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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만년필 Jun 24. 2021

Faith - 조지 마이클 (상)

그저 기우에 불과

기억에 남는 앨범 해설지

예나 지금이나 아티스트들은 주기적으로, 앨범이란 이름 아래, 새 노래들을 발표한다. 그 앨범이란 것이 음반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테이프, LP 또는 CD의 형태를 빌어 실물로만 존재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거의 모든 Pop음악 앨범에는 팝칼럼니스트(팝음악평론가)가 한두 페이지를 빼곡히 채운 해설지가 들어있었다. 인터넷이 없었던, 그래서 지금처럼 정보의 홍수 시대가 아니라서, 해설지는 매우 요긴했다. 아티스트의 위상과 지난 업적이 간략하게 언급되고, 새로 구입한 앨범 수록곡에 대한 안내자 역할을 했다.


해설지의 해설은 작성자인 평론가의 주관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일종의 평론이라, 앨범을 듣기도 전에 구매자가 편견을 갖게 할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을 수 있었겠지만, 평소에 여러 음반을 구매하고, 많은 음악을 듣는 바쁜(?) 음악 애호가들에겐, 자신이 새로 산 앨범에 수록된 여러 곡 가운데, 어떤 곡은 어떠한지를 알려주고, 또 더 나은 곡을 선별해 주는—그래서 상대적으로 덜 좋은 곡을 듣는 시간을 절약해 주는—데도 꽤나 효과적이었다.


수없이 사다 모았던 앨범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이 보았을 해설지 가운데 유독 내 머릿속에 오래 각인되어 있는 해설지가 있다. 그것은 1987년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이 24세 때 발표한 그의 첫 솔로 앨범 [Faith]에 들어있었다.


기우(杞憂)였을 뿐

LP와 거의 같은 크기의 흑백으로 인쇄된 종이에는—흑백이라 정확한 원래의 색상을 알 수는 없지만—밝은 색 계통의 청바지 차림으로 벽에 기대어 맨발로 바닥에 앉아있는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사진이 있었고, 그 아래 깨알 같은 활자로 빼곡하게 해설이 적혀 있었다. 지면 가득한 글자 가운데 내가 그 해설지를 기억하게 만든 두 글자가 있다. ‘기우(杞憂)’라는 단어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그 단어가 가장 적절하게 쓰인 사례로, 나는 그것을 떠올린다.

국내 발매 George Michael [Faith] 앨범 해설지

신상에 변화가 생겼었거나, 또 어떤 이유로 활동에 공백이 있었던 어떤 스타의 컴백에 대하여, '기우였다'라는 표현이 가능하려면, 그 이전에 대단한 과거와 거기에서 파생된 높은 기대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렇다.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에겐 확실히 아주 대단한 과거가 있었다.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은 어릴 적 친구 앤드류 리즐리(Andrew Ridgeley)와 함께, 1981년에 결성했던, Wham!(왬!)이라는 영국의 듀오 출신이다—이때 두 사람의 나이는 18세였다.


Wham!(왬!)은 짧은 활동기간에 비해 히트곡이 많았다.

'Wake Me Up Before You Go-Go'의 빌보드 1위를 시작으로 연달아 히트곡을 쏟아내며 대략 3~4년 동안 단 3장의 앨범으로 8곡의 Top 10, 그중 3곡의 1위—3곡은 모두 두 번째 앨범 [Make It Big]에서 나옴—곡이 있었다. 히트곡들은 대부분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노래들이다.


1983년 발매 왬!(Wham!)의 데뷔 앨범 [Fantastic] 커버

[Fantastic]

1983년 7월 발매, 첫 앨범 [Fantastic] (UK 1위)(빌보드 83위)에서 4곡을 싱글로 발표했다.

 * Young Guns (Go for It) (UK 3위)

 * Wham Rap! (Enjoy What You Do) (UK 3위)

 * Bad Boy (UK 2위) (빌보드 60위)

 * Club Tropicana (UK4위)

영국에서는 앨범도 1위에 올랐고, 싱글들도 모두 Top10에 올라, 꽤나 반향을 크게 일으켰다. 이중 'Bad Boy'는 유일하게 빌보드 핫 100 차트에도 올랐고, 60위를 기록했다.


1984년 왬!(Wham!)의 두 번째 앨범 [Make It Big] 앨범 커버

[Make It Big]

1984년 10월 발매, 두 번째 앨범 [Make It Big]에서부터는, 조지 마이클의 천재성이 드러났고, 본격적으로 미국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앨범은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고, 앨범에서 4곡의 싱글을 발매했는데, 첫 싱글 'Wake Me Up Before You Go-Go'가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4곡이 모두 Top10에 오르고, 그중 3곡이 1위를 달성했다.


 * Wake Me Up Before You Go-Go (1위) 

 * Careless Whisper (1위)85년 빌보드 연말차트(Billboard Year End) 1위

 * Freedom (3위)

 * Everything She Wants (1위)


이렇게 4곡의 싱글로, 미국을 Wham!(꽝!) 강타했던, Wham!(왬!)은, 대략 2년 후 세 번째 앨범을 내놓는다.


[Music from the Edge of Heaven]

1986년 7월 Wham!(왬!)은 세 번째 스튜디오(정규) 앨범 [Music from the Edge of Heaven]를 발표했다.

1986년 6월 발매한 Wham!(왬!)의 세 번째 앨범 [Music from the Edge of Heaven] 앨범 커버

이 앨범은 미국 앨범차트 10위에 올랐다. 앨범에서 5곡을 싱글로 내놓았는데, 1위 곡은 없었지만, 4곡이 Top10에 올랐다. 참고로 이 4곡은, 영국 UK 차트에서는 모두 1위에 올랐다—'Last Christmas'가 빌보드 Top10에 오르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   )안은 빌보드 핫 100 순위

I'm Your Man (3위)

The Edge of Heaven (10위)

A Different Corner (7위)

Where Did Your Heart Go? (50위)

Last Christmas ('19년 12월 11위, '20 12월 9위, '21 12월 7위, '22 12월 4위)—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빌보드 차트에 등장하며, 순위도 매년 상승 중이다.


※ 'Last Christmas'는 Wham!(왬!)의 1986년 발매한, 세번째 앨범 [Music from the Edge of Heaven]에 실렸지만, 이보다 빠른 1984년 12월 3일에 싱글로 발매되었다. 발매 당시인 2984년에는, 영국에서 싱글 차트 2위까지 올랐는데, 결국 26년만인 2020년 11월 19일에 처음으로 UK차트 1위에 올랐다. 그후로도 거의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UK차트 1위에 오른다—미국 빌보드에서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처럼.
Wham!(왬!)의 멤버 엔드류 리즐리(좌), 조지 마이클(우)(이미지 출처: Sydney Morning Herald)


  Wham!(왬!)

Wham!(왬!)으로 처음 대중 앞에 등장했을 때 20살이었던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은, 요즘으로 치면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지고, 무대에서 노래하며 춤추는 아직 어린 아이돌이나 보이밴드라는 느낌을, 팬들에게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쉽게 결론 내려서는 안 되는 천재 음악가였다.


팬들이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복귀이자, 솔로 데뷔 첫 앨범에 대해 가졌던 생각이, 기우였음을 판단하기에 앞서, 그에 대해 큰 기대를 가졌던 근거 또한 그것이다.


Wham!(왬!)에서 조지 마이클의 활약은 놀랍다. 20살 어린 나이에 데뷔했음에도, 거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했고, 아름다운 멜로디의 명곡을 쏟아냈고 노래실력도 출중했다.


어떤 밴드든, 한 사람에게 모든 능력이 쏠려 있음은, 그 팀이 결국 오래가지 못할 것임을 알려주는, 전조와도 같은 것이다. 결국 Wham!(왬!)도 오래가지 못하고 해체의 길을 걸었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사실 팬들로선 앤드류 리즐리(Andrew Ridgeley)와 결별한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Wham!(왬!)은 곧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이었기 때문이다.


* Faith -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 (하)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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