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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규승 May 12. 2023

기득권을 포기한 리더

사회는 끊임없이 변하는 유기체이다. 우리의 사회는 안정되지 않는다. 역동적이다. 대한민국의 관심사도 시간이 가면서 변하는 것도 있고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리고 최근 대한민국에서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슈 중 하나가 '공정'이다. 윤석열 정부도 ‘공정과 상식’을 내걸었으니 말이다. 조국 사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등 우리는 과연 우리의 경쟁이 공정한가라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이 시대를 살아간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우리는 귀족주의(세습주의)에서 능력주의로의 변화를 선택했고 그 길을 통해 우리는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사회가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나아가며 개인의 역량에 따라 사회 계층을 이동할 수 있다는 희망은 사회에 더 큰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능력주의는 어떤 가문에서 태어났는지와 상관없이 내가 스스로 가지고 개발할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해 준다. 또한 경쟁을 일으키면서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사회의 부가가치를 증가시켰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파편화된 개인은 생존에 취약해졌다. 그러다 보니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믿을 대상이 필요했다. 현대 대한민국 사회의 새로운 신앙으로 떠오른 ‘경제력’, ‘학벌’, ‘영어’ 같은 영역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대학 진학을 위한 열기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구교준. (2016). 우리는 기회가 균등한 사회에 살고 있는가?>에서는 8개 영역(건강, 안전, 교육, 관계, 환경, 여가, 정치, 경제)에서 기회의 평등이 얼마나 주어지는지를 연구하였다. 그리고 8가지 영역 중에서 교육의 기회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른 항목들은 보통 D-index(클수록 불평등함)이 대부분 1 이하이다. (두 번째로 불평등한 항목은 여가 영역으로 D-index가 1.28이다.)


누구나 SKY대학을 가는 방법은 안다. 생각보다 간단하다. 12년간 국영수 위주로 꾸준히 학습하면 된다. 특히나 요즘 시대는 인터넷 강의로 누구나 양질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SKY를 갈 수는 없다.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번식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에너지 투자는 이상에 불과하다.




업적을 이뤄놓은 사람은 기득권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고, 업적이 없는 사람은 기존의 업적을 일궈 놓은 사람을 끌어내리는 레볼루숑을 원한다. 그리고 우리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리더가 혁명을 일으키기를 바라는 것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리더 역시 한 명의 인간이다.


사회를 바꾸는 것에는 개인의 차원과 집단적 차원의 방식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사회적인 규율을 바뀔 수 없는 내생변수로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속한 조직을 개편하고 싶으면 그 조직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가지기 전까지는 집단의 룰을 수용하고 리더의 위치로 올라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오리지널스>에서 말한다. 우리는 개인의 차원에서 현재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과거 자신의 문제를 집단의 차원으로 확장시키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이 리더가 되는 과정에서 왜 지금의 조직이 이렇게 돌아가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선택의 순간이 온다. 나 역시도 기득권이 되었으니 이를 누릴 것인지, 아니면 내가 가진 기득권을 포기하고 개혁을 시도할 것인지. 기득권이 되기로 선택하는 것도, 개혁을 하는 선택도 모두 이해가 된다. 기득권 세력이 되어 조금은 안정된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 가까울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공동체를 개선하기 위해 가진 것을 포기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영웅을 존경한다.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비교적 편한 방법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음에도 자신의 목적의식과 부합하지 않아 기존의 기득권과 반대되는 행동을 했던 영웅들이 있다. 노예를 통한 대농장이 주류이던 시절 노예를 해방한 에이브러험 링컨. 대기업의 독점을 깨트리기 위해 반독점법을 밀어붙인 Trust Burster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공황 시절 SEC(증권거래위원회), FTC(공정거래위원회)를 설립하고, 유리-스티걸 법(상업은행, 투자은행 분리)을 제정하는 등 기득권에 제한을 두며 경제활동을 촉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모두 쉬운 길을 택하기보다 자신의 목적의식에 따라 기득권을 포기할지라도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더 걸어간 위대한 사람들이다.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 되려고 시도하는 것은 어렵다. 다들 잃을 것이 많다. 겁쟁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행동한다. 정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변화이고 자신이 믿는 가치를 실천하기를 원한다면 정공법은 다음과 같다. 현재 주어진 능력주의를 인정하고 스스로의 능력을 키운다. 그리고 자신이 리더가 되어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운다. 자신이 목적한 바를 기득권의 반대에 불구하고 실행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쌓은 모든 것을 버리는 선택을 한다는 것은 무섭다. 그럼에도 이제는 알고 있다, 두려움을 느낀 것은 그것을 해야 한다는 신호라는 것을.




Reference.

능력주의의 두 얼굴 -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 도리스 컨스 굿윈

오리지널스 - 애덤 그랜트

구교준. (2016). 우리는 기회가 균등한 사회에 살고 있는가?. 「행정논총」 제54권 제2호(2016. 6): 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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