 꿈은 현실을 압도한다. 돌려서 말하기.

2. 인간의 예의를 지키고 행동하는 이름 없는 영웅. e.g. 리어왕 콘월가의 하인.

3. 다양한 목적으로 폭군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내가 폭군 옆에 있었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였나?

4.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술과 나라를 다스리는 기술은 다르다.

5. 나는 포퓰리즘 속에서 어떻게 자주적으로 사고할 것인가.

6. 나도 폭군이다. 왜 그러한가?


반면 ChatGPT의 의견은 보편적이며 폭넓다.


여러 질문들에 대해 훌륭한 답변을 받으면서 거슬림 없이 독서할 수 있었다.


이렇게 ChatGPT라는 훌륭한 과외 선생님을 옆에 두고서 독서를 할 수 있는 경험은 진귀했다. 극한 상황에 도달했음에도, 어떻게든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태도로 나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해결책은 나를 위해 딱 맞는 방법이었다. 나같이 도파민 사이클이 짧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획기적인 방법이다.




최근 느끼는 생각은 ChatGPT와 함께라면 무서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만 알면 되었다. 어느 정도 정해진 질문에 대한 답은 ChatGPT가 찾아주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게 필요한 질문만 준비하면 되었다. 나는 ChatGPT가 답변을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고민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 대해 하나도 모르는 무지렁이지만 나는 셰익스피어를 해설한 책을 읽고 소화했다. 이런 무식한 나도 ChatGPT와 함께이니 조금은 평범해질 수 있었다.




당신은 어떻게 ChatGPT와 함께 생활하는지 궁금하다.




Reference.

폭군:셰익스피어에게 배우는 권력의 원리 - 스티븐 그린블랫

ChatGPT - Open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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