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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만년필 Aug 26. 2022

Metallica - 메탈리카 (하)

메탈리카가 진짜 메탈

록음악 장인(匠人)의 손길

첫 번째 앨범 [Kill 'Em All]부터, 헤비메탈 밴드로서 조금씩 존재감을 키웠다. 새 음반을 발매할 때마다 차트에서 몇 계단씩 꾸준히 순위를 높여가던 메탈리카(Metallica). 그들이 정말 야심 차게 준비한 느낌, [블랙 앨범(The Black Album)] ‘가장 완벽하게 잘 다듬어진 헤비메탈 앨범’이란 인상을 준다.


그러면 무엇이 세련미와 대중성을 부여했고, 그들을 전성기로 이끌어 주었을까? 물론 그들의 창작력이 절정인 시기와 음악적 기교가 정점인 시기가 절묘하게 맞물려, 좋은 곡들이 수록된 것이 핵심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록음악 명 프로듀서 밥 락(Bob Rock, 본명: Robert Jens Rock)을 만난 것이, 아주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나는 본다—놀랍지 않은가? 록음악 명프로듀서의 성(姓)이 록(Rock)이다.ㅎㅎ

2009년 Juno Awards에 참석한 Bob Rock(*이미지 출처:Wikipedia)

 

1954년 캐나다 출생인 밥 락(Bob Rock)은, 25세이던 1979년부터 영 캐나디언스(Young Canadians), 더 서브휴먼스(The Subhumans) 등 자국 인디밴드들의 앨범을 프로듀싱하기 시작한다. 그 후에는, 유럽(영국, 독일, 스웨덴 등)의 록밴드들로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


메탈리카를 만나기 전, 밥 락(Bob Rock)의 가장 큰 히트작은, 머틀리 크루(Mötley Crüe)의 앨범이다. 메탈리카에게 ‘첫 번째 1위 앨범’이란 선물을 안기기에 앞서, 1989년 머틀리 크루(Mötley Crüe)에게 먼저 그것을 선물했다.


머틀리 크루(Mötley Crüe)는 1989년 그들의 5번째 앨범 [Dr. Feelgood]을 작업할 때, 처음으로 밥 락(Bob Rock)과 함께 했고, 그 앨범이 그들의 빌보드 앨범 차트 첫 번째 1위가 된다.


1991년 밴드 밴 헤일런(Van Halen)의 보컬이었던, 데이비드 리 로스(David Lee Roth)가 본인의 이름을 딴 밴드 'David Lee Roth'의 세 번째 앨범 [A Little Ain't Enough](‘91년 18위)를 프로듀싱한 직후에, 마침내 밥 락(Bob Rock)은 메탈리카(Metallica)를 만나게 된다


메탈리카와는 [블랙 앨범(The Black Album)]으로 시작해서 총 6장의 앨범(정규 4, 라이브 1, 커버 앨범 1)을 같이 작업하는데, 메탈리카 외에, 그가 엔지니어나 프로듀서로서 작업한 다른 아티스트들의 명단을 보면, 밥 락(Bob Rock)의 성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듯하다.

 * 1986년 Bon Jovi [Slippery When Wet] - 엔지니어

 * 1888년 Bon Jovi [New Jersey] - 엔지니어

 * 1992년 Bon Jovi [Keep the Faith] - 프로듀서

 * 1995년 Skid Row [Subhuman Race] - 프로듀서

 * 1998년 Bryan Adams [On a Day Like Today] - 프로듀서

 * 2008년 The Offsprings [Rise and Fall, Rage and Grace] - 프로듀서


 밥 락(Bob Rock)은 록음악을—헤비메탈까지도—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게 만드는 데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듯하다. 그래서 [블랙 앨범(The Black Album)]에서도 메탈리카(Metallica)는 여전히 거칠고, 웅장하고, 거침없이 빠르고, 포효하는 제임스의 보컬도 변함없었지만, 미세하게 야생성이 제단 되고, 반듯하게 다듬어진 아스팔트 같은 느낌. 그렇게 대중에게 가장 다가선 헤비메탈 음악, 흠잡을 곳 하나 없이 완벽하게 정돈된 앨범이 탄생했다.


‘레논-매카트니’처럼  ‘울리히-헷필드’

 4인조 밴드를 이끈 탁월한 두 명의 리더, 환상의 콤비, 이렇게 말하면, 음악을 좀 들은 사람이라면, 대부분 비틀스(The Beatles)의 존 레논(John Lennon)과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를 떠올릴 것이다.


비틀스를 아는 팬들에게는, 밴드의 결성 때부터 해산 때까지, 손에 꼽을 만큼의 몇 곡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곡을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작곡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떤 노래의 메인보컬이 누구냐에 따라 실제 그 곡의 작곡자를 우리는 대충 짐작하고 있으나, 크레디트(Credit)에는 공동 작곡인 듯 항상 두 명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있다. 레논-매카트니(Lennon-McCartney), 이렇게...


12장의 정규앨범(영국 발매 기준)에 수록된 182곡 중에 레논-매카트니(Lennon-McCartney)가 단독 또는 참여한 곡이 141곡이라 77.47%다—조지 해리슨이 18곡(9.89%), 링고 스타가 2곡(1.1%)이고, 나머지 21곡(11.54%)은 다른 작곡가한테서 받은 곡이거나, 다른 가수의 곡을 커버한 것이다—그러니 일반인들은 "비틀스 노래는 둘이서 다 만들었구나!"라고들 하는 것이다.

 비틀스의 Lennon-McCartney(좌:이미지 출처- Wikipedia)와 메탈리카의 Ulich-Hetfield(우:이미지 출처-Aceshowbiz)

 이런 사실들이 내겐 메탈리카를 떠올리게 한다.

비틀스(The Beatles)에 레논-매카트니(Lennon-McCartney)가 있다면, 메탈리카(Metallica)엔 울리히-헷필드(Ulrich-Hetfield)가 있다. 게다가 비중은 오히려 더 높다.


메탈리카 10장의 정규앨범에 107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울리히-헷필드(Ulrich-Hetfield)가 작곡에 참여한 곡이 105곡이다. 비율로는 98.13%다. 모든 곡의 중심에는 울리히-헷필드(Ulrich-Hetfield)가 있는 셈이다. 밴드 초창기에는 오직 두 사람만 참여하여 만든 곡이 많고, 최근으로 올수록 기타리스트 커크 해밋(Kirk Hammett)이 공동으로 참여한 곡이 늘어나긴 한다.(※참고로 가사는 거의 제임스 헷필드의 단독 작품이다)


메탈리카의 모든 노래 가운데, 울리히-헷필드(Ulrich-Hetfield) 콤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곡은 단 2곡뿐이다—그 2곡은 모두 그들의 첫 번째 스튜디오(정규) 앨범 [Kill 'Em All]에 있는데, 3번 트랙 'Motorbreath'는 헷필드(Hetfield) 혼자서 만든 곡이고, 5번 트랙 '(Anesthesia)-Pulling Teeth'는 당시의 베이시스트 클리프 버튼(Cliff Burton)의 단독 작곡이다.


나의 사견임을 전제로 말하자면, 다른 헤비메탈 밴드와의 차별점인 동시에 메탈리카(Metallica)의 최대 강점은, 바로 멜로디 라인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빠른 곡도, 아무리 요란스러운 곡도, 그들의 모든 연주곡에도, 아름답고 뚜렷한 멜로디가 분명히 살아있다. 그리고 이것은 울리히-헷필드(Ulrich-Hetfield)의 작품이다.


재조명의 기회

2022년 5월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미국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원제: Stranger Things)' 네 번째 시즌에 사용되면서, 1985년 발표곡, 케이트 부쉬(Kate Bush)'Running Up That Hill(A Deal with God)'이 37년 만에 갑자기 재조명을 받았다. 빌보드 Hot 100에서 3위—1985년 당시에는 30위—까지 오르며 대단히 화제가 되었다. 이곡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같은 드라마를 통해 비슷하게 재조명을 받은 곡이 한곡 더 있다.


그게 메탈리카의 노래다. 1986년에 발매된 세 번째 앨범 [Master of Puppets]의 타이틀곡 'Master of Puppets'. 발매 당시(1986년)에는 싱글 차트에 오르지도 못했던 곡인데, 36년이 지난 2022년 빌보드 핫 100 35위에 올랐다.


등장인물 중의 두 사람이 악마의 부하 격인 '괴물 박쥐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지붕 위에 올라간다. 그중 조셉 퀸(Joseph Quinn, 극중 이름:에디 먼슨)이 기타로 강렬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하는데, 바로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이다.

미드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시즌4의 장면

'기묘한 이야기 시즌4'의 시대적 배경이 1986년 3월인데, 메탈리카의 세 번째 앨범 [Master of Puppets]의 발매 시기(1986년 3월 3일)와 정확히 일치한다. 에디가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먼 곳에 있던 괴물 박쥐들은 즉각 반응을 하고, 모여들기 시작한다. 박쥐들이 근접해 오자 지붕에서 내려와 집안으로 황급히 대피한 뒤, 두 사람 중 한 명인 가텐 마타라조(Gaten Matarazzo, 극중 이름:더스틴 헨더슨)가 흥분한 채로,

 "이게 진짜 메탈이지!"라고 말한다.


나는 더스틴의 말에 매우 동의한다.

"메탈리카가 진짜 메탈이다!"


메탈리카의 변절(?)

[블랙 앨범(The Black Album)]으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메탈리카(Metallica)는, 그로부터 5년 만인 1996년에, 새 앨범(6번째 정규 앨범) [Load]를 내놓는다. 그러나 이 앨범은 오랜 기간 그들의 새 앨범을 고대하던 충성도 높고, 열성적인 팬들에게 적잖은 충격과 실망을 안긴다.


그 지나간 5년 사이에 록음악계에는 나름 큰(?) 변화를 겪었다.

니르바나(Nirvana)와 펄잼(Pearl Jam)으로 대표되는 그런지(Grunge), 얼터너티브(Alternative), 시애틀 사운드(Seattle Sound)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당시의 열풍이 그것이다.


앨범 [Load]를 접한 골수팬들은 그들이 거의 숭배하던 메탈리카의 새로운 곡들이, 당시의 대세인, 얼터너티브 음악을 따라갔고, 그래서 메탈리카는 변절한 것이라며, 성토했다.

게다가 이 앨범을 들고 온 메탈리카 멤버들의 달라진 복장과 헤어스타일은 팬들의 의심에 확신을 갖게 했다. 록커들이, 삼손의 머리카락만큼이나 소중한, 그들의 머리카락을 모두 자르고, 짧아진 머리에는 기름을 잔뜩 바르고 나타난 것이다.

[...And Justice For All](88)(좌)와 [Load](96)(우) 앨범의 뒷면 표지, 확 달라진 멤버들의 헤어스타일이 확인된다.


음악에서도 몇몇 곡에서는 (이전 앨범에 비해) 드럼과 기타 소리 등이 가벼워진 느낌이 확실히 있는데, 천둥소리처럼 웅장하던 라스(Lars)의 드럼 소리도 약간 깡통소리 느낌이 나기도 하고, 기타 소리도 울림이 훨씬 적다.


헤비메탈 마니아들 대부분은 그들이 숭배하는 음악을 하드록과도 엄격히 구분 짓는 순혈주의자들이다. 최고의 헤비메탈 밴드라며 메탈리카를 추종하던 그들의 실망감과 배신감이 어떠했겠는가.


여기서부터는 메탈리카를 좀 대변해 보겠다.

아티스트는 각자의 스타일이 있다. 아티스트는 줄곧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기도 하고, 변신을 시도하는 아티스트들도 있다. 그런 고집이나 시도들을 향한 대중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아티스트들을 늘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비슷한 스타일을 계속 고집하는 아티스트에게는

"이 애들 음악은 왜 맨날 똑같냐!"며 비판을 하고,

반면에 애써 시도한 음악적 변신에 대해서도,

“아~ 얘들 왜 이렇게 망가졌냐?”라며 꼬집는다.

그러니 고수(固守)든 변신(變身)이든, 모두에게서 좋은 평가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비판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가 메탈리카다.


그런데, 시류를 따라 자신들의 음악에 변화를 주었던 대표적 사례, 메탈리카만은 아니다.

영화 [Saturday Night Fever O.S.T](좌)와 Madonna의 1998년 앨범 [Ray of Light](우) (*이미지 출처 : Wikipedia)

'Massachusetts', 'I Started a Joke', 'Don't forget to Remember' 등 서정적인 노래로 먼저 인기를 얻었던 비지스(Bee Gees)가 1977년 영화 '토요일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 사운드트랙'에서  'Jive Talkin', 'Stayin' Alive', 'Night Fever'등의 디스코(Disco)로 돌풍을 일으켰을 때도,


80년대 초부터 (Dance) Pop음악을 하던 마돈나(Madonna) 'Frozen('98년 2위)', 'Ray of Light('98년 5위)' 등 일렉트로닉, 테크노 등을 시도했던 1998년 앨범 [Ray of Light](앨범 2위)도,


당시에는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아티스트의 새로운 시도들에 대해 결국 시간은 아티스트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봐야 한다—마돈나는 여전히 전자음악을 하고 있다.

1996년 메탈리카의 여섯 번째 앨범 [Load] 커버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앨범 [Load]에 대한 평가도 유사하다. 일반 대중의 평가가 골수팬들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앨범 [Load]는 가뿐히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메탈리카(Metallica)의 가장 큰 싱글 히트곡이 이 앨범에서 나온다. 'Until It Sleeps’인데, 빌보드 Hot 100에서 10위를 기록하여, 아직까지도 차트 성적으로는 메탈리카 최고의 히트곡이자, 유일하게 Top 10에 오른 곡이다. 기존 메탈리카 팬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오히려 더 반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 Metallica - 메탈리카(에필로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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