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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규승 Mar 03. 2024

남자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

대한민국의 2023년 출산율은 0.72명이다. 2023년 4분기만 따졌을 때, 출산율은 0.68명이다. 100명의 커플 중 한 세대가 지나면 34명의 자녀가 태어난다. 34명이 모두 커플이 되어 한 세대가 더 지난다면 11명의 손자녀가 태어난다. 두 세대, 약 70년 만에 인구는 1/10으로 감소하게 된다. 2090년 대한민국의 인구수는 500만명이다.


출산과 임신과 양육에 대해, 사회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나 역시도 남자로서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출산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다.




갓 태어난 기린 새끼는 바로 땅을 네 발로 딛고 걸어 다닌다. 갓 태어난 고래 새끼는 바로 헤엄을 친다. 경이로운 자연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인간의 출산은 포유류의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기이하다. 인간의 아이는 제대로 발육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완전하게 태어난다. 인간의 새끼는 자신 스스로를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 태어난다. 발육의 측면에서 보면 아이는 뱃속에서 더 크고 자란 뒤에 나와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인간의 두뇌는 너무 크고 어머니의 골반은 너무 작다. 이런 종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출산은 죽음을 동반한다.




17-18세기 아메리카에서 임신 한 건당 임산부의 사망률은 약 1~1.5% 였다고 한다. 대다수의 여성이 한 명 이상의 자녀를 나았기에 출산에 따른 사망률은 4% 수준이었다고 한다.


2022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모성사망비는 10만명당 8.4명으로 17세기에 비하면 드라마틱한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위에서 말한 아메리카의 17세기 기준으로 변환하면 10만명당 1000명 ~ 1500명 수준이었으니 거의 1/100 ~ 1/200 수준으로 리스크가 감소한 것이다.



기술로 인해 잠시 이런 자연상태의 통계를 잊곤 한다. 인간의 DNA의 진화 속도보다 기술의 진보의 속도가 빠르기에, 우리의 인지는 괴리에 빠진다. 출산이 죽음을 동반할 수 있다고 감각한다. 아무리 현대 사회에 들어서도 출산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더라도 우리의 본능을 그러하지 아니하다.




번지점프를 뛰어본 적이 있는가? 몸에 묶여 있는 안전장치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떨어지기 직전 그 난간에 온전히 나만의 힘으로 서있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번지점프를 하러 올라가서 어느 누군가는 한 시간이 지나도록 뛰어내리지 못하는 경우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곤 한다. 이성적으로는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눈앞에 50미터 낭떠러지를 나 스스로 뛰어내리는 결정은 DNA가 세포 수준에서 강력하게 거부하는 반응을 이겨내어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TV 밖에서 안전하게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 공포감을 절대 모른다.


출산 역시 마찬가지다. TV밖에 있는 남자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출산을 성공적으로 하였다고 하여도 여전히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산후열은 출산 직후에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사망 원인 중 하나다. 산후열은 임신 중 자궁경관이나 질에 있던 세균이 출산 후 번식하거나, 제왕절개 또는 회음 봉합 부위의 상처가 세균에 감염되는 경우에 발병한다. 그리고 산후열은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출산을 하고 나서 산모의 체온을 비롯한 신체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산모는 여성으로서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본능적인 공포감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안전하다는 것을 안다. 옆에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 선생님도 있다. 정말 아프면 진통제 맞으면 된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지금 내가 아픈 건 아픈 거다. 나도 모르게 불안하다. 10개월간 함께한 아이는 괜찮을까? 아이가 나왔는데도 내 배는 여전히 부르다. 몸이 돌아가지 않으면 어떨지 걱정도 된다. 모든 불안감이 증폭된다. 이성적으로는 분명 예전 그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본능적인 불안이 앞선다.


이 불안과 공포의 과정을 산모는 직접 느낀다. 남자로서는 절대 100% 수준으로는 공감해 줄 수 없는 일이다.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다. 그나마 해줄 수 있는 것은 본능적인 분리 불안에 대한 본능적 공포를 이해해 주는 것이다. 즉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을 주는 일이다.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해 주고 그 시간을 온전히 함께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출산.


남자로서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을 넘어서는 공감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Reference

의학의 대가들 - 앤드류 램

2022년 사망원인통계 결과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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