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Hubble

by 임종훈

-Voyager 2호와 1호가 우주 향해 연이어 발사되었을 즈음 나는 '수학의 정석'보다 더 어렵던 '연애의 정석' 풀기 위해 골몰했었다. 발사 순간부터 다만 멀어져 지구로의 귀환을 꿈꿀 수 없는 위성의 고독과 아무리 뒤돌아봐도 사춘기, 그 두근거렸던 한 때로 돌아갈 수 없는 애틋함이 어쩐지 닮은 것만 같아 가끔, 밤하늘 올려다본다.



안과(眼科)에 갔다.

이따금 눈앞에 빛 같기도 하고

별 같기도 한 것이 어른거리던 때문이었다.


Voyager 증후군입니다.

내 눈 들여다본 의사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빛에 아주 예민한 극히 소수에게만

나타나는 독특한 증상입니다

눈앞 어른거리는 것은

태양계(太陽系) 벗어나 외계(外界) 진입한

Voyager호의 잔상(殘像)과

말단 충격으로 인한 섬광(蟾光)이

마치 반향(反響)처럼 아득한 거리 날아와

계속 눈에 들어서입니다.


사실 그랬다.

몇 년 전 Voyager호가

헬리오포즈1)에 이어

헬리오시스2)에 이르렀고

마침내 말단 충격 지역3)조차 벗어나

더 이상 태양계 아닌

외계 항해하게 되었다는

NASA의 발표 직후

나타난 증상이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내 눈 꼼꼼히 들여다보며

위성 추적했고

가늠키 어려운 속도로 멀어져

흐릿해지다 마침내 동공(瞳孔) 깊은 곳,

소실점(消失點) 근처에서 주저하듯 깜빡이다

그 너머로 훌쩍 사라진 위성과

그 궤적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눈앞에서 번쩍거리는 빛이

혹, 위성의 SOS 같은 것은 아닐까요?

몸서리치는 고독한 항해 끝내고

그만 이곳으로 귀환하고 싶다는-.

그즈음 까닭 모를 외로움의 엄습으로

몹시도 공허(空虛)하던 내가

간절함 담은 눈빛으로 말하자

의사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며

고개 끄덕인 채 잠시 침묵하다

이윽고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어쩌면, 위성은

이름 그대로 진짜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어떤 일체의 교신(交信) 따위 없이

중력(重力)조차 붙잡지 못하는

깊고 깊은 고독(孤獨)의 속도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우주

떠다니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설령, 위성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도

그 절절하고도 광대무변한 고독을

이 세상이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지요.

추측컨대 그에 휩싸여

숨조차 변변히 쉴 수 없겠지요.

은하수(銀河水)로 정제(錠劑)한 안약

처방해 드릴 테니

주무시기 직전 한 방울 눈에 넣으십시오.


가을, COSMOS 활짝 폈다.

한결 맑아진 눈으로 꽃 들여다본다.

외계의 먼 별 근처를 잠자리처럼

날고 있는 고독한 한 점(點)





1)헬리오포즈(Heliopause) : 태양권계면, 태양풍의 영향이 없어지는 경계 부분.

2)헬리오시스(Heliosheath) : 태양권 덮개. 태양계 가장 바깥에서 태양계를 감싸고 있는 영역.

3)말단 충격(Termination Shock) 지역 : 태양의 영향력이 미치는 한계를 구분 짓는 경계. 이 지역 벗어나면 태양계가 아닌 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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