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해보면 훨씬 매우 어렵다 (상) - 외야수

내가 하면 더 못한다

by 따뜻한 만년필

우리 눈은 흔히 보아 온 것에 아주 익숙해져 있다. 본인의 경험들로 하나씩 쌓아 올린 견고한 고정관념의 틀 안에, 정형화되어있는 일정한 패턴. 그것을 벗어난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고 너무 쉽게 가혹한 평가를 내리곤 한다. 자기가 좀 해본 일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렇고, 심지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어떤 장면을 보면서도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이 할 때 쉬워 보이던 일이 막상 내가 시도했을 때는 돌연 어려운 일로 되던 경험을 우리는 수도 없이 해보지 않았던가.


운전이 대표적이다. 쉽게만 보이던 그 일이, 면허를 따고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 나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로 다가왔었던지 우리는 다들 기억한다. 하지만 초보라는 딱지를 스스로 떼어버리는 시점에 이르면 우리의 입장도 돌변한다. 누구든 ‘미하엘 슈마허’만큼 할 리도 없고, 자신의 능력도 누군가의 평가 앞에 놓인다면 어떤 점수가 나올지 알 수 없음에도, 다들 '몇 년 무사고'를 내세우며 스스로의 능력에 꽤나 후한 평가를 내린다.


동시에 타인에게는 가혹하다. 자기 앞길을 방해하는 운전자, 초보 운전자들이 보이는 심한 미숙함에 대해 쉽게 발끈한다. 혼자서 운전을 하고 갈 때 무심결에 내 입술을 비집고 나온 육두문자에 스스로 흠칫 놀랄 때도 가끔 있다. 내가 운전할 때 옆에 앉은 누군가의 지적을 받은 경험도, 미숙까진 아니더라도 나와 조금 스타일이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서 느꼈던 불편함도 우리는 모두 갖고 있다.


조직에는 각각의 업무를 수행하는 여러 부서가 존재한다. 규정에 따라 자신이 속한 부서에서 자신이 맡은 업무만을 열심히 수행하면, 내 임무는 완수되고, 내가 속한 부서의 일이 그렇게 되고, 그것들이 모여 큰 조직은 유유히 항해를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큰 조직 속의 나는 마치 개미집단의 한 마리 일개미와 같아서 열심히 나의 일만 하면 되는 것이다.


조직의 개인은 각자의 업무만을 열심히 하면 되지만 그것이 모든 일을 혼자서만 한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다른 부서와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협력을 해야 되기도 한다. 회계담당부서에 있을 때의 일이다. 회계담당자는 하는 일이 많은데, 그 일의 대부분은 기한을 꼭 준수해야 했다. 월 마감도 그랬지만 '결산''부가세 신고'가 특히 그랬다. 부가세 신고를 위해서는 구매부서에서 수많은 매입처로부터 수취한 세금계산서를 빠짐없이 넘겨받는 일이 중요하고, 결산을 위해서는 취득과 처분에 따른 고정자산의 변동내역, 기간에 따른 가치의 하락분(감가상각), 수많은 재고자산들의 입출고 내역을 모두 반영하여, 결산 일자 현재 기준 단 1원의 오차도 없는 확정자료를 넘겨받는 일이 꼭 필요하다. 그 자료들을 넘겨받는 일이 어느 순간 큰 스트레스가 되었다.

타인의 업무도 중요하다

나의 일에 아직 익숙지 않을 때, 또는 나의 일에 지나치게 몰입을 하다 보면, 나에게 자료를 넘겨야 하는 부서에 독촉이 잦아진다. 다른 부서의 사정을 십분 이해해야 한다 생각하면서도 기한이 임박해올 때마다 예민해짐은 어쩔 수가 없다. 독촉은 심해지고 머릿속은 '그까짓 세금계산서 받는 게 뭐가 힘들다고', '빨리 좀 마감을 하지 않고 대체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으로 가득해졌다. 거기엔 무의식 중에 나의 일이 더 중요하다는 전제가, 내가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또는 다른 이의 업무에 대한 막연한 무시가 깔려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기한이 도래할 때마다 이런 마찰은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수년을 보내고는 운명의 장난인지 구매와 자산관리를 하는 바로 그 부서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늘 매몰차게 자료를 요구하던 입장에서 한순간에 그 자료를 제출하는 입장이 되었다. 거래처가 좀 많기는 하지만 기한 내에 세금계산서만 챙겨 받으면 되는 그 일이, 회사 내의 여러 부서에서 관리하는 수만 가지 낱개의 재고자산 내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마감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그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가끔씩 자료를 독촉받는 일이 지난날의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누가 뭔가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에서는 '저거?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지'를 동시에 떠올린다. 하지만 '뭐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했다가, 막상 해보고는 '아~ 이거 생각보다 어렵네!'를 경험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도, 기타를 배울 때도, 인형 뽑기에서도, 군에서 사격을 할 때도 그랬지만, 야구도 꼭 그렇다.


야구는 생각보다 어렵다

일반인들은 엘리트로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의 야구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 좁은 국토에 야구할 장소가 변변치가 않아서 사회인들의 야구란 거의 변두리에서 숨어서 하는 수준이라 더욱 그렇다. 그래서 야구라는 종목을 어릴 때부터 오직 TV 중계를 통해서만 접한 사람들이 우리 국민의 대다수다. TV 야구 중계는 크게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국제대회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런 것만을 접해온 이들은 최고 기량의 최상의 플레이만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세계 최강의 어벤저스급 선수들이라, 모든 플레이는 쉬운 것처럼 보이고, 자칫 야구가 쉬운 운동이라 착각하게 만든다.

아시안 게임 야구경기에 참가한 동남아 국가(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경기를 본 적이 있는가? 그 선수들에게서는 국제경기 답지 않은 실수가 나오곤 하는데 지켜보는 이들은 실소를 금치 못한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아니라 그런 상황은 그냥 웃어넘기지만, 프로야구 경기를 보다가 내가 응원하는 팀에서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는 선수가 나오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어느새 적절한 쌍시옷을 찾고 있다. 본인이 당장 TV 속으로 들어가서 뛴다 해도 그 선수보다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들고일어난다. 그런데 야구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운동이다.


과거 한때 인기 있었던 '천하무적 야구단'이나 최근에 웹 예능으로 방송 중인 '마녀들'에서 연예인들이 하는 야구를 보면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야구가 얼마나 어려운 운동인지를 조금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운동능력이 평균보다 낮아서 그런 것으로 생각할 뿐, 자신이 해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일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않는 것 같다.


* 커버 이미지 : 영화 '미션 임파서블'

*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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