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때문인지 이틀동안 뜨거운 열과 몸살을 앓고 지나갔다. 진짜 여름이 끝났나보다. 매년 다짐하는 서핑 배우기는 이번 여름에도 실패했다. 내년에는 꼭! 그래도 이른 여행으로 시작한 여름은 생각보다 괴롭지 않게 지나간 듯하다. 사진을 많이 못찍었다는게 아쉽지만 말이다.
유독 무지개를 자주 본 이번 여름. 침대에 누워 멍때리다가 무지개가 떴다는 소식에 카메라를 들고 시야가 트인 곳을 찾았지만, 도심에서 볼수 있는 건 딱 요정도. 조금만 일찍 알았다면 한강으로 가서 보았을텐데 아쉽.
사실 여름이라고 해서 딱히 특별히 하는 건 없었다. 여름 스포츠를 즐기는 것도 아니고 지독한 냉면 매니아도 아니고, 하지만 여름 특유의 발랄하고 들뜬 느낌이 좋다. 밤 열한 시 넘어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려도 그리 이상하지 않은 계절. 여름에는 보름달 뜬 날의 늑대들처럼 다들 조금 이상해져.
그렇게 여름의 마지막 사진은 지난 거스키 전을 보고 용산역 부근을 다니며 찍은 사진들이 되었다. 덥다는 핑계로 지독하게 카메라를 집에 모셔두었는데 이젠 정말 꺼낼 시간. 멋있는 카메라 스트랩이 또 사고싶어지는데 어쩌지.
이런 글에 마법의 문장 안 적으면 섭섭하니,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