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종훈 Sep 21. 2023

신드롬(Syndrome)

굳이 치료하지 않아도 좋을 병(病)이 있다. 해마다 오월(五月)이면 어김없이 앓는 장미 증후군.     




길 가다 서서 한참을 

아파트 철책(鐵柵) 휘감아 오르는 

붉디붉은 넝쿨장미 본 것인데요.

그때 이후 눈 홧홧해

견딜 수가 없던 것인데요.

참다못해 동네 허블 안과 찾았는데요.

우주의 심연(深淵) 들여다보듯 

찬찬히 내 눈 들여다본 의사께서

원인 묻는 내게

‘다발성 장미 증후군’이라는데요.

혹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낭만적인 병명(病名)과는 달리 그날 밤 저는

거의 뜬눈으로 밤 지새운 것인데요.

눈썹께 지나던 태양이 느닷없이

수천수만의 장미꽃들로 흩어져

점차 부풀어 오르다가는 팝콘 터지듯

펑,펑 터져 눈부셨기 때문인데요.

혹, 어느 곳 지나시다 무더기로 

울타리 휘감아 오르는 장미 보시거든

부디 흘낏, 보고 지나시길. 

작가의 이전글 우물이 있던 자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