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과 격려로 비난을 대신해보자
초등학생 때부터 프로야구를 좋아했고 열심히 보았다.
줄곧 한 팀 만을 응원했던 것은 아니다. 몇 번 팀을 옮겨 다른 팀을 응원했다. 시기마다 내가 응원한 팀이 다르지만 지금까지 평생 4팀(시간순으로 Bears, Lions, Giants, Dinos) 정도를 응원한 것 같다.
언젠가부터 주로 검증된 강자에 맞서는 약자(도전자)를 응원했다. 그래서 내가 응원하는 팀은 주로 우승에 목마른 팀이었다. '지금쯤 저 팀도 우승을 한번 해봐야 하는데...' 싶은 팀을 주로 응원했는데, 중고생 시절, 내게 그 팀은 삼성 라이온즈였다.
지금에서 오래지 않은 과거에는 삼성이 왕조라 불리기도 하고 우승을 쉽게 쉽게 했던 때도 있었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프로야구 출범 후 가장 오랜 기간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팀이 삼성 라이온즈였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삼성을 열심히 응원했다.
학교에서 야간 자습을 마치고 집에 와서는 ‘프로야구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이 하루를 마감하는 나의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그걸 보면서 나는 항상 내가 응원하는 팀을 그렇게 비난을 했다.
"저 투수를 왜 교체를 안 했어!”
"아니 저때 저 타자를 왜 넣었어!”
“거기서 왜 뛰었어!”
“그것도 못 잡아? 어휴~"
상황은 아주 더 많고 다양하지만 대략 이런 식이었다. 그런 나를 항상 지켜보던 어머니께서 어느 날 말씀하셨다.
"너는 그냥 다른 팀을 응원해라."
일 년에 팀별 140경기 이상, 거의 매일 경기를 하는 프로야구에 비해, 주말에만 딱 한 경기를 하는 사회인 야구는, (경기수가 매우 적으니) 한 경기의 승패가 순위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한 경기 한 경기가 갖는 의미가 팀 구성원이 느끼기엔 프로야구의 그것보다 어쩌면 더 큰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일요일에 승리를 거두고 나면 그 시간 이후의 휴일은 기분이 좋고, 월요일 아침도 상쾌하다. 다음 일주일 내내 몸과 마음이 가볍다(물론 지고 나면 그 반대다). 연패가 몇 경기만 이어지면 다들 극도로 예민해진다.
제법 오래전 어느 해 개막 후 3경기를 연속으로 패한 적이 있었다. 팀원들은 모두 신경이 곤두섰고, 어떻게든 1승을 거둬야 한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혔다. 우리 팀은 우리 리그에서는 나름 탄탄한 전력으로 항상 우승 후보군에 있었고, 그런 연패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더욱 그랬다. 시즌 첫승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고, 연패를 끊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다들 생각했을 것이다.
4번째 경기, 우리 감독은 투수 경험이 없던 어떤 팀원을 선발투수로 투입했다. 모두들 의아했고, 의구심을 가졌다. 그 계획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1회부터 연거푸 볼넷을 내주고, 난타를 당했고 모두들 맥이 빠졌다. 결국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4패째를 기록했다. 모든 팀원이 경기 내내 감독을 원망하고 비난했을 것이다. 경기가 끝나고 참지 못한 누군가가 물었다 “왜 그 투수였나? 패배의 원인이라 생각하지 않나?” 감독의 대답은, “그건 결과론이다. 고민을 많이 했고, 승리를 기대했었다. 그는 강한 볼을 던질 수 있고, 나름 투구 연습을 꾸준히 했었던 걸로 안다. 해볼 만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였다. 100%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이해하려고 했다. ‘연패를 벗어나려 했고, 변화가 필요했고, 가능한 모든 걸 동원해야겠다는 생각은 모두가 같았다. 그런 걸 시도했고 단지 결과가 나빴을 뿐이었다.’라고
실패할 확률이 70%를 넘지만 스윙을 하고, 확률이 50%가 안되더라도 도루를 시도한다. 성공률이 고작 2~30% 라도 대타를 써본다. 지금 처한 위기를 끝낼 것이란 보장은 없지만 투수를 교체해본다. 승리를 위한 이러한 모든 시도는 응원받아 마땅하다. 실패해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다른 노력 없이 지켜보기만 하는 이들은 욕을 하기보다는 응원부터 제대로 하자. 실패해도 비난이 아닌 격려로 대신하자. 응원하는 팬을 위해 감독이 펼쳤던 모든 작전에, 실패 때마다 책임추궁을 꼭 해야 하는가? 팀과 팬을 위해 뛰고 있는 감독과 선수를 욕하지는 말자.
승부조작으로 사익을 추구한 정도가 아니라면, 사실 감독을 비난할 이유는 별로 없다. 팀의 승리라면, 팬들 보다도 팀원 중의 그 누구보다도 더 원하고 더 많이 고민한 사람이 감독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것은 분명히 그렇다. 그런데 현실은 냉혹하다.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 앞에서는 대표팀 감독도, 올림픽 금메달 감독도, 전년도 우승팀 감독에게도 예외가 없다.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사퇴를 하는 감독을 우리는 많이도 보아왔다.
우리는 점점 더 비난에 익숙한 사회를 살고 있다. 지면에도, 화면에도, 동영상에도 비난은 넘쳐난다. 인터넷 보급률, 스마트폰 보급률 등 우리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정보화의 속도에 비례하여 비난의 총량도 증가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포털을 통해 접하는 기사의 절반은 가슴 아픈 사건사고이고, 그 나머지는 비난 일색이다. 그런 기사들에 달려있는 댓글의 강도도 늘 상상 이상이다. 뭔가를 하면 욕하고, 안 하면 욕한다. 늦으면 늑장대처라 욕하고, 빠르면 성급하다고 욕한다.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선두권에 있어도 1등과 비교해서 욕한다.
모든 상황에 걸쳐 소나기처럼 날아드는 비난의 화살은 피할 방법이 없다. 사실 욕하기 만큼 쉬운 것이 없다. 내가 직접 달릴 필요도 없도,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도 없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 대해 온갖 논리로 바로 욕을 쏟아내면 되고, 결과에 대해선 또 얼마든지 다각도의 비난을 더할 수 있다.
시즌을 시작하는 모든 팀들은 우승을 꿈꾼다. 모든 팀들의 1차 목표는 우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필요조건은 대체로 5할 승률이다. 이 말은 곧 '잘해도 지는 경기가 반이다'라는 뜻이다. 어떤 팀도 어떤 감독도 모든 경기를 이길 수는 없고, 모든 경기에서 이기는 투수도, 모든 타석에서 안타를 치는 타자도 없다. 온 국민의 응원을 등에 엎고 뛰었던 최초로 메이저리거, 동양인 최다승인 124승을 달성했던, 박찬호 선수도 100승에 가까운 98경기의 패배가 있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이승엽 선수의 KBO 통산 홈런은 467개이지만, 그 수의 거의 3배에 달하는 1,344개의 삼진도 기록했다.
모든 변화엔 저항이 따른다. 비난 대신 응원을 하자. 잘한 것은 칭찬하고, 못한 것도 격려를 하자. 경기중에 야유를 하고 패배한 경기를 붙잡고 두고두고 비난을 이어가는 것은 감정의 소모일 뿐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아무리 못하고 미워도, 중국이나 일본을 응원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선발투수로 경기에 투입되어, 몸에 있는 모든 힘을 짜내 일구, 일구를 던져 100구의 공을 던지는 것에 비해, 혹시라도 몸에 맞으면 죽을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공을 때려내는 것에 비해, 기습번트를 대고 내달려서 1루에서 생존하는 것에 비해, 총알 같은 타구를 수비하는 것에 비해, 어떤 것도 책임질 필요 없고,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구경만 하는 것, 그러면서 비난만 하는 3인칭 관찰자의 역할은 너무나 쉽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팬들을 위해, 그 팬들 가운데 하나인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야구를 보며 욕만 쏟아내고 있는 누군가는 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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