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해보면 훨씬 매우 어렵다 (하) - 외야수

보기보다 훨씬 어렵다.

by 따뜻한 만년필


일반인들이 하는 야구는 프로들의 그것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던지는 모습, 던진 공이 비행하는 궤적, 스윙하는 자세 등 잠시만 지켜봐도 뭔가 아주 어색하고, 우리 각자가 TV를 통해 평생을 다져온 야구에 대한 관념을 크게 흔든다.


야구장에서 선수들이 수행하는 거의 모든 동작들이 실제로는 아주 어려운데, 특히 외야수가 뜬 공을 잡는 일이 어려울 것이란 생각을 일반인들은 전혀 못하는 것 같다. ‘공이 뜨면 그 밑에 가있다가 그냥 잡으면 되는 거 아냐?’ 정도로 무조건 그냥 쉽게만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얼핏 단순해 보이는 일에도 내부에는 그 나름의 심오한 세계가 있기 마련이다.


정식 야구경기는 상대팀의 아웃카운트 27개를 빼앗을 때 종료된다. 그 27개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라진다. 대략 10개 이상은 투수들이 삼진으로 정리한다. 나머지 중의 상당수는 땅볼 타구 유도에 이은 내야수들의 협업으로 처리가 되고, 야수 선택, 야수 도움, 더블플레이, 도루사, 견제사 등 아웃되는 주자와 함께 사라지는 것도 있다. 이런 것들을 모두 제외하고 남은 몇 개가 외야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된다. 거기다 외야수는 3명이니 1/N 하면 한 명의 외야수가 처리하는 외야 플라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한 경기 전체를 지켜봐도 한 사람의 외야수는 고작 1~2개 정도의 플라이 아웃을 처리한다. 그래서 외야수의 존재감이 작은 듯 느껴지는지도 모르지만, 많지 않은 기회는 한 번의 실수를 아주 커 보이게도 한다.


프로야구를 보면, 투수가 공을 던진 후 타자가 스윙을 했을 때 공이 뜨면, 투수는 곧바로 하늘을 가리킨다. 공이 떴으니 잡으라는 뜻이다. 그때 야구중계를 보는 우리도 ‘아! 아웃이구나’라고 바로 인식을 한다. 그것을 놓치는 경우는 좀처럼 본 적이 없고, '식은 죽이 떴구나 당연히 아웃이지' 다들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思考)의 진행은 외야수가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을 때라야 가능하다.

사회인 야구에서는 수비수가 완전히 잡기 전까지는 잡은 게 아니다. 외야에 서있다가 자기가 서있는 그곳, 또는 그 주변으로 날아오는 공을 잡아낸다는 것이 보이는 것만큼 쉬운 일은 아니란 얘기다. 지켜보는 이들에게 '저 정도는 당연히 아웃으로 만들 것이다'란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연습과 실전 경험을 필요로 한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다가 경기에 투입되는 기쁨을 맛보는 신입은 대개 우익수로 투입이 된다. 이유는 단 하나, 타구가 그쪽을 향할 확률이 가장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확률을 깨는 상황. 즉, 타구가 우익수로 향했을 때 그것을 잡아내는 신입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외야수는 타자가 휘두른 배트에 닿은 공이 단 한 뼘만큼이라도 배트에서 더 멀어지기 전에, 단 0.0001초만이라도 더 빨리, 가상의 포물선을 그리고, 공의 낙하지점을 예측하는 감각을 먼저 익혀야 한다. 이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공이 날아오는 궤적이 정말로 다양하다. 거의 직선에 가까운 라인 드라이브도 있고, 완만한 포물선도 있고, 마이산의 한쪽 귀 모양처럼 아주 높이 솟아오르는 것도 있다. 배트에 더 정확하게 잘 맞아서 예측한 것보다 더 뻗어 가는 공, 깎여 맞아서 반대로 예측한 것보다 빨리 떨어지는 공들도 있다.

뛰면서 잡는 것은 정말 어렵다

자신이 위치한 바로 주변으로 날아오는 공을 잡아내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수비 범위를 조금씩 넓혀야 한다. '잡기(Catching)'에 '달리기(Running)'를 추가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난도(難度)가 크게 높아진다. 달리면서 동시에 날아오는 공에서 절대 눈을 떼지 않아야 하는데, 달리는 나로 인해 비행하는 피사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빨리 뛰면 뛸수록, 또 이동거리가 길수록, 그만큼 더 많이 흔들린다. 흡사 이동 중에 스마트폰을 보는 것과 유사한데, 걸어 다니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은 많지만 뛰면서 보는 사람은 없다. 뛰기 시작하면 속도에 비례해 화면이 흐려져서 볼 수가 없게 된다. 그 와중에는 몇 센티미터의 차이에도 공이 글러브를 비켜가고 만다. 거기에 외야수를 방해하는 여러 요소들이 때때로 등장한다. 배트가 공에 어떤 식으로 닿았느냐의 미세한 차이에 의해 타구는 투수의 슬라이더보다도 심하게 좌 또는 우로 휘어지기도 한다. 공의 하단으로 깎여서 맞았을 때는 빨리 가라앉기도 한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에도 공은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강한 햇빛이 수비를 방해하기도 하고, 하얀 야구공이 하늘 높이 치솟았을 때 흰구름의 영향으로 가끔 시야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타구가 자신을 향해 비행을 시작한다고 인지했을 때, 미숙한 이들은 본능적으로 앞으로 몇 발을 내딛는다. 아직 공이 아주 멀리 있고 어디로 어디까지 비행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 공이 일단은 자신의 앞쪽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오는 반사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투수가 던진 공의 속도와 강도, 그리고 타자의 배트에 공이 닿은 위치, 스윙 속도에 따라 외야로 비행하는 공이 어떤 속도, 어떤 궤적, 어떤 강도로 오고 있는지를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요즘 배트들은 다양한 소재에 반발력도 좋아서 무심결에 몇 발 앞으로 갔다가는 속으로 "아차!"를 한번 외치고 자신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공을 안타깝게 보고는, 바닥에 떨어지는 공을 회수하러 쫓아가는 일이 다반사다.


외야에서 홈플레이트는 꽤나 멀다. 외야에서는 작은 야구공이 아예 하얀 점처럼 보인다. 외야수는 투수와 타자 사이의 반복되는 승부를 멀리서 지켜보며 오랜 시간 계속 서 것이 주된 일이다. 산만해지기 쉽지만 사냥감을 기다리는 맹수의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우리 투수가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경기에서는 외야수가 더 해이해지기가 쉬워서, 더욱 집중력이 요구된다. 수비를 하는 내내 투수와 포수 사이에 하얀 점이 수없이 오가고, 그 가운데 (다른 변수를 제외하면) 어느 한 두 개가 불시에 자신을 향해 비행을 하는 것이다. 그때 그 순간에 집중력을 놓치고 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몇 걸음은 또 손해를 보게 된다.

내가 사회인 야구를 한다는 얘기를 하면 듣고 있던 아재들이 보이는 다양한 반응 중 하나는 "야구? 나도 옛날에 야구 잘했는데.. 지금 해도 잘할 것 같은데..."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진짜 야구를 해본 적이 없다. 그들 대부분이 말하는 야구란 초등학생 때 친구들 대여섯 명이 모여 고무공이나 테니스공을 던지고 막대기로 치던 그런 야구를 말하는 것이다. 흰 가죽에 붉은 실로 108땀 꿰맨 딱딱한 야구공이 아니었다. 포수가 모든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앉아서 미트로 공을 받은 야구가 아니었다. 예측하기 힘든 직구와 변화구가 여러 코스로 들어오는 그런 야구가 아니었던 것이다. 야구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그들은 아직도 모른다.


초등학생 시절, 꽤 오랜 기간 모형비행기가 유행했다. 보잘것없고 장난감에 가까운 그것에 심오한 비행의 원리가 있다고 믿어서였는지, 그래서 그 원리를 자라는 꿈나무들의 뇌리에 깊이 심어주기 위함이었는지, 국가차원에서였는지, 과학교육의 연장선에서였는지, 아무튼 모형비행기 만들기를 꽤나 권장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학교에서는 더 긴 비행시간으로 경쟁하는 대회도 가끔 열렸다. 모형비행기는 2가지 종류가 있었다. 하나는 순수하게 바람에 실어 날리는 무동력 글라이더, 그리고 고무줄의 탄력으로 앞에 달린 프로펠러를 돌려 날아가는 고무동력기다. 학교 운동장에도, 동네 여기저기에서도, 모형비행기를 날리는 아이들이 있었고, 대회를 앞둔 시점이 되면 작은 물체들의 비행은 그만큼 더 잦아지곤 했다. 잘 날던 누군가의 그것은 전깃줄이나, 높은 나뭇가지에 걸리기도 했다.


자체 동력이 없는 글라이더는 종이비행기랑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 애당초 나의 관심은 오직 고무동력기만 집중되었었는데, 구입한 고무동력기를 들고 집으로 와서 박스를 개봉하고, 그저 긴 나무 막대기 모양인 동체에 먼저 앞날개의 위치를 잡고, 이쑤시개 정도로 가느다란 살대를 이어 날개의 뼈대를 만들고, 뒷날개와 수직 꼬리날개의 뼈대도 세우고, 뼈대 사이에 얇은 종이를 붙여 날개를 완성하고.... 나는 이 과정을 몇 차례 시도해보았었다. 하지만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도 궁금하다. 나의 고무동력기는 왜 날지 못했던 것인지.

고무동력기 (이미지 출처 : 나무 위키)
숙련자가 하면 뭐든 쉽게만 보인다

숙련자가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하기만 하면 자신도 잘할 것만 같은 착각을 우리는 쉽게들 한다. 커튼 뒤에서 남몰래 그들이 흘린 땀과 쏟은 노력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욱 그렇다. 그래서 쉽게만 보이던 일이, 막상 내가 해보면 어려울 때가 많은 것이다. 온갖 매체를 통해 성공사례만을 위주로 접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실패하는 수많은 이들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타인의 성과물에 대해 비판할 때는 특히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하면 더 못한다’


내 것과는 달리 하늘 높이 잘 날아오르던 어떤 이의 고무동력기가 그의 몇 번째 비행기였는지 나는 모른다. 그때 내가 직접 만들어보지 않았었다면, '만들기만 하면 나의 고무동력기도 틀림없이 잘 날았을 것이다.'라고 지금도 착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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