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상)

아버지처럼 되기 싫다

by 따뜻한 만년필


꿈의 구장(Field of Dreams)


영화는 캐나다 작가 윌리엄 패트릭 킨셀라(William Patrick Kinsella)'의 1982년작, 소설 'Shoeless Joe(신발 없는 조)’를 영화화한 것이다. 원작 소설과 영화가 제목이 다르니, '꿈의 구장(Field of Dreams)'이라고 하면, 그저 영화를 지칭한 것이다.


그것을 만들면, 그가 올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잔잔한 음악과 함께, 출연 배우와 제작진들의 이름이 지나가고, 그것이 끝날 무렵, 주인공 레이 킨셀라(Ray Kinsella, 배역: 케빈 코스트너)—재미있게도, 소설가는 자신의 성(姓)을 소설의 주인공에게 그대로 사용했다—내레이션(대략 2분 정도)이 시작되는데, 그것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애니(레이의 아내)는 골 때리는 착상으로, 농장을 사도록 했죠. 나는 현재 36살이고, 가족을 사랑하고, 야구를 사랑하고, 이제 막 농부가 될 겁니다.

그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나는 평생 한 번도 미친 짓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영화영화 속 현재는 1988년이다.

자신의 옥수수 밭에서 일하고 있던 어느 날, 레이의 귀에 그 목소리가 들려온다.


“If you build it, He will come”

(네가 그것을 짓는다면, 그가 올 것이다)


너무나 밑도 끝도 없는 내용이라, 이것에 대해 레이는 애니와 얘기를 나눠보지만, 무엇을 지으라는 건지, 그러면 누가 온다는 건지에 대한 갈피는 전혀 잡을 수 없다.


다음날, 옥수수밭에서 쪼그려 앉아, 일하고 있는 레이에게 그 목소리가 다시 찾아온다. (답답한 마음에) 버럭 짜증을 내며 박차고 일어서는 레이 앞에, 저 멀리 야구장조 잭슨(Joe Jackson)의 이미지가 연속으로 나타난다.

그것으로, 레이는

It은 야구장(만들라는 그것)으로,

He는 조 잭슨(온다는 그)으로 결론 내린다.


자신이 야구장을 지으면, 37년 전인 1951년에 이미 사망한, 조 잭슨(Joe Jackson)이 나타나 다시 야구를 할 것이라는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되지만, 레이는 이것에 확신을 갖는다.


※ 조 잭슨(Joe Jackson)

메이저리그의 데드볼 시대(1900년 전후~1919년 사이에 반발력이 적은 공을 사용하여 투고타저가 극심했던 시대)에 활동한 위대한 강타자이자 전설적인 4할 타자 중 한 명이지만 블랙삭스 스캔들에 연루되어 영구 제명된 인물이며, 당시 영구 제명된 8명의 선수 중 가장 큰 논란(연루 여부)을 불러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 출처 '나무 위키'


아버지처럼 되기 싫다

그러나 진짜 고민은 여기서부터다. 야구장을 짓고 싶지만, 문제는 돈이다.

농장을 살 때 생긴, 은행빚으로 인해 이미 형편이 어렵다. 농부인 레이는 옥수수가 주 수입원인데, 야구장을 만들려면, 상당한 범위의 옥수수밭을 잃게 되고, 그만큼의 옥수수 수확량 감소와 소득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야구장을 짓는 데에, 현재 가진 모든 돈을 고스란히 투입해야 하니, 쉬운 결정이 아닌 것이다


야구장을 짓는 일로 고민하며 잠들지 못하던 레이가 아내에게,

“아버지처럼 되긴 싫어.”라고 한다.

(뜬금없이) 아버지 얘기가 왜 나오느냐는 아내에게,

레이는 이렇게 말한다.

늙은 아버지를 용서 못했어.

내 나이 때 아버지는 진짜 늙었었지.

그도 꿈이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안 했어.

음성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따르지는 않았어.

내가 그를 알았던 모든 시간에 걸쳐, 그의 충동적인 행동을 본 적이 없었지.

내게 일어나는 일이 두렵지만, 이것이 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야구장을 만들고 싶어.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레이는 결국 야구장을 지어야겠다는 결심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 결심을 돕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삶에 무기력했던, 아버지처럼 되기 싫다.'라는 레이의 오랜 생각 때문인 것이다.


"아버지처럼 되기 싫다"

이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 세상의 수많은 자식들이, 아버지에 대해 가진 꽤나 보편적 견해인 모양이다.


극도로 가부장적이던 아버지, 담배를 많이 피우셨던 아버지, 늘 술에 취해계셨던 아버지, 일밖에 모르시던 아버지, 어머니와 자주 다투시던 아버지, 가난했던 아버지, 무능했던 아버지, 무관심한 아버지, 폭언과 폭행을 일삼던 아버지, 꼰대 아버지 등등... 온갖 다양한 모습으로 각자의 뇌리에 남아있는 아버지에 대한 관념.


그것이 '나는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라고 결심한 이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매 순간마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물론 아버지를 한없이 존경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고, 그들에겐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라는 방식으로 영향을 또 미치겠지만.


그가 진짜로 왔다

레이는 그렇게 야구장을 짓기로 결심한다.

야구장 크기만큼의 (제법 넓은 면적의) 옥수수밭을 밀고, 잔디를 깔고, 야간 조명탑까지 갖춘 멋진 야구장(꿈의 구장)을 만들고는, 조 잭슨(Joe Jackson)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하루하루가 가고, 여러 낮과 밤이, 계절이 지나간다.

애써 야구장을 만들었으나, 기대했던 일이 일어나는 대신, 레이는 경제적 어려움을 만난다.

아내와 함께 그것을 걱정하던 어느 날 밤, 불 꺼진 어두운 야구장에 흰색 야구복을 입은 누군가가 나타난다.


화이트 삭스(White Sox) 유니폼을 입은 진짜 조 잭슨(Joe Jackson)이다.

레이(Ray)가 만든 야구장에 나타난 조 잭슨(Joe Jackson)



* 아버지와 아들(중)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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