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만년필 Apr 15. 2022

Dangerous- Michael Jackson (하)

황제에 관한 실록 3편 (완결)

초호화 캐스팅—[Dangerous] 뮤직비디오

 '보는 음악'을 표방했던 MTV가 1981년 8월 1일 개국했고, 이듬해 때마침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은 앨범 [Thriller]를 발표했다. 이 앨범에 '빌리 진(Billie Jean)'이 있다.

다들 알다시피, ‘빌리 진(Billie Jean)'은 곧 ‘문워킹(Moonwalking)’이다.


‘빌리 진’과 ‘문워킹'이 환상의 조합인 것처럼, MTV와 마이클 잭슨은 환상의 조합이었다. 절묘한 타이밍에 마이클 잭슨은 문워킹을 시작한 것이었고, 뮤직비디오 속에서 마이클 잭슨보다 돋보이는 스타는 없었다.

1983년 5월 16일 마이클 잭슨이 문워킹을 선보였던, ‘Motown 25: Yesterdaym Today, and Forever’ 공연 장면

뮤직비디오를 통해 마이클 잭슨만큼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 아티스트도 드물었고, 마이클 잭슨은 확실히 비디오형 가수였다. 어느새 마이클 잭슨의 트레이드 마크는 '문워킹(Moonwalking)'으로 대표되는 춤과 뮤직비디오로 팬들에게 각인되었다. 이후로도 새 싱글을 발매할 때마다, 마이클 잭슨은 매번 한 편의 단편영화 같은 뮤직비디오와 함께 등장했다.


'Thriller'

이전의 천편일률적이고 단조로운 뮤직비디오—가요무대에서 약간의 리듬을 타며 노래하는 정도의 수준—의 틀을 깬 ‘스릴러(Thriller)’는 마치 단편영화 같은, 스토리를 가진, 뮤직비디오의 효시와 같다. 시종일관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 늑대인간을 연기한 마이클 잭슨과, 좀비들의 군무가 인상적이다.

  — '스릴러 (Thriller)' 뮤직비디오 : https://youtu.be/sOnqjkJTMaA


'Billie Jean'

사랑스러운 딸을 향한 아빠의 마음을 담은 곡 'Isn't She Lovely'를 부른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했던 말은 잘 알려져 있다. “내가 만약 눈을 뜰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보고 싶은 것은 나의 딸이고, 그다음은 마이클 잭슨의 문워킹이다."

바로 그 ‘문워킹'을 처음 선보였다는 ‘모타운 (Motown) 25주년 기념행사’에서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다.

  — '빌리 진(Billie Jean)' 뮤직비디오 : https://youtu.be/xpN3GRFKb4w


'Smooth Criminal'

유튜브에서 'Smooth Criminal'을 검색하면, 공식 뮤직비디오로 되어 있는 것은, 영화 '문워커(Moonwalker)'의 일부분이다. 우리 케이팝 아이돌들의 주무기 중 하나가 칼군무라고 하나, 거의 35년 전에 만들어진,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것의 원조는 마이클 잭슨임을 확인하게 된다. 마이클 잭슨과 댄서들의 칼군무는 가히 전설급이다. 본 적 없다면 꼭 한 번 보기를 권한다.

  'Smooth Criminal' 뮤직비디오 : https://youtu.be/h_D3VFfhvs4


[Dangerous]의 대표적인 뮤직 비디오

[Dangerous]의 뮤직비디오들도 하나같이 공들여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캐스팅이 초특급인 것이 그 첫 번째 증거다. 한편씩 나올 때마다 등장인물 속에서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슈퍼스타들을 확인해 보는 것이 꽤나 재미있는 요소였다.


[Dangerous]의 여러 뮤직비디오를 통해 확인되는 마이클 잭슨은, 이때부터는 안타깝게도 더 이상 흑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Black or White'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뮤직비디오 'Thriller'를 연출했던 존 랜디스(John Landis)가 다시 연출했다. 영화 ‘나 홀로 집에(Home Alone)’의 성공 덕분에 어마어마한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어린 매컬리 컬킨(Macaulay Culkin)이 출연했고, 도입부부터 모든 장면들이 기발하고 재미있다. ‘모르핑 효과(Morphing Effect)'—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액체금속 터미네이터가 변신하는 모습을 촬영할 때 사용했던—라는 특수효과를 사용했다는 뮤직비디오의 후반부에는, 고개를 한번 돌렸다가 다시 정면을 볼 때마다 계속해서 다른 인종의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인상적이다. 뮤직비디오를 쭈욱 보고 있으면 이 노래를 통해 마이클 잭슨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대략 느낌이 온다.

  — 뮤직비디오 : https://youtu.be/pTFE8cirkdQ

'Remember the Time' 뮤직비디오 촬영 때의 마이클 잭슨(좌), 에디 머피(가운데), 이만 모하메드 압둘마지드(우)'

'Remember The Time'

고대 이집트가 배경이며, 에디 머피(Eddie Murphy, 배우), 이만 모하메드 압둘마지드(Iman Mohamed Abdulmajid, 소말리아 출신 슈퍼모델, 데이비드 보위의 아내)가 왕과 왕비로 출연한다. 매직 존슨(Magic Johnson, 전 NBA 선수) 도 나온다. 그 외에도 나오는 수많은 등장인물들 가운데, 마이클 잭슨은 유일하게 유색인종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뮤직비디오 속 마이클 잭슨의 헤어 스타일, 의상, 분장, 얼굴을 보면, 안치환 씨가 지난 대선 때, 왜 마이클 잭슨을 언급했었는지 다소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마이클 잭슨에겐 대단히 죄송하다ㅠㅠ.

  — 뮤직비디오 : https://youtu.be/LeiFF0gvqcc


'In The Closet'

마이클 잭슨과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l, 슈퍼 모델) 오직 두 명만 등장한다. 흑백 느낌의 화면에서, 시종일관 선정적인 춤을 춘다. 나오미 캠벨이 나온다는 것 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

  — 뮤직비디오 : https://youtu.be/4qLY0vbrT8Q


‘Jam’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 속 마이클 조던(좌)과 마이클 잭슨(우) (*이미지 출처 : Michael Jackson Official Site)

'Jam'

두 명의 황제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흔치 않은 동영상이다. 다른 분야의 또 한 명의 황제, 또 한 명의 마이클, 또 하나의 MJ,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 농구선수)이 나온다. 크리스 크로스(Kris Kross, 당시 ‘Jump’라는 노래로 유명세를 탔던 10대 초반의 어린 형제 듀오)도 출연했다. 이 노래의 랩 부분을 맡았던 Heavy D도 자신이 맡은 부분을 노래할 때 등장한다. 뮤직비디오는 조던과 잭슨이 서로에게 각자의 특기(춤, 농구)를 가르쳐 주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음악이 끝난 뒤에도 마이클 잭슨이 자신의 춤 동작과 문워킹을 가르쳐주는 부분이 한참 동안 더 나온다.

  — 뮤직비디오 : https://youtu.be/JbHI1yI1Ndk


화려한 춤에 가려진 작곡 능력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노래들은 매우 극도로 훌륭하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을 마이클 잭슨이게 하고, 황제로까지 불리게 만든 데에, 적어도 절반 이상, 아니 그 이상의 지분이 춤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 번 글[Dangerous - Michael Jackson (중)]에서도 언급했지만, 지나치게 과작을 했음에도, 그가 오랜 기간 황제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우리가 그를 황제로 받아들이는 데에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던 것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그의 춤 덕이다. 전 세계 어디의, 그 누구든, 일단 한번 보기만 하면, 입을 다물지 못했던 그의 춤. 그는 자타공인 인간계 최고의 춤꾼이었다.


 그의 발놀림, 손동작은 마치 필름을 2배속, 4배속으로 재생시킨 듯 빨랐고, 맨바닥에서도 발끝으로 피겨선수보다 더 빠르게 회전했다. 그와 백댄서들이 같이 추던 춤은 칼군무의 시초였고, 그들은 뮤직비디오에서도 무대 위에서도 언제나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런데 그런 화려한 춤과 퍼포먼스로 인해 정작 가장 손해를 본 것은 마이클 잭슨의 작곡 능력이 아닐까 싶다. 나의 주변 사람들만 봐도, 마이클 잭슨 하면 춤을 아주 잘 추고, 노래 잘하는 미성의 가수로만 알고 있을 뿐, 그를 대단한 작곡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이클 잭슨이 성인이 되고, 곡을 쓰기 시작한 후, 발표한 6장의 정규 앨범—1979년 [Off the Wall]부터 2010년[Invincible]까지—에는 총 82곡이 수록되어 있다. 이중에 마이클 잭슨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작곡에 참여한 곡은 54곡이다. 비율로는 65.9%이다.

 

 일반인들에게 제법 인지도가 높은 히트곡—Billboard Top 40 정도—으로 범위를 조금 좁혀보면, 30곡으로 추려지고, 그중에서 마이클 잭슨 작곡이 22곡이라, 비율이 73.3%로 더 높아진다.


범위를 최대한 좁혀서, 빌보드 1위 곡으로만 한정해서 보면, 10곡 중 8곡이라, 정확히 80%가 된다. 빌보드 1위를 기록했지만, 마이클 잭슨의 정규 앨범이 아닌, 다른 곳에 수록된 2곡—USA for Africa의 ‘We are the World’와 Paul McCartney와의 듀엣곡 ‘Say Say Say’(Paul McCartney의 1983년 앨범 [Pipes of Peace]에 수록)—까지 합하면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총 12곡의 빌보드 1위 곡 가운데 10곡이 마이클 잭슨 작곡이라, 83.3%다.


 노래들은 각기 다른 생명력을 지닌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어떤 곡은 살아남고, 어떤 노래는 생명이 다한다. 시간을 공유하는 대중들의 냉정한 평가를 거치게 되고,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오래되었음에도 지금도 익숙하고, 여전히 자주 듣고, DJ가 자주 선곡하고, 청취자들이 꾸준히 찾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들. 예를 들면 'Billie Jean',  'Beat It',  'Bad',  'Smooth Criminal',  'Black or White',  'Heal the World' 등의 노래들은 마이클 잭슨이 직접 작곡한 곡이다.


생각해 보자. ‘팝의 황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성공의 발판으로 삼고자 했던 유무명의 작곡가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셀 수조차 없었을, 그런 작곡가들의 곡을 받아서 자신의 앨범을 채웠다면, 분명히 쉽게 쉽게 더 많은 곡, 더 많은 앨범을 발표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수천수백만 장을 또 가볍게 팔아치웠을 것인데, 마이클 잭슨은 그 길을 가지 않았다. 그가 다른 가수들에 비해 앨범과 발표곡이 지나치게 적은 것은, 자기 색깔이 뚜렷한 자작곡으로 앨범을 채우고자 했던, 아티스트로서의 고집 때문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수적으로는 확실히 적지만, 마이클 잭슨의 노래들은 생존율이 아주 높다.


 그가 살았던 미국의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대한민국 최고의 팝송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대략 최근 3년 동안 방송된 그의 노래를 살펴보았다. 38곡의 노래가 총 154회 방송되었다. 그중 Top 10에 해당하는 노래들 각각의 방송 횟수는 아래와 같다.


 ※ 배철수의 음악캠프 선곡표 (2019.04.01~2022.04.14 기준) 참조.

색깔은 마이클 잭슨 작곡 (공동 작곡은 *로 작곡가 별도 기재)


1. Billie Jean (16회)—역시 "빌리 진!!"

2. Love Never Felt So Good (13회) *Paul Anka와 공동—물론 좋은 곡이지만, 마이클 잭슨의 사후에 발매된, 비교적 최신곡이라는 이점이 작용한 것 같다.

3. Black or White (12회) *Bill Bottrell과 공동

4. Beat It (10회)

5. Man In the Mirror (9회)

6. Earth Song (7회)

6. Smooth Criminal (7회)

8. Heal The World (6회)

8. Say Say Say (6회) *폴 매카트니와 공동 작곡+듀엣으로 부른 곡.

10. I Just Can't Stop Loving You (5회)

10. Rock with You (5회)

10. You Are Not Alone (5회)—R. Kelly 작곡한 곡.


황제가 서거한 지 올해로 13년 주기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찾고 있고,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도 적어도 주 1회 정도 방송되고 있다. 짧게는 20~30년, 길게는 40년 이상의 시간을 이겨낸 노래들, 마이클 잭슨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는 확실히 그의 춤만큼이나 뛰어난 작곡가였다.

※ 이것을 조사하면서 의외로 'Bad'의 방송 횟수가 2회로 너무 적은 것에 약간 놀랐다—그나마 올해 1월 19일에 한번 방송되었는데, 그 전은 2019년 10월 25일이었다. 2020, 2021년에는 방송되지 못했다. 'Bad' 좋은데... 절대로 이런 대접을 받을 노래가 아닌데... 내가 심폐소생술(신청곡 넣기)이라도 해서,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야겠다. 

여기서부터는 마이클 잭슨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조금만 더 이야기하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더 나은(Better) 세상을 꿈꾸던 인도(박애) 주의자

나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좋아한다. 

좋은 노래를 평가하는 각자의 기준이 있겠지만, 멜로디도, 음색도, 음정도, 가창력도, 연주도, 편곡도 모두 좋은데, 거기다 뚜렷한 메시지까지 담겨있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한다. '논쟁적이고, 골치 아픈 것은 싫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진지하거나 심각한 내용까지는 아니라도 노래에 담을 수 있는 메시지는 다양하다. 자유, 평등, 정의, 평화, 등등...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마이클 잭슨은 이 방향으로 분명히 아주아주 노력한 가수다.

‘Black and White’(좌)와 ‘Ebony and Ivory’(우)의 싱글 앨범 커버(*이미지 출처 : Wikipedia)

쓰리 독 나이트(Three Dog Night)의 1972년 곡 'Black and White'(싱글 1위)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1982년 듀엣곡 'Ebony and Ivory'(싱글 1위), 이 두 노래의 주제는 흑(인)과 백(인)이 조화롭게 어울려서 잘 지내보자는 (교훈적인) 내용이다.


그에 비해, 마이클 잭슨의 'Black or White'는, 접속사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제목부터 훨씬 더 강렬하고 직설적인 느낌이다. 제목과 같이, '(당신이) 흑인이든 백인이든 상관없다'는 것이 노래의 주제다. 1991년에 이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것이, 그래도 앞의 두 노래에 비해 10년, 20년이 더 흘러, 아주 조금이나마 진전된 시대의 힘이었는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개인의 맨파워 덕분이었는지는 모르겠다.

‘Black or White’ 싱글 앨범 커버 (* 이미지 출처 : Wikipedia)

I said if you're thinkin' of being my baby 네가 나의 연인이 되려고 생각하고 있다면

It don't matter if you're black or white 네가 흑인이든 백인이든 문제 되지 않아.

I said if you're thinkin' of being my brother 만약 네가 나의 형제가 되려고 생각하고 있다면.

It don't matter if you're black or white 네가 흑인이든 백인이든 문제 되지 않아.


라고 노래한다. ※ 문법적 오류가 있지만 시적 허용이다.ㅎ


1991년 3월, LA 흑인폭동의 시발점이 되었던 '로드니 킹(Rodney King) 사건’—L.A 백인 경찰들이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하는 장면이 녹화되고, 전국에 방송되며 흑인들이 분노함—이 있었다. 마이클 잭슨이 'Black or White'를 발표한 것이 같은 해 11월이었으니, 이 노래가 그 사건의 저변에 있었던 인종차별에 대한 마이클 잭슨의 일갈이었는지도 모른다.

로드니 킹 사건 동영상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 : NBC News)

물론 노래 한 곡이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다.


'로드니 킹 사건'이 발생한 때는,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가 미국 워싱턴에서 'I Have a Dream'을 외쳤던 1963년 8월 28일에서 무려 30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겉으로는 조금씩 달라져왔겠지만), 거기서 또 한 번의 30년을 보냈음에도,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는 경찰에게서 로드니 킹보다 더한 일을 겪어 목숨까지 잃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Black Lives Matter'를 외쳐야 했던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미국 전역에서 꽤 한동안 시위가 계속되었지만, 모두 끝났고, 그 일이 불과 2년 전이지만, 이젠 우리 기억에서조차 희미하다. 지금은 문제를 그냥 덮고 있어서 잠잠할 뿐, 그때의 시위 덕분에 지금 미국 사회가 이전과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이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굳이 30년 전과 비교하면 분명히 나아졌을 것이고, 그것은 노력한 모든 이들의 크고 작은 노력 덕분일 테니, 다른 누군가는 또 노래를 부르고, 시간은 더 많이 흘러야 될 모양이다.


마이클은 계속 노래했다.

'Scream', 'Earth Song', 'They Don't Care about Us' 등 여러 노래로 세상을 향해 다양한 메시지를 계속 전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높은 빈도로 표현했던 메시지는 가난과 굶주림을 겪는 사람들, 특히 그것을 겪는 아이들과 연관된 것이다.


마이클이 그쪽으로 눈을 돌린 계기가 있다면, 아마도—그러나 틀림없이—1985년의 'USA for Africa'였던 것 같다.

1985년 [USA for Africa] 앨범 커버

[We are the World]

에티오피아의 기근을 돕기 위한, 1984년 영국 팝스타들의 'Band Aid ('84)'에 화답하듯, 1985년에 미국에서 결성된 'USA for Africa'에 마이클 잭슨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와 함께 'We are the World'(85년 1위)를 작곡했다. 이 노래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후렴구의 가사다.


We are the world 우리는 세상입니다.

We are the children 우리는 아이들입니다.

We are the ones who make a brighter day 우리는 더 밝은 날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so let's start giving 그럼 기부를 시작해 봅시다.

There's a choice we're making 우리가 할 선택이 있습니다.

We're saving our own lives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명을 구하고 있습니다.

It's true we'll make a better day, just you and me 당신과 나, 우리가 더 나은 날을 만들 것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Man in the Mirror’ 싱글 앨범 커버 (*이미지 출처 : Wikipedia)

[Man in the Mirror]

1987년 [Bad] 앨범 수록곡 'Man in the Mirror'는 거울 속의 남자인, 자신을 향해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I see the kids in the streets, with not enough to eat 

나는 충분하게 먹을 것이 없는 길거리의 아이들을 봅니다.

Who am I to be blind?, Pretending not to see their needs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못 본 체하는 눈이 먼 나는 누구인가요?

...

I'm starting with the man in the mirror 나는 거울 속의 남자—자기 자신—와 시작할 것입니다.

I'm asking him to change his ways 나는 그에게 그의 방식을 바꾸라고 요청할 것입니다.

And no message could have been any clearer 그 어떤 메시지도 이처럼 분명한 적은 없었습니다.

If you want to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당신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를 원한다면

Take a look at yourself, and then make a change 당신 자신을 봐요 그리고 바꿔봐

‘Heal the World’ 싱글 앨범 커버 (*이미지 출처 : Wikipedia)


[Heal the World]

1991년 앨범 [Dangerous] 수록곡 'Heal the World'는 이런 메시지가 절정에 이른 시점의 노래다. 굶주림과 가난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또다시 노래한다

Heal the world 세상을 치료해서

Make it a better place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요

For you and for me, and the entire human race 당신과 나 그리고 인류 전체를 위해서

There are people dying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If you care enough for the living 당신이 그 사람들을 위해 충분히 신경 쓴다면

Make a be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당신과 나를 위해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요


위의 세 노래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어가 있다.

"Better"

마이클 잭슨 외에 이런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노래한 다른 가수는, 내가 아는 한, 없다. 먼저 나를 바꾸고, 사람들이 바뀌어서, 더 나은 날을 만들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했던, 지속적이고 간절한 그의 염원이 녹아있는 노래들이다. 그는 평생 그 꿈을 계속 품고 살았다.


Gone Too Soon

군살 하나 없이 깡마른 몸, 언제나 8부(?) 정도의 바지, 그 아래 발목을 감싼 흰 양말, (춤추기에 적합한) 굽 낮은 단화, 한쪽손에만 낀 크고 하얀 장갑, 앞으로 눌러쓴 중절모, 그리고 반짝이는 재킷...

이것들 속에 갇힌 마이클 잭슨을,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보았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이미지 출처 : Pinterest)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 30여 년 긴 세월을 보내면서도, 언제나 똑같은 춤을 추어야 했던—그러나 미세하게 조금씩 느려져가던—나이 든 마이클 잭슨의 동작은 서글펐다. 거기에 더해 약간씩 탈색이 되는듯하더니, 언젠가부터는 백인보다 더 하얗게 되어버린 피부색, 그리고 언론이나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과도한 성형으로) 계속 변한듯한, 때로는 일그러진 듯한 얼굴, 극도의 창백함, 면역력이라곤 없을 듯 보였던 그는, 슈퍼스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고, 한없이 나약하게만 보였다. 그리고 결국 그는 너무 빨리 홀연히 떠나버렸다.


마치 자신의 삶을 얘기한 듯, 자신의 운명을 예견한 듯한,

[Dangerous] 수록곡 'Gone Too Soon'의 일부분,


Like a comet Blazing 'cross the evening sky

저녁 하늘을 가로지르며 불타오르는 혜성과 같이

Gone too soon

너무 빨리 가버렸어

.....

Like a sunset dying with the rising of the moon

달이 뜨면 사라지는 석양처럼

Gone too soon

너무 빨리 가버렸어


영화 '프리 윌리(Free Willy)' 시리즈 1, 2편에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노래 'Will You Be There’‘Childhood’가 각각 삽입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이 어린이이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내용이라 마이클 잭슨이 음악의 사용을 허락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너무 어린 6살 때부터 잭슨 파이브(The Jackson 5) 활동을 시작했으니, 그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란 거의 있을 리 없고, 아버지에게서 혹독하게 훈련받고, 가혹행위를 많이 당했음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 마이클 잭슨에게 추억할 어린 시절이라곤 별로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이 노래 ‘Childhood’는 오히려 더 짠하다.

팬들에게 하고 싶었던, 자신의 진심을 담은 자전적 노래인듯하다.

이 노래 가사의 조각들이다.

마이클 잭슨이 그린 자신의 어린 시절


[Childhood]

Have you seen my childhood? 나의 어린 시절을 본 적 있나요?

I’m searching for the world that I come from 내가 태어난 세상을 찾고 있어요


No one understand me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해요

They view it as such strange eccentricities 그들은 그것을 매우 이상한 기행으로 봅니다


People say I'm not okay  사람들은 내가 괜찮지 않다고 말해요

'Cause I love such elementary things 내가 그런 단순한 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Before you judge me, 나를 평가하기 전에,

Try hard to love me 나를 사랑하도록 애써봐요.


The painful youth I’ve had  내가 가졌던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

Have you seen my childhood? 나의 어린 시절을 본 적 있나요?


이 노래는 들을 때마다, 마치 그가 우리를 향해 말하는 듯하여, 조금 더 그를 이해해 주지 못했던, 팬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때로는 고통스럽고,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짧았던 그의 삶...


자신을 옥죄던 모든 것을 내려놓은 하늘에서는,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멋진 황제의 모습으로, 편안하게 웃음 짓고 있을 마이클 잭슨을 상상해 본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

Rest in Peace...

Good-bye My King!!


<완결>

이전 02화 Dangerous - 마이클 잭슨 (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