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과의 조우
헤비메탈과의 조우
메탈리카(Metallica)를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였다. 버스로 여행하던 내내 옆좌석에 앉았던 친구가, 내겐 생소한 아티스트의 카세트테이프를 내밀며, 한번 들어보길 권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들었던 음악은, 장르로 구분한다면, Pop으로만 한정되어 있었다. 탁월하게 좋은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부른 아름다운 멜로디의 곡이, 내 기준으로 오직 좋은 음악이었다. 예를 들면, 아하(a-ha),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글렌 메데이로스(Glenn Medeiros) 등등이다.
첫인상이 좋지는 않았다.
연필로 그린 듯한 흑백의 앨범커버 이미지는 조잡해 보였고—지금은 절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친구의 호의에 답하고자, 잠시 맛본 음악은 시끄러워, 그저 소음으로만 느껴졌다. 그때, 그 앨범의 수록곡 중에 어떤 곡으로 맛보기를 했었는지, 또 그 친구에게 소감으로 내가 뭐라고 말했었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예의상 대충 "괜찮네!"정도로 말했겠지 싶다.
빨리 찾아온 기회를 놓쳤던, 내가 스스로 메탈리카를 다시 알현한 것은, 그로부터 대략 3년이 더 지난 후였고, 그때 내가 구입했던 첫 번째 메탈리카의 앨범이 바로 [Metallica]였다.
이 앨범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이 완전히 새까맣게만 보이는 표지를 갖고 있고, 거기엔 앨범명이 별도로 기재되어있지 않다. 이런 앨범 커버로 인해—또 밴드 이름과 혼동을 줄 수 있는 앨범명 탓에—주로 '블랙(The Black Album) 앨범'이라고 불린다.
※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블랙 앨범(The Black Album)' 하면, 자연스레 '화이트 앨범(The White Album)'이 떠오른다. 새하얀 커버에, 별도의 앨범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역시나 밴드 이름과 혼동을 줄 수 있는 앨범명 탓에— '화이트(White) 앨범'이라 불리는 비틀스(The Beatles)의 1968년 앨범 [The Beatles].
그러나 새하얀 바탕에 오직 밴드 이름만 적혀있는 비틀스의 '화이트 앨범(The White Album)'과는 달리, 메탈리카의 '블랙 앨범(The Black Album)'의 검은 표지는 자세히 보면, 팀명으로 된 로고 ‘METALLICA'가 왼쪽 상단에—실루엣처럼—있고, 오른쪽 하단에는 똬리를 틀고 혀를 내민 뱀이 그려져 있다.
아무튼 나는 그들을 처음 만났을 때의 나의 무례함을 마음속으로 사죄해야 했고, 그들을 첫눈에 알아보지 못하여 3년을 허비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된다.
‘블랙 앨범(The Black Album)'은 메탈리카의 5번째 스튜디오(정규) 앨범이었는데, 이 앨범은 나로 하여금 그들에게 충성을 맹세하게 만들었고, 나는 이전에 발매된 그들의 모든 앨범을 구매한다. 물론 이후에 발매된 앨범도 계속 구입했다.
물론 나의 주관적인—메탈리카에 대한 애정 가득한—판단일 뿐이지만,
헤비메탈(Heavy Metal)하면 ‘메탈리카(Metallica)'이고, 메탈리카(Metallica) 최고의 앨범은 [Metallica]다.
낯설고 복잡한 록(Rock)
이미 서론이 너무 길었지만, 헤비메탈이 낯설고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는 설명이 좀 필요하다.
예로부터 10대, 20대 젊은이들을 대표하는 음악은, 대개 기성에 대한 비판과 반항의 메시지로 충만하다. 지금은 힙합(Hip Hop)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면, 그전엔 록(Rock)이었다—록 스피릿(Rock Spirit)이란 말이 있었다.
음반의 시대에는 10대, 20대가 음악의 주요 구매층이어서, 한때는 음반 판매에서도 록(Rock)이 대세였다.
모든 록(Rock)은 공통적으로 정형화된 악기의 라인업이 있다. 기타, 베이스, 드럼이 그것이고, 옵션으로 신시사이저(synthesizer) 같은 전자 키보드를 사용하는 밴드도 있다.
악기는 단조롭지만, 매우 부지런한(?) 음악평론가들이 세분화해 놓은, 록(Rock)의 장르라는 것이 생각보다 복잡하다.
록(Rock) 앞에 팝(Pop), 포크(Folk), 블루스(Blues), 재즈(Jazz), 아레나(Arena), 펑크(Punk), 소프트(Soft), 하드(Hard), 그런지(Grunge),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 글램(Glam), 얼터너티브(Alternative), 사이키델릭(Psychedelic ), 일렉트로닉(Electronic) 등등의 무수한 종류의 수식어들이 붙는다. 그 각각이 하나의 장르가 되고, 장르별로 대표적이고 유명한 밴드나 아티스트들이 별도로 존재한다.
나이 들어도 여전히 록(Rock)을 즐기는 중장년도 물론 있으나, 대개는 나이 들면서 시들해진다. 그래서 소비층이 젊은이들로만 한정되니, 사실 록(Rock)의 팬층은 그다지 두텁다고 보기는 어렵다. 거기다 음악이 강력하고 요란할수록 마니아들만의 음악이 되고, 대중과는 멀어진다.
더 난해한 헤비메탈(Heavy Metal)
메탈(Metal)은, 록(Rock)이라는 큰 나무가 가진 수많은 가지 가운데 몇몇—주로 사이키델릭 록, 블루스 록 등—에서 또 파생된 장르다. 록(Rock)에서 그런 것처럼, 메탈(Metal) 앞에도, 다양한 수식어가 붙으며, 비슷한 정도로 세분화된다. 팝(Pop),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 헤어(Hair), 스래쉬(Thrash), 얼터너티브(Alternative), 데스(Death), 랩(Rap)...
그중에서도 가장 시끄럽고, 강력한 메탈은 헤비메탈(Heavy Metal) 또는 스래쉬 메탈(Thrash Metal)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전문가가 아닌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음악을 들으면, 록음악에서, 메탈(Metal)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하드록(Hard Rock)이다.
실제로 어떤 밴드가 하드록(Hard Rock)이냐, 헤비메탈(Heavy Metal)이냐의 경계가 뚜렷한 건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헤비메탈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어떤 자료는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딥 퍼플(Deep Purple) 등의 밴드가 언급하기도 하고, 이들을 하드록(Hard Rock)으로만 분류하고 헤비메탈에는 포함되지 않는 자료도 많다. 메탈(Metal)은 그 이름이 말해주듯, 하드록보다 확실히 금속성의 소리가 더욱 뚜렷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저기 널린 정보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를 헤비메탈의 시초로 보는 것이—이론의 여지없이—대략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메탈리카(Metallica)가 딱히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자타공인 이 장르를 가장 오랜 기간 대표하는 밴드다—메탈 밴드의 이름이 메탈리카(Metallica)라니... 이 또한 너무 멋지다.
5장의 헤비메탈 명반
앞서 하드록과 헤비메탈에 대해, 또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가 헤비메탈의 시초라고 한 것에 대해, 증빙이 될만한 자료가 있다.
미국의 저명한 음악잡지 ‘롤링스톤(Rolling Stone)’이, 2017년 6월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메탈 앨범 100장(The 100 Greatest Metal Album of All Time)'을 발표했다. 선정된 100장의 앨범 가운데, 발매 연도 순으로 가장 빠른 앨범이 1970년 2월에 발매된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데뷔 앨범 [Black Sabbath]다.
같은 자료에 메탈리카(Metallica)는 그들의 데뷔 앨범 [Kill 'Em All]부터 다섯 번째 앨범 [Metallica]까지 5장의 정규앨범 모두의 이름을 올린다. 게다가 그 모두가 상위권—2위에서 35위—에 선정되었다.
Master of Puppets (2위)
Ride the Lightning (11위)
... And Justice for All (21위)
Metallica (25위)
Kill 'Em All (35위)
100장의 위대한 메탈 앨범 목록에서, 메탈리카보다 더 많이 이름을 올린 밴드가 딱 하나 있는데, 그것 또한 바로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다. 게다가 1위—1970년 9월에 발매된 그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 [Paranoid]—또한 그들의 차지다
'롤링 스톤(Rolling Stone)’은 대체로 평론가들의 시각으로 모든 사안을 다룬다. 1968년부터 2017년까지 활동하며—활발하게 활동한 것은 18장의 앨범을 발표한 1970년에서 1995년 사이—19장의 정규앨범을 냈던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가, 1970년부터 1980년 사이에 발표한 9장의 앨범 가운데 6장이 ‘위대한 메탈 앨범 100장에’에 포함되었다.
물론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가 좋은 밴드지만, 나는 이것을 시조(始祖)에 대한 우대가 작용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선정된 메탈리카의 앨범 5장 안에서의 우열에도 다분히 평론가들의 시각이 작용했다고 본다. 뒤에서 다루게 되겠지만, 무엇보다 대중은 매우 확실하게 메탈리카의 손을, 그리고 '블랙 앨범(The Black Album)'의 손을 들어주었다.
※ 시조(始祖) : 나중 것의 바탕이 된 가장 처음의 것 - ‘daum 사전’ -
장벽을 넘으면 음악이 들린다
일반 대중들은—평소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들조차도—대체로 ‘록음악은 시끄럽다’라고 생각하는데, 헤비메탈(Heavy Metal)은 분명히 그보다 훨씬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음악은 매우 과격하고, 노래는 상당 부분이 화난 이의 고함에 가깝다. 대부분이 남성인 멤버들은 머리를 길게 기르고, 몸 여기저기에 문신이 가득하며, 검은 가죽바지, 가죽 재킷, 치렁치렁한 금속 장신구에, 불량스럽고, 거칠고, 지저분해 보인다. 그래서 일반 대중에게는, 특히나 여성들에게는, 호감을 얻기 힘든 장르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메탈리카(Metallica)를 통해 헤비메탈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메탈리카(Metallica)의 '블랙 앨범(The Black Album)'을 들어야 한다.
* Metallica - 메탈리카 (중)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