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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만년필 May 24. 2022

旣視感(기시감)

짙은 데자뷔(deja vu)

* 기시감(旣視感) :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일이나 처음 본 인물, 광경 등이 이전에 언젠가 경험하였거나 보았던 것처럼 여겨지는 느낌
                                      - Daum 한국어 사전


출구조사 결과

50.1% vs 48.9%


1.2% 차이...


이랬다 저랬다 고무줄 같았던, 여론조사는 그간 무시했었다.

대신, 마음속으로는 간절한 바람을 넘어, 승리에 대해 거의 확신을 가졌던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출구조사 뭐야!! 저딴 게 정말 맞는 거야?"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어쩌면 출구조사에도, 정치평론가들이 말하는, 샤이(shy)*** 그런 것이 반영되어있지 않을까?’를 잠시 생각했다.

늦은 밤까지 개표방송을 보았고, 다음날 출근이 슬슬 걱정되는 시점이 왔다.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최종 개표 결과

51.55% vs 48.02%


"아~~"

탄식이 흘러나왔다.

오차가 좀 있긴 했지만, 결국 출구조사의 예측은 거의(?) 맞은 셈이다. 밤새 진행된 개표에서도, 끝내 격차는 극복되지 않았고, 출구조사보다 오히려 더 벌어졌다. 샤이(shy)가 있긴 있었던 모양인데... 방향이 달랐다 ㅡㅡ;;


후유증으로 한동안 무척 힘들었다. 득표율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은, 절망과 아픔을 더 크게 느끼게 했다. TV 등의 매체에서 당선자를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


‘아니! 득표율 수치가 틀린 것 아닌가?’ 느끼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맞다.

2022년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2년 3월 9~10일에, 너무나 강하게 느꼈던 기시감(旣視感)으로, 머릿속에서 되살아난,

2012년 12월 19~20일의 이야기다.


제18대 대통령 선거 결과

그때로부터 10년이 흘렀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마주했던 두 사람은, 모두가 알다시피, 그 후 10년에 걸쳐 차례대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지내게 된다.


 양대 정당의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아깝게 낙선하면, 탁월한 대항마가 나타나지 않는 한, 대체로 재도전의 기회를 갖는다. 그렇게 제18대 대통령에는 박근혜 씨가 당선되었고, 문재인 씨는 재수를 하여 제19대 대통령이 되었다.


10년 전의 대통령 선거, 그 이후의 역사는, 제18대 대통령 선거(2012년12월19일) 결과에 대해, 내가 당시에 가졌던 생각을 180도 뒤집어 놓는다. 이제 그날의 패배는 아프지 않다. 


지금은 2012년 12월 19일을 ‘패배의 날’로 기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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